[상상사전] '몸'

▲ 고하늘

‘몸통을 찾아라!’ 2016년 대한민국은 국정농단의 몸통을 찾는 데 혈안이었다. 이때 ‘몸통’은 사건·사고의 배후다. 남을 손과 발처럼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다. 몸통은 사람이나 동물의 가슴과 배 부분 또는 형상을 이루는 전체를 뜻한다. 게으르거나 볼품없는 자신의 몸을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비루한 몸뚱이.”

몸은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입신행도양명후세’(立身行道揚名後世),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런 고사성어 속에서 ‘몸’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몸을 세우는 것’(立身)은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아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몸을 닦는 것’(修身)은 목욕이 아니라 앎을 추구하는 일이다. 단어의 형태는 같지만 본질은 다르다.

오늘날 우리는 본질을 알지 못한다. 몸을 세우기보다 욕심을 좇기 바쁘고 몸을 닦기보다 치장하는 데 노력을 쏟는다. 본질을 멀리하고 출세에 눈이 멀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국정을 운영하고 온 국민을 평안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많은 문제들은 본질을 잃은 성장에서 비롯된다.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며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다. 그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고, 자살률은 1위다. ‘몸집’은 커졌지만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가 병들어가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 flickr

빛 좋은 개살구 ‘꼴’이다. 겉만 번지르르 하고 속은 보잘것없는 ‘몸’의 모순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좇다 보니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남의 떡이 항상 커 보인다. 우리 사회는 앞서 나가는 사람과 뒤처지는 사람만이 존재한다. ‘몸’의 모순이 계층간 양극화를 가져온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경쟁은 더욱 빨라지고 치열해진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 우리 ‘몸’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세상이다. 나만 혜택을 입거나 나만 빠지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자기 ‘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삶의 ‘주체’가 되어 본질을 찾고 모순을 들어 내야 한다. 스스로 사회 문제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몸’을 던져 불평하고 불만을 표해야 한다.

‘몸통을 찾아라!’ 2017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몸통을 찾는 데 혈안이다. 과연 ‘몸통’을 찾는다고 전례 없는 국정농단을 해결할 수 있을까? ‘몸통’을 찾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몸통’에 가려진 본질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9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저널리즘스쿨 입학예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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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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