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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는 누구에 대한 사대인가
[역사인문산책] 사대주의
2017년 01월 14일 (토) 10:33:51 강민혜 기자 unicorn131@hanmail.net
   
▲ 강민혜 기자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의 명분으로 내세운 ‘4불가론’의 첫머리, 이소역대(以小易大)다. 고구려의 옛 땅인 요동을 되찾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위화도회군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중원에 진출하려던 최영의 염원이 사대주의자 이성계로 인해 좌절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이성계는 나라를 세운 뒤 명나라에 국호를 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니 이성계를 사대주의자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요동 정벌차 군사를 이끌고 압록강 하류의 위화도까지 갔던 우군 도통사 이성계는 '4불가론'을 들어 수도 개경으로 군대를 돌렸다. 요동 정벌을 주장하던 최영은 회군한 이성계에게 잡혀 귀양갔다가 처형됐다. ⓒ SBS <육룡이 나르샤> 갈무리

우왕 14년(1388) 이후 628년 만에 사대라는 용어가 되살아났다. 사드 배치 때문이다. 여당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친중’ 사대주의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지난 8월,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중국 언론에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밝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게 “신사대주의적 매국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대(事大)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외교관계를 규정하는 용어다. 사드배치 찬반 논란 속 사대주의란 말이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사대라는 말을 제대로 살펴보자. 사대는 언제나 자소(字小)를 전제로 한다. ‘자(字)’는 사랑하거나 도와준다는 뜻이다. 전통시대 외교의 한 형태였던 사대자소(事大字小)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면(事大),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보살핀다(字小)’는 호혜적 의미를 담는다. 5세기 고구려-신라, 조선시대 명나라-조선의 관계가 그렇다. 이에 비추어볼 때 지금의 한-중 관계를 사대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한국이 중국보다 작은 나라인 것은 맞지만 이전처럼 보살핌을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권국가 간 우열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현대에도 사대자소 관계는 ‘사대’에서 ‘동맹’으로 말만 바뀌어 남아있다. 국가 간 힘의 우열이 존재해서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보호받는 약소국은 강대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관계. 이것이 바로 현대판 사대자소다. 전형적인 사례가 한-미관계다. 미국은 보호의 명목으로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그 대신 한국은 전시작전권마저 미국에 넘겼다. 또 F35 전투기를 비롯해 천문학적 액수의 미국 무기를 사준다. 사드 배치 역시 장차 사드를 구매하기 위한 전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F35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의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전문가의 분석은 뒷전으로 밀린다. 동북아시아에 군비경쟁과 신냉전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되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성주군민의 우려를 해소시키지 못하는 독단적 밀실행정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도 ‘사드반대=사대주의’로 여론몰이 하는 것은 ‘친중’과 ‘반미’라는 낙인을 찍어 반대 의견을 억압하려는 정치공세에 가깝다. 사드 배치로 이익을 보는 미국의 군수기업, 거기서 커미션을 받는 한국 내 친미세력을 교묘히 숨기면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대주의의 전형이 아닐까. 무기수입을 둘러싼 최순실의 안보농단 개입설에 대해 특검이 수사에 착수한 점은 그래서 더 주목받는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고륜형 기자

[강민혜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TV뉴스부 강민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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