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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 민간인 죽어도 치솟는 인기
[단비월드] 두테르테 신드롬 ① 내치
2016년 10월 31일 (월) 12:16:37 박찬이 기자 8808082@gmail.com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 세계의 화두다. 마약 소탕전을 벌이며 숱한 범죄자를 죽인다. 그 과정에 죄 없는 민간인 희생자도 나온다. 국내외 인권단체들 지적에는 모르쇠로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국민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전통 우방 미국과 더는 군사 훈련하지 않겠다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극한발언까지 퍼붓는다. 보란 듯이 중국과 밀월관계를 펼친다.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 갈등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미국과 등을 돌릴수록 두테르테를 향한 러시아와 일본의 구애 손길도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두테르테. 기존 국정운영 관행과 국제질서를 깨면서도 날로 주가를 높여 가는 두테르테 신드롬에 단비월드가 3회에 걸쳐 돋보기를 들이댄다. (편집자)

CNN, "범죄소탕전에 5살 여아 희생"

지난 8월 27일 CNN 보도. “5살 여자 어린이가 자경단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을 국제 인권 감시 단체가 확인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72)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17일자 영국 가디언지가 답을 들려준다. “두테르테는 미국이 적군을 죽이기 위해 마을에 폭탄을 터뜨릴 때 그곳 아이들도 죽입니다. 왜 서양에서는 이를 부수적인 피해라고 하면서 우리가 범죄전쟁에서 발생하는 같은 사건을 살인이라 합니까?” 마약전쟁에서 벌어진 애꿎은 민간인 피해를 베트남 전쟁 등에서 미군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와 비교한 대목에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 지난 9월, 마닐라에서 무차별적 살인이 발생해 출동한 구급요원들. © AFP

19세기 미서부시대 사형(私刑, Lynch) 부활

오랫동안 무슬림 테러리스트, 공산당 게릴라, 마약 범죄로 내전 상태였던 필리핀 다바오 시. 두테르테는 대통령이 되기 전 다바오 시장을 7번 연임하면서 치안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경찰조직이 아닌 자경단을 활용해 범죄 혐의자 1000여명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서 사적인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19세기 미국에서 인디언을 내몰며 서부로 뻗어 나가던 시기 무법자를 처단하기 위해 민간인들이 행하던 사적인 처형 즉, 사형(私刑, Lynch, 린치)이다.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들고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던 시기의 범죄처단방식이다. 물로 지금은 이슬람권에서 자행되는 명예형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다바오시에서 린치가 가해지는 동안 두테르테 시장은 직접 범죄자 3명을 총살했다는 의혹을 부정하지 않는다. 서부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린치를 통해 다바오시는 어떻게 변했을까?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몰리는 도시로 바뀌었다.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서 마약소탕 작전 과정에서 숨진 사람의 60%는 경찰 같은 국가 공식 기관이 아니라 자경단 등 사설 조직의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비판을 다바오시의 경험을 간직한 두테르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문가지다. 요즘은 시들해진 헐리우드판 서부영화의 필리핀판 재현이다.

두테르테 취임 3개월 3800여 명 사살

치안 불안이 극심한 필리핀에서 변화를 바라는 일반 대중들의 갈망이 두테르테를 당선시켰다. 국민의 바람대로 그는 마약과의 전쟁, 부패와의 전쟁에 취임 전부터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되면 필리핀의 부패와 마약 범죄를 6개월 이내에 없애버리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마약 범죄 관련 공직자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마약 용의자를 잡으면 최소 500만 페소(1억 2000만 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저항하는 마약상이나 범죄 용의자는 현장에서 얼마든지 죽여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계약을 맺은 전문 킬러 조직인 자경단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3개월 동안 3800여 명이 사살됐다는 기사가 지난 17일 가디언에 실렸다. 하루 평균 42명꼴이다.

   
▲ 2016년 7월 23일, 마닐라에서 총살 당한 남편을 끌어 안고 있는 여성. © CNN

“유엔이 우리 존중 안 하면 우리가 유엔 떠나”

국제 인권기구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유엔부터 나섰다. 초법적 인명살상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이에 대한 두테르테의 답은 단호하다. “유엔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가 유엔을 떠나겠다.” 필리핀 내부에서도 두테르테 비판이 불거진다. 레일라 드 리마 필리핀 상원의원(57)은 두테르테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며 초법적 행위에 대한 상원의 조사를 이끈다. 드 리마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8월 29일자 로이터 통신의 보도다. “도덕과 존엄의 상실, 기만을 앞에 두고 입을 다물어야 하나, 공포가 우리를 이끌게 해서 폭력과 권력 남용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계속 싸우겠다.”

드 리마 의원이 두테르테식 마약범죄와의 전쟁과 싸우겠다고 선언했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그럴 의사가 당분간 없어 보인다. 9월 펄스 아시아가 조사한 두테르테 지지도가 이를 말해준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국민 86%의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필스타가 보도했으니 말이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철권통치가 ‘필요악’이라는 인식이 필리핀 국민 의식 속에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두테르테가 부활시킨 서부영화의 부활이 언제까지 인기를 누리며 상영될 수 있을지. 필리핀을 향하는 세계인들의 시선은 당분간 붙잡아둘 전망이다.

[기사 원문 링크]

Duterte says children killed in Philippines drug war are 'collateral damage'

Philippines: 5-year-old girl killed in drug war, Human Rights Watch says

Pulse Asia: Duterte has 86% performance, trust ratings


편집 :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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