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⑯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대단히 후퇴했다.”

4선 국회의원과 노동부장관을 지낸 정치원로이자 논평가인 남재희(82) 전 장관이 25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 전 장관은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억압되고 있다”며 “여당의 의견조차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대통령이 서면보고에만 의존하는 등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법 개정안은 재계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 

남 전 장관은 정부가 역점 추진했던 노동개혁안을 대표적으로 비판했다. 파견근로의 대상을 확대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기한을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그는 “노동조합의 의견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전경련의 희망만을 일방적으로 담은 기업 편향적 법안”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노동계의 희생 위에 기업가의 이윤만 높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남재희 전 장관. ⓒ SBSCNBC

남 전 장관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와 최저 수준 출산율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며 한국의 복지가 ‘최하위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 OECD 평균수준으로 복지 정책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데,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만 고집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 같은 이른바 ‘편법 증세’로 세금을 충당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며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국민의 생활도 후퇴했으니 다 잘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북정책에 ‘발상의 전환’ 필요

남 전 장관은 최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데, 국민적 토론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방대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 사드는 ‘한국 미국 일본의 안보 삼각동맹’을 본격화함으로써 북한 중국 러시아의 공동 대응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남 전 장관이 최근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하여 의견을 밝히고 있다. ⓒ SBSCNBC

남 전 장관은 또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한국 정치는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라며 “대북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북한이 실패한 체제이고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으나, 중국이라는 지원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붕괴와 흡수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남 전 장관은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 때문이므로 불가침조약과 북미 수교 등을 통해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평화적 환경을 조성한 후 핵무기 폐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남 전 장관은 오랜 친구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해서도 “그의 ‘북한 궤멸론’을 전제로 한다면 남북관계는 절대 풀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제1야당 대표가 노동자들의 사회참여를 부정하는 등 왜곡된 노동관을 갖고 있다”며 “그의 경제민주화이론이 ‘귤’이 아니라 ‘탱자’가 된 실망감을 느낀다”고 쓴소리를 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평가하는 남 전 장관. ⓒ SBSCNBC

남북관계와 복지의 패러다임 변화 가져올 사람 필요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대해 남 전 장관은 “새로운 지도자는 남북관계와 복지 문제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진입할 수 있도록 소신으로 정책을 추진할 사람, 평화공존의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4·19 혁명이나 87년 민주화운동의 경험처럼 민중의 힘으로 훌륭한 지도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전 장관은 여당 국회의원이 되기 전 20여 년간 신문기자로 일했으며, 정계에서 물러난 후에는 칼럼 등을 통해 개혁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보수 진영의 진보 논객’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좌우명으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를 소개하며 “좋은 세상이 올 거란 희망으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했다.


경제방송 SBSCNBC가 지난 3월 24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을 신설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주요 방송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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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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