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아이엠피터' 임병도 기자
주제 ② 자료 찾기와 온라인 글쓰기

“공부할 때 교과서만 필요한 게 아니죠. 참고서도 있어야 합니다. 기성 언론이 스트레이트 기사와 같은 사실 보도에 힘쓴다면, 1인 미디어는 그 사실을 쉽게,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임병도 기자는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을 담은 스트레이트 기사가 그가 말하는 교과서라면 참고서는 사건이 일어난 맥락을 해설하는 책이다. 기성 언론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데 힘쓰는 동안 임병도 기자와 같은 1인 미디어는 단일 사건이 어떤 연속성을 갖는지를 분석한다.

단, 쉽게 써야 한다는 게 임 기자의 지론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둔 그는 “아들 또래도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려 한다”고 밝혔다. 정치 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의 기사가 모두 ‘-습니다’ 체로 쓰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임 기자는 기성 언론보다 더 친절한 글쓰기를 하는 방법을 강의에서 풀어 놓았다.

▲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임병도 기자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 임국정

새벽 4시 반에 켜는 pdf 파일

임병도 기자가 말하는 기사의 가치는 둘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 ‘없는 정보’와 ‘잘못된 정보’가 그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정보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 정보, 두 기준 중 하나에 부합한다면 가치 있는 글이다. 빨간 날만 제외하고 하루에 하나의 기사를 쓰는 임 기자는 매 순간 자신의 콘텐츠가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열한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인지, 다른 사람이 읽고 필요한 것인지를 항상 구분해야 해요.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과연 필요한 것인가’를 항상 반문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

스스로 반문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임 기자는 새벽 4시 반에 올라오는 신문사 pdf 파일을 모두 훑어 본다. 기성언론이 선정한 이슈는 기본 배경으로 하고, 그 때 그 때 사람들이 주목하는 실시간 검색어도 추적한다. 중요한 건 행간을 읽는 것이다.

가령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이슈로 떠오를 때는 이것을 어떻게 다르게 쓸 것인지가 관건이다. 1인 미디어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한 개요나 이를 둘러싼 맥락이 모두 나왔을 때 또 그 이야기를 하려면 다르게 써야 한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특한 내용과 구성이 뒷받침돼야 경쟁력 있는 글이 탄생한다고 임 기자는 강조했다.

“‘구의역 안전 문제’를 쓰려면 최소 관련 뉴스를 100개 이상 봐야 해요. 100개가 아니라 500개도 봐야죠. 내가 쓰려고 했던 것이랑 똑같은 글이 딴 데서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같은 글이 있다면, 그 글은 쓸 필요가 없는 거죠.”

집요한 탐정이 되어 밝혀낸 것

“형사들이 범죄가 일어나면 현장에 가서 발자국을 봅니다. 그걸 보고 운동화인지 구두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키는 몇인지, 브랜드는 무엇인지 다 뜯어보죠. 기자가 자료를 찾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뉴스는 다 보고 사건을 재구성해 봐야 해요. 노가다죠.”

임 기자는 ‘노가다’가 빛을 발한 순간을 소개했다. 지난 5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말을 밝혀낸 게 대표적 사례다. 전 충북도지사인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대권에 대해 긍정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비서실장 임명이 ‘반기문 대망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그는 “고향이 같은 정도이며,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충북 저명인사들 친목 모임인 ‘청명회’에 대해 이 실장은 “그런 모임이 있냐”고 반문했다. 임병도 기자는 이 발언에 주목했다. 청명회를 모른다는 비서실장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충청도와 관련한 모든 사이트를 추적했다.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 할 것 없이 모두 들어가 보았다. 그러다가 한 사진을 찾아냈다. 2015년 11월 충북 청명회 권태호 회장으로부터 한국신체장애복지회 고문으로 위촉을 받고 기념촬영을 한 사진이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런 모임 모른다’고 한 이원종 비서실장의 말이 거짓말로 판명된 것이다.

