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주제 ② 우리도 덴마크처럼 행복하려면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덴마크의 길을 가야 된다.” 

버니 샌더스가 선거 유세에서 한 말이다. 덴마크 사회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지금,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덴마크를 선택한 자신이 옳았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그는 단순히 OECD 국가 중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이유로 덴마크 취재 길에 나섰지만, 덴마크는 파고들수록 배울 게 많은 나라였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자원이 없고 수출의존도가 70%나 되는 한국과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한 덴마크는 어떻게 한국보다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졌던 오 대표는 교육과 시민사회의 ‘더불어 사는 가치’를 꼽았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 오연호 대표가 ‘우리도 덴마크처럼 행복하려면’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문중현

산 교육을 실천하는 덴마크

오 대표는 덴마크의 행복지수가 높아진 배경으로 19세기 중반 그룬트비 목사의 교육철학을 먼저 꼽았다. 당시 그룬트비와 동지들은 시험이 주가 되는 죽은 교육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산 교육을 실천하려 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나는 행복하고 저 사람은 불행한데 저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뭐냐?"

교육이 바뀌자 나만 생각하지 않고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덴마크 사회는 ‘어떻게 하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을 지속했다. 최대한의 구성원들이 자존감을 유지하며 자신을 ‘루저’ 취급하지 않을 때 사회 전체가 생기를 잃지 않는다는 공동의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경제 규모로 보면 대한민국이 20위 안에 들잖아요. 이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나라예요. 그런데 이 사회 안에서 왜 이렇게 "나는 루저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이것을 덴마크 사회와 견주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덴마크 교육의 목표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오 대표는 "한국은 대부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사회적으로 괜찮은 대학으로 여겨지는 10%에 진학하지 못한 90%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에서는 ‘학생이 잘하고 있느냐 못 하느냐’는 ‘기회를 주느냐’보다 중요하지 않다. 오 대표는 덴마크의 한 축구전문학교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유치원 학예발표회 때 전부 무대에 올라가다가, 중학생이 되면 바이올린 잘하는 애들만 올라가요. 그런데 덴마크는 축구전문학교가 100명을 선발하는데 25명만 잘하는 순서로 선발하고 나머지 75명은 좋아하는 순서대로 선발하는 거예요. 기회를 다 주는 거죠.”

이것이 바로 석유도 없고 자원도 없는 나라의 구성원이 골고루 생기가 있게 된 비결이다. 

▲ 오 대표는 “덴마크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짓던 표정이 대학생이 되어도 똑같다”고 말했다. © 오연호 강의자료

왜 교육이 먼저인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하는 논의가 교육에서 이뤄져요. 교육 속에서 가치를 형성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이제 그 가치를 구현하는 형태의 사회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한 학생이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 소득 격차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왜 하필 교육인가’라고 질문하자, 오 대표는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어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최근 논의되는 기본소득 제도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경쟁적인 교육 속에서 쭉 자라온 아이들이 갑자기 사회인이 된다고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강의는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면, 오 대표가 대답하며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문중현

“여러분 대학교에 와서 팀 프로젝트 하잖아요. 이걸 적응 못 하는 사람이 되게 많죠. 왜? 중학교, 고등학교 때 안 했으니까.”

덴마크는 초중고의 반장을 뽑지 않는다. 반장을 뽑지 않는 이유는 모든 학생이 반장 정도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오 대표는 또 “덴마크의 어떤 교실도 (우리나라처럼) 이런 식으로 강의실이 배치되지 않는다”면서 “원이나 사각으로 둥그렇게 서로에게 트여있는 구조로 돼 있어서 뭔가를 함께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교육은 참여형 인재를 키우는 데 적합한 시스템이다. 

“어느 학교 교장 선생님이 ‘여러분 우리 교무실은 지금부터 민주화를 이루겠으니 이제부터는 모두가 자유롭게 토론하세요”라고 말한다고 변화가 이루어지겠어요?”

그는 <오마이뉴스> 실패담을 덧붙였다. 스스로 선택하고 즐거워하는 덴마크의 문화가 부러워 우리도 해보자는 시도였다. 몇몇 기자들에게 ‘마음대로 취재할 수 있는 한 달’을 지정했다. 한 달간 회사에 안 나와도 되고 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되니 스스로 계획하고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를 자유롭게 쓰는 제도였다. 하지만 오 대표 생각처럼 기자들의 자율성이 발현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오마이뉴스>는 수습 기자에게 수습 후 첫 달을 독립의 달로 지정한다. 구성원이 평상시에 자발적 문화를 체득할 수 있어야 현장에서도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래로부터의 정치, 시민의 힘

“시민사회가 탄탄하게 변하지 않고는 정치가 변해도 지속 가능하기 힘들 겁니다.”

