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의 지중해 모자이크 문명기행]

베나리(VENARI)=사냥

라바리(LAVARI)=목욕

루데레(LUDERE)=경기

리데레(RIDERE)=쾌락

호끄 에스트 비베레(HOC EST VIVERE)=이것이 사는 것이다.

▲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아짜아르메리나 카살레 빌라 전경. ⓒ 김문환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로마 도시 팀가드(Timgad) 유적지에 적혀 있던 말입니다. 라틴어 단어들이 낯설지만, 언뜻 봐도 살아볼 만한 인생으로 보이죠. 사냥 다니고, 목욕으로 피로를 풀며 지인들과 교유하고, 검투 경기나 전차 경주 관람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저녁이면 심포지엄에서 포도주를 즐기며 쾌락에 탐닉하는 삶.

로마 공화제를 옹호했던 B.C 1세기 서정시인 호라티우스가 멋진 시어로 답합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카르페(CARPE)'는 ‘잡다, 놓치지 않다(Catch, Seize)’. ‘디엠(DIEM)'은 ‘날(Day)’을 의미해요. 그러니까, ‘날을 잡아라’는 뜻이지요.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오늘을 꺼내 충분히 즐기며 살라는 말입니다.

현실 지향적인 로마 사회 가치관이 잘 묻어나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에서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이 학생들에게 던지던 말이에요. 대학입시에 매달려 현재의 낭만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요.

로마인들의 ‘카르페 디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체적인 유물은 없을까? 궁금증을 안고 지중해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의 산속 피아짜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 카살레 빌라(Casale Villa)로 발길을 옮깁니다. 4세기 로마시대 초대형 빌라(대농장에 지은 거대 별장주택) 잔해가 숲 속에서 발굴됐거든요. 바닥에 무엇이 있었을까요?

▲ 카살레 빌라 바닥에 설치된 로마시대 비키니 모자이크. ⓒ 김문환

비키니 차림 로마 여성이요. 아래 입는 '팬티(loincloth)'는 '수블리가쿨룸(Subligaculum)', 가슴 '브라(Bra)'는 '스트로피움(Strophium)'. 둘을 합쳐 요즘 '비키니'죠. 2천 년 전 로마 여인 의상에서 로마 문명의 카르페 디엠 생활상이 그려지시나요?

▲ 모자이크의 재료인 테세라. 프랑스 셍제르망 앙 레 박물관. ⓒ 김문환

로마 여인 비키니는 모자이크(Mosaic)라는 예술작품에 담겨 있습니다. 모자이크는 2-3mm 크기의 대리석, 유리, 도자기 조각 테세라(Tesserae)를 촘촘하게 바닥에 붙여 만든 예술작품인데요. 질척거림을 막는 방수 건축기법이기도 했어요. 바닥에 설치된 덕분에 건물이 무너져도 2천 년 세월을 오롯이 천연색 이미지로 남았지요. 당대의 풍속, 농경, 스포츠, 학문, 역사, 신화를 머금고요. 그리스 로마 문명의 풍속화첩으로 손색없답니다. 로마 공화주의 정치인 키케로는 ‘히스토리아 비타이 마지스트라(HISTORIA VITAE MAGISTRA, 역사는 삶의 스승)’라고 말했습니다. 옛것에서 배우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재미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지혜를 찾아 고대로의 지중해 여행을 떠나 볼까요.


편집: 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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