▲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에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사진을 발견했다. ⓒ 임병도

“사진 한 장으로 게임 끝난 거죠. 찾아서 기사 쓰니까 다른 언론사에서 퍼 나르기 시작했어요. 짜릿했습니다. 글 쓰고, 자료로 대결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재미가 이런 거 아닐까요?”

기사에서 힌트를 얻어 역추적해 정보를 건져 올리기도 한다. 지난 4월 쓴 기사 ‘박근혜가 아베를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가 그 예다. 임 기자는 <한겨레> 기사 중에 일본 아베 총리는 재난만 벌어지면 지지율이 오른다고 쓴 문장을 봤다. 재난이 발생한 뒤 얼른 언론 앞에 나와 대책을 말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임 기자는 정말 그런지 궁금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과 총리 관저 홈페이지를 뒤졌다. <아사히>에는 2016년 4월 14일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분 단위로 아베 총리의 일정이 나와 있었다. 총리 홈페이지에는 ‘총리동정’이라는 고정 코너에 세세한 일정이 역시 분 단위로 공개된다. 아베 총리가 친구들과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지까지 나와 있는 것을 본 임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 공개와 비교했다. 2014년 4월 16일 7시간의 행적을 비밀에 부친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근거를 찾아낸 것이다. 이처럼 논리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낼 때 임 기자는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사의 무기는 자료

“여러분들 모두 외장 하드 10테라 정도는 갖고 계시죠? 아니 최소 1테라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기자 하실 분들이?”

임병도 기자는 외장 하드를 사서 노동•정치•검찰•현대사•환경 등 폴더를 만들어 찾아낸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놓으라고 강조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터졌을 때 ‘여성범죄가 맞다, 아니다’ 논란이 많았는데, 이 경우 평소 자료를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 쉽게 해결된다는 얘기다. “교통사고율, 범죄율, 사망률, 복지 지출비, GDP 등 도표자료들은 항상 모아두라”는 것이 그의 당부다. 특히 기자는 항상 부서를 돌기 때문에 자료를 꼬박꼬박 보관해야 한다.

기자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보도자료다. 매체에 속하지 않는 1인 미디어이기에 잘 주지 않는다고 실상을 전하면서도 “출입 기자한테 부탁해서 받기도 하고, 몰래 빼 오기도 한다”며 적극적으로 보도 자료를 수집할 것을 주문했다.

구글링을 통한다면 굳이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청구한 자료들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구글링을 하면 최소한 10페이지까지는 샅샅이 봐야 한다. 페이지당 15개씩 10페이지면 150개 정도가 되는데 그 정도를 보면 어떠한 사건이나 이슈에 관해서 해박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튜브나 팟빵 등을 통한 동영상 검색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시각 정보에 민감한 요즘 청소년들은 포털 사이트 뿐 아니라 유튜브를 창구로 활용한다. 만약 유튜브 자료 중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도 1인 미디어 기자의 역할이다. 또한, 기성언론에서 찾지 못했던 증거자료를 찾는 경우도 있다.

“다른 기자들도 10시간 주면 다 찾아요. 근데 기자가 하루에 기사를 하나만 써요? 대여섯 개 써야 하는데 언제 검색해서 찾고 있겠어요. 저처럼 하나만 팔 수 있는 사람은 여유 있게 찾는 거죠. 그래서 1인 미디어의 기사 품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악착같이 모아라

정보를 다루는 기자라면 통계를 예민하게 써야 한다. 정치 기사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기사를 쓸 때도 통계가 뒷받침되면 더 날카로운 기사를 쓸 수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이나 ‘열려라 국회’ 사이트가 유용하다.

의안정보 시스템 사이트에 들어가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법안 발의를 몇 개 했는지, 국회 출석률은 어떤지, 모두 볼 수 있다. 이 내용을 모으면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가령 어떤 의원이 결석도 자주 하고 법안발의도 제대로 안 하고 대표연설도 안 한 사실을 찾아낸다면 국회의원 하는 동안 뭘 했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인물 자료의 중요성도 빠트릴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개혁대상 중 하나인 검찰에 대해 기사를 쓸 때 인물을 중심으로 권력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검찰의 권력구조는 연수원 기수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인물마다 기수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임 기자는 법률포탈 사이트인 ‘로앤비'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판례는 물론 법조인 검색이 가능하므로 좀 더 세심하게 기사를 쓰는 데 보탬이 된다.

