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⑫ 박관용 전 국회의장

“국무회의, 청와대 수석회의가 ‘고개 숙이고 대통령 말씀 받아 적는 자리’여선 안 됩니다. 각자가 앉은 자리에서 서로 바라보며 토론하는 자리가 돼야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16대 국회에서 최초의 야당출신 의장을 역임한 박관용(78) 전 국회의장이 '소통할 줄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전 의장은 14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대통령은 국민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라며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과 장관, 비서진과도 제대로 대화와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생긴 파동 역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대화하지 않아 일어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보다 폭 넓게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 SBSCNBC

참모들은 대통령의 단점 알고 직언해야

박 전 의장은 청와대 비서실장 등 대통령 참모진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참모들은 대통령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며 ”대통령에게 언제나 진언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의 단점을 잘 알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이라고 알려진 ‘7인회’에 대해서는 “7명 모두 내 친구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고 한다”며 “오히려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이라도 불러 얘기를 들었다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서 현역 시절을 회고하는 박 전 의장. ⓒ SBSCNBC

박 전 의장은 자신이 의사봉을 잡았던 16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與小野大)인 20대 국회에 대해 “다수당인 여당과 소수 야당이 대립하면서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구도에 비해 여소야대는 타협을 해야만 일을 할 수 있으므로 토론하는 국회로 가는 좋은 조건”이라며 여야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협치를 성공시키길 당부했다. 또 14년 만에 야당출신으로 의사봉을 잡은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해 “야당 출신 의장은 청와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소신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박 전 의장은 재임 당시 예산당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회 예산정책처를 신설하고 의원들의 대정부 질의를 1문1답식으로 바꿔 의회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박 전 의장은 여소야대 상황이 타협의 정치를 위한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SBSCNBC

남북, 작은 접촉으로 큰 대화의 문 열어야

6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남북 국회회담 대표 등으로 활약했던 박 전 의장은 북한의 핵 도발과 남한의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최악의 상황에 놓인 남북 관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제재는 불가피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조용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UN)이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우리가 개성공단 가동을 계속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남북한의 미술가나 고고학자의 공동 연구 등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험을 회고하며 “동서독 교류의 경험을 볼 때 작은 접촉으로부터 큰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이날 방송에서 금융실명제 단행과 군의 사조직 하나회 척결을 둘러싼 비화,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 일 등 김영삼 정부 당시의 비화를 흥미롭게 털어놓기도 했다.

▲ 금융실명제 전격 단행, 하나회 척결 등 김영삼 정부 시절의 비화를 털어 놓는 박 전 의장. ⓒ SBSCNBC

경제방송 SBSCNBC가 지난 3월 24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을 신설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주요 방송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812157

편집 : 김민지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