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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고궁’의 미학
[현장] 도심 속 선계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2016년 07월 17일 (일) 19:37:11 강민혜 기자 unicorn131@hanmail.net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싶지만 멀리 떠나기 부담스러울 때 서울의 고궁이 떠오른다. 콘크리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기와지붕 고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다. 이젠 전설이 돼 가는 과거와 소통하는 재미는 덤이다. 서울의 4대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를 렌즈에 담아낸 박종우 작가의 ‘궁을 걷다, 숨을 쉬다’ 전시는 그래서 이름만으로도 도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전시회가 펼쳐진 서울 시민청 소리갤러리를 둘러봤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 전시 포스터 사진. ⓒ 박종우

자연과 조화를 이룬 창덕궁의 사계가 아름답게 펼쳐져

3개 방으로 꾸며진 전시실. 첫 번째 방에서는 창덕궁의 수려한 영상이 계절별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 녹음이 짙은 여름, 단풍이 울창한 가을, 하얀 눈이 흩날리는 겨울 등 자연의 변화에 따라 다채롭게 바뀌는 궁의 모습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도 감상을 돕는다.

창덕궁은 조선 왕조 최초 궁궐인 경복궁에 이어 1405년(태종 5년) 조선왕조의 두 번째 궁전으로 건축됐다. 고려를 무너트리고 새로 창업한 조선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질서 정연하게 건물을 세운 경복궁과 달리 창덕궁은 치세 안정기에 접어든 아들 태종이 자연과 조화로운 배치를 우선 삼아 지었다. 자연의 고요함과 고궁의 숭고함이 절묘하게 한데 어우러진다.

조선의 왕들은 경복궁보다 창덕궁을 더 사랑했다. 조선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왕들이 거처했던 공간이었던 점이 이를 증명한다. 창덕궁은 숲과 나무, 연못 등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궁궐이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창덕궁의 겨울 전경. ⓒ 강민혜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기와의 단청이 아름답다. ⓒ 강민혜

눈송이가 흩날리는 고궁의 정취

두 번째 방에서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등 3개 궁의 겨울 모습과 만난다. 흰 눈에 덮인 겨울 고궁의 정취가 선계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흩날리는 눈발 속 고요한 궁의 모습. ⓒ 강민혜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을 가진 ‘경복(景福)’이라는 이름은 정도전이 지었다. 경복궁은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왕실 권위 회복 차원에서 중건됐다.

창경궁은 1483년(성종 14년)에 대왕대비인 세조의 비 정희왕후 윤씨, 성종의 생모 소혜왕후 한씨, 예종의 계비 안순왕후 한씨를 모시기 위해 세운 효심의 산물이다.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거처하던 수강궁을 확장해 만들었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조선시대 궁궐 중 유일하게 남향이 아닌 동향으로 지은 점도 창경궁의 특징이다.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이었다. 순종에게 양위한 고종이 이곳에 살게 되면서 부터 고종의 장수를 비는 뜻에서 덕수궁이라 부르게 되었다. 경운궁 때만 해도 상당히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었으나 구한말 외세에 의해 조금씩 강탈당한 뒤 규모가 축소되었다. 덕수궁의 특징은 다른 궁궐들과 달리 서양식 건축물이 궐 안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근대사의 자취가 덕수궁에 남아있다.

이곳 두 번째 방에서는 눈 덮인 고궁 아래 바닥면에 창덕궁 부용정 연못에 비친 궁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상영돼 마치 바다 속 용궁을 걷는 느낌을 받는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연못에 비친 궁의 모습. ⓒ 강민혜

역대 조선왕의 신주를 모신 종묘의 영상

마지막 세 번째 방에서는 종묘의 모습과 종묘제례가 펼쳐진다.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다. 신주를 모신 정전과 영녕전, 제례 준비에 필요한 부속 전각으로 이뤄졌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조선 왕조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 ⓒ 강민혜

종묘제례는 정전과 영녕전에서 왕이 직접 거행하는 중요 제사다. 1995년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유형)으로 등재된 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도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무형)으로 등재되었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 조선시대의 나라제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제사인 종묘제례는 종묘대제(宗廟大祭)라고도 부른다. ⓒ 강민혜

올려다보는 고궁이 아닌 눈높이 고궁 관람

전시장을 찾은 홍애실(50대·서울시 영등포구 신도림동)씨는 “살기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서울에 살면서도 이런 고궁을 돌아다니지 못했다”며 “전시를 통해 계절마다 달라지는 궁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씨는 또 “고궁을 보면 옛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또 주미희(50대·서울시 마포구 신수동)씨는 “궁을 실제로 가서 보면 밑에서 올려다보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감이 어려운데 이번 전시를 통해 궁의 다양한 모습을 내 눈높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종우 작가는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의 도심 한가운데 궁궐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라면서 “궁궐의 높은 담장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세상의 온갖 시끄러운 소리는 일순간에 사라지고 새소리만 들려온다”고 고궁이 갖는 자연미를 찬미했다. 그 안을 걷다보면 장구한 역사가 뿜어내는 기운과 힘이 느껴지는 동시에 맑은 숨이 절로 나와 마음의 치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이 열린 소리갤러리 입구에는 미디어전시임을 알리는 전시 영상이 모니터를 통해 재생되고 있다. ⓒ 강민혜

‘궁을 걷다, 숨을 쉬다展’은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 소리갤러리에서 오는 8월 15일(월)까지 열린다.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시민청 홈페이지 참조. www.seoulcitizenshall.kr


이 기사는 서울시의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내 손안에 서울'(http://mediahub.seoul.go.kr/)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편집 : 박성희 기자

[강민혜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TV뉴스부 강민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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