임 기자는 딱히 기삿거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들어간다. 1920년대 기사까지 손쉽게 볼 수 있는 뉴스 라이브러리는 날짜별로 과거 기사를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옛날 신문을 원본으로 볼 수 있다. 하다못해 의약품 광고의 역사를 찾아서 훑어보더라도 하나의 기사가 될 수 있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볼 수 있는 1940년 1월 1일 <동아일보> 1면.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가 꿈이 있다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와 함께 조•중•동(조선•중앙•동아) 모든 뉴스 DB(자료)를 제 컴퓨터에 저장하는 겁니다.”

하루에도 기사 100개를 썼다 지운다

임병도 기자는 좋은 기사는 ‘독자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다고 봤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기사를 파악하는 게 첫 순서다.

지난 5월 <신문과 방송>에 소개된 톰 로젠스틸 미국언론연구소 소장의 ‘저널리즘의 숨은 문제 해결하기: 형편없는 분석’(Solving journalism’s hidden problem: Terrible analytics)라는 보고서는 지난 2년간 55개 미국 언론사에 실린 40만 건 기사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 취재한 기사가 48% 높은 관심과 83% 높은 조회 수, 109% 높은 소셜미디어 공유 횟수를 기록했으며, 기사 읽는 시간을 39% 늘렸다. 평균 1,200자 정도 긴 기사의 관심 지수도 23% 더 높았다. 잘 쓴 기사라면 길이에 상관없이 독자의 관심을 받는다.

“우리는 항상 연성콘텐츠가 잘 팔릴 걸로 여기고, 독자들이 긴 기사는 안 볼 거라 생각했어요. 이 고정관념을 바꿔야 해요. 유럽에서는 저녁 7시쯤 긴 기사가 많이 올라온대요.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은데, 책 읽는 시간에 긴 기사를 많이 보는 거죠.”

임 기자는 기사 주제를 잡을 때 ‘기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독자의 시선’에 머물 것을 강조했다. 독자가 관심 갖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임 기자는 “언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추천을 많이 받는 글을 계속 관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사를 평가받을 때도 기자 자신보다 독자들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사진이 들어간 기사는 독자에게서 19% 정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이 2장 이상이 되면 관심도가 43% 증가했다. 사진이 주는 효과는 기사 주제에 따라 달랐다. 정부 관련 기사에 대한 관심도는 75%, 스포츠 기사 관심도는 43% 증가했지만, 음식이나 식당 기사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읽기 어려운 정치 기사도 도표와 사진을 많이 배치하고, 글과 사진을 번갈아 배치하면 독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존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분야를 찾아내 전문적으로 다룬 기사도 독자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가령 전국 축제 현장을 직접 찾아 다닐 때 ‘우리나라 축제 50선’과 같은 밋밋한 기사보다 ‘유료 축제보다 좋은 무료 축제’와 같은 흥미로운 기사가 나올 수 있다. 임 기자는 “독자 반응을 고려하면서 하루에도 머릿속으로 100개 정도의 기사를 썼다 지운다”고 말했다.

▲ 임병도 기자가 독자에게 사랑받는 기사의 비결을 이야기 하고 있다. ⓒ 유수빈

글을 잘 쓰기 위한 비결은 ‘다작(多作)’과 ‘꾸준한 노력’에 있다. 10년째 하루 한편씩 글을 써온 임 기자의 노력이 ‘The 아이엠피터’가 사랑받는 비법이다.

“2002년부터 글을 써서 지금까지 2천개 가까운 글을 썼어요. 저는 유시민 작가처럼 잘 쓰는 재능이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10년 가까이 쓰니까 어느 정도 인정받았어요. 10년 더 쓰면 조금 더 나아지겠죠? 하루 하나씩 쓰면 1년에 글을 몇 백 개 쓰잖아요. 글 쓰는 실력, 재능이 없으면 죽으라고 연습하면 돼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