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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의 기원
[김문환의 지중해 모자이크 문명기행] ③ 팔레스트라(Palestra)
2016년 05월 23일 (월) 19:15:24 김문환 kimunan2724@hanmail.net

비키니 차림 여성들 모자이크가 고대 올림픽 여성 시범경기 ‘헤라이아’를 묘사한 것일 수 있다는 추정의 근거는 시상식 장면입니다. 아랫줄 왼쪽 세 명의 모습을 보면 이해돼요. 맨 왼쪽 여성을 볼까요. 황금빛 드레스를 입었죠. 운동선수가 아니라 심판이거나 행사 주관자임을 한눈에 알 수 있네요. 드레스 위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표현한 대목이 선정성을 부추기죠. 한쪽 젖가슴을 시원스레 보여주면서요. 요즘 여배우들이 영화제 시상식장에 참석하는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시죠. 아름다운 맵시를 한껏 뽐내며 환호 속에 입장하는데... 깐느 영화제에서 뤼미에르 극장 앞 붉은색 융단 위를 걸어 입장하는 것을 본 따 “레드 카펫을 밟는다”고 하는데요. 이때 아무리 대담한 여배우라도 가슴을 송두리째 드러내 놓지는 못하죠. 이 시상식 모자이크에서 황금 드레스 입은 여인은 달라요. 승리한 선수에게 장미관과 야자수 가지를 전하려는 순간을 묘사한 건데요. 오른쪽 어깨를 파서 젖가슴을 확 드러냈으니 말입니다.

   
▲ 비키니 모자이크 아랫줄. 4세기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 김문환

아랫줄 왼쪽 세 번째 여인을 보시죠. 머리에 장미로 만든 화관을 쓰고 왼손에 승리를 상징하는 야자수 가지를 들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관은 두 종류였어요. 문학 시 경연 부문에서 우승하면 월계관(月桂冠)을 줬지요. 영국에서 계관시인(桂冠詩人)이란 칭호는 고대 그리스 올림픽 시경연 우승자에게 주던 월계관에서 따 온 명칭입니다. 체육 분야 우승자에게는 올리브 가지로 만든 관을 줬고요. 여기 모자이크에 나오는 야자수 가지도 우승을 상징했답니다. 오늘날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 깐느 영화제의 황금종려상(黃金棕櫚賞)은 ‘금으로 만든 야자수 가지’를 뜻하는데요. 모자이크에서 보듯 그리스 로마 시대 승리의 상징인 야자수 가지를 원용한 거예요. 아랫줄 왼쪽 두 번째 여성 역시 승리한 여인으로 추정돼요. 심판으로부터 승리의 화관을 받기 위해 오른손을 벌리고 왼손에는 바람개비를 들었거든요.

   
▲ 시상자. 4세기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 김문환
   
▲ 우승자. 4세기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 김문환

여기서 잠깐 고대 올림픽 복장에 대해 생각해보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면 트로이 전쟁 시기의 미케네 사회에서는 달리기 할 때 바지 같은 옷을 입었던 것으로 기록돼요. 그러다가 B.C 776년 1회 올림픽이 열린 이후 어느 시점부터 나체로 바뀌었는데, 설명이 제각각입니다. 바지를 입고 달리다가 옷이 흘러내려 넘어지기 일쑤여서 아테네 행정관 히포메네스가 '나체 달리기 법'을 통과시켰다고도 하고요. 또 메가라에서 온 오리포스라는 선수가 B.C 720년 대회에서 달리다가 갑자기 바지가 벗겨졌는데, 이것이 뒷날 자연스럽게 유행이 됐다고도 해요. 어쨌거나 그리스인은 인간의 몸, 특히 운동으로 단련한 근육질 몸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에 탐닉했던 그리스인과 나체경기는 자연스럽게 연결돼요.

   
▲ 스파이리스테리온 공놀이 여성1. 4세기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 김문환
   
▲ 스파이리스테리온 공놀이 여성2. 4세기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 김문환

이제 이 모자이크가 올림픽 시범경기 ‘헤라이아’라기보다 로마시대 목욕탕의 운동장 팔레스트라(Palestra) 풍경을 묘사한 것이라는 가정을 살펴봅니다. 아랫줄 오른쪽에 두 명의 여성이 울긋불긋한 공을 손으로 치는 장면이 나와요. 놀랍죠. 20세기 말이 돼서야 세계적으로 보급된 비키니 차림의 비치 발리볼이 로마시대에도 있었다니요. 염색 가죽을 꿰매 겉을 만들고, 그 속에 옷감을 넣은 공도 모양이 비슷하죠. 오른쪽 아래 첫 번째 여성은 수블리가쿨룸의 옆부분을 터서 각선미를 돋보이게 만들었어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성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공을 받으려는 자세네요. 모자이크에 등장하는 여성 가운데 가장 키가 커요. 입술에는 빨갛게 화장도 했고요. 섹시함이 한껏 드러나는 요즘 해변 여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 로마시대 대욕장. 영국 바스. ⓒ 김문환

로마시대 여성들의 공놀이는 '스파이리스테리온(Sphairisterion, 공놀이 방)'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었답니다. 대형 공중목욕탕 팔레스트라에 설치된 방이죠. 영국 서부 도시 바스(Bath, 영어로 목욕을 뜻하는 도시 이름 ‘Bath'는 로마시대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데서 비롯됐음)로 가면 로마 시절 목욕탕이 복원돼 있는데요. 당시 목욕탕 풍경을 묘사하는 조각들 가운데 여성들이 ‘스파이리스테리온’에서 공놀이하는 장면이 있답니다. 오늘날의 비키니 의상과 공놀이. 로마인이 향유하던 문화였어요.

   
▲ 공놀이하는 여성들. 영국 바스 박물관. ⓒ 김문환

편집 :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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