오 대표는 시민의 조직화한 힘이 있어야 정치가 제대로 바뀔 것을 강조했다. 덴마크 또한 국가가 주도한 모델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부터 교육으로 시작해 정책을 만들고 법을 제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창조혁신센터를 예로 들면서 “창조경제는 경제활동 구성원이 ‘이거 안 하면 진짜 못 살겠다’는 것들을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부모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고 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거나, 정부 주도하에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의 정책은 창조경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절망을 안 해요.”

덴마크는 100년 동안 주요 8개 당 중 한 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한 역사가 없다. 집권을 위해서는 연정이 필수이니 누구나 최악은 피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적대적 양당체제를 구축해 온 한국이 선거가 끝나면 출렁거리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아무리 보수적인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최소한 그렇게 후퇴는 안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오 대표는 이 믿음이 유권자의 힘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정치의 결과를 정당하게 심판하는 시민사회의 힘은 정치권이 최소한의 것은 지키면서 자기 색깔을 가미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사고들, 노동조합이 기능했다면...

오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구의역 사고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다. 박원순 서울 시장, 은수미 전 국회의원 등 10여 명 전문가와 곳곳에서 온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고쳐야 할 점이 많음을 느꼈다. 

▲ 구의역 사고는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오마이뉴스

“노조의 근본 기능이 뭐예요? 혼자서 해결 못 할 거를 우리 함께 해결해 봅시다, 이거잖아요.”

오 대표는 구의역 사고를 세월호 사태와 연관 지으며 ‘구의역 토론회’에서는 사회자여서 하지 못한 말들을 풀어냈다. 그는 노조조직률 10%인 사회로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세월호가 침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해 민원을 제기한 직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뉴스를 통해 드러났다. 

“사장님, 이렇게 과적을 하면 위험합니다. 침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떻게든 이거 좀 바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세월호에 진정한 노조가 있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겠죠.” 

노조조직률 70%인 덴마크 사회는 문제가 있으면 더불어 해결한다는 가치를 공유한다. 한국 사회는 다르다. 위험을 알아차린 청해진해운 직원은 사고가 나기 전 퇴사했고,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문제들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는 “노조가 없는 세월호는 선주와 사장들 이전에 노조조직률이 10%인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세월호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려고 해도 한국에서는 사장이 이를 간단히 저지하거나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기 최신식 회사인 네이버에도, 카카오에도 노조가 없는데 이 구닥다리 선박 회사에 노조를 만들려고 하느냐, 너희는? 이 한마디에 게임 끝이에요.”

그는 ”구의역에 붙어 있는 추모 포스트잇 중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문구가 특히 와 닿았다“면서 “구의역도, 세월호도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많은 중소기업이 노조가 없다. 그런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우리 사회의 ‘김 군’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 오 대표의 분석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오 대표는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언론도 제 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 언론인들 앞에서 그는 ‘한국사회를 더 좋게 하기 위해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가’를 고민할 것을 당부하며 이것은 “언론인이든 정치인이든 비영리단체(NGO) 지도자든 다 고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를 기사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평범한 시민들이 꿈틀거리는 현장을 보도해 사회를 변화시킬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주체다. 

그는 ‘꿈틀뉴스’ 연재도 생각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의 <선샤인뉴스>, 네이버 <오아시스뉴스>처럼 선행을 보여주는 뉴스를 넘어서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알림으로써 꿈틀거림이 번지게 하려는 바람에서다. 21세기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나눔’이라고 강조하는 오 대표는 “기자가 나눔에 있어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 오 대표는 “스마트폰을 TV 리모컨처럼 사용해 <오마이TV>를 볼 수 있는 기술이 곧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flickr

“잊지 마세요. 여러분은 이미 기자예요”

마지막으로 오 대표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앞에서 ‘기자’의 다양한 길에 대해서 운을 뗐다. 그는 “이미 블로그, 홈페이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등등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넘쳐난다”며 “이미 여러분은 기자”라는 마음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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