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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에게 보내는 ‘커튼콜’
[씨네토크] 전주국제영화제 ‘토크 클래스’에서 만난 영화 '커튼콜'
2016년 05월 05일 (목) 18:35:58 임국정 기자 studioim@hanmail.net

“토크 클래스? 이건 뭐지?”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볼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다, 시간표 맨 아래에서 ‘토크 클래스’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소규모 단위로 만나는 이벤트란 설명이 붙어있다. 영화제 동안 모두 10회가 열리고, “가까워진 거리만큼 더욱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주최 측의 설명은 매혹적이다. 배우와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만나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다니. 영화상영이 끝난 뒤 무대 인사로 진행돼 온 다른 영화제의 ‘관객과의 대화’와 달리 신선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제목이 달린 2회 토크 클래스에 눈이 간다. 참여 게스트는 영화 <커튼콜>의 배우 전무송과 장현성이다. 연륜이 있는 배우들인 데다 제작과 상영까지 많은 어려움을 뚫고 한국영화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이다. 다행히 아직 표가 남아 있다.

4월 29일 전주로 향했다. 토크 클래스가 열리는 카페 <하루일기>는 완산구 전주객사길에 있다.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좁다란 문을 지나고 철제 계단을 올라 카페 2층에 도착했다. 5평 남짓의 아담한 공간에 배우들이 앉을 테이블을 바라보며 20여 자리가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자리가 채 다 차기도 전에 배우들이 도착했다.

   
▲ <커튼콜>의 출연진 장현성과 전무송이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영화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 임국정

커튼콜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 클래스’는 배우들의 전주와의 인연 이야기로 시작됐다.

전무송이 영화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임권택 감독과 <만다라>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만다라> 촬영을 하며 전주에 1주일 정도 머물렀다. 그는 전주를 “그 후로도 자주 와서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연극을 주로 하다 보니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현성은 전주국제영화제에 3번 참가했다. 그는 “여태까지 전주에 가지고 왔던 작품 중 가장 자신 있는 작품”이라며 영화를 향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커튼콜>은 대학 시절 <햄릿>을 탁월하게 해석할 정도로 연극에 두각을 보였지만, 지금은 에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생계를 유지하는 3류 연출가 민기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민기가 우연한 기회에 정통 <햄릿>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은 후 발생하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커튼콜>은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영화로 찍은 것이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살림살이도 힘들고, 예술가로서 열정은 늘 헛헛하고.” 장현성은 자신이 역을 맡은 민기를 그렇게 표현했다. 장현성이 우상이라고 밝힌 전무송은 영화 속에서도 장현성의 선생 역할을 맡았다.

“커튼콜의 의미가 뭔가요?” 한 여자 관객이 물었다. 전무송은 관객 뒤편에 서 있던 감독을 소개하고 “감독이 설명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류훈 감독은 갑작스러운 지목에 당황해하면서도 차근차근 질문에 답했다.

“커튼콜이라는 제목에 영화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커튼콜의 순간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이에요. 인생에 비유한다면 자신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냈을 때 마지막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커튼콜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커튼콜은 연극에서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보내 퇴장한 출연자들을 무대 앞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을 말한다. 커튼콜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들. 마침내 커튼콜을 받았을 때의 환희. 노력과 기다림이라는 면에서 영화 <커튼콜>과 인생은 닮아 있다.

   
▲ 전무송의 요청에 류훈 감독이 <커튼콜>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임국정

마이너의 설움

류 감독은 <커튼콜> 제작을 시작하며 ‘배우의 느낌이 나는’ 배우를 찾았다. 유명세보다 배우로서 주는 존재감이 큰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그는 처음 장현성을 소개받고 굉장히 안정감을 주는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은 장현성 선배가 있는 소속사가 컸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시나리오를 좋게 봐주셔서 성사됐어요. 투자를 못 받아서 시간을 질질 끌었는데도 장현성 선배는 기다려주셨죠.”

<커튼콜>은 제작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독립영화계에서는 상업영화 같다고 하고, 상업영화계에서는 독립영화 같다며 서로 핑퐁 게임만 벌이다 여러 번 투자가 엎어졌다. <커튼콜>은 자본이 잠식한 메이저 영화계에 끼지 못했다는 점에서 독립영화에 가깝다. 투자는 무산됐고 영화를 접어야 할 상황이 왔다. ‘마이너’의 설움이었다. 그때 다시 영화를 계속하게 해 준 전무송에 대해 류 감독은 애틋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영화를 접기로 마음먹은 날, 전무송 선생님을 뵈러 갔어요. 말씀을 나누고 헤어질 때 전무송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냐면...‘저를 선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류 감독은 대배우가 아들뻘 되는 자신에게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데 감동을 받았다. 그는 영화를 끝까지 만들기로 다짐했다.

좌초될 위기를 극복하고 <커튼콜>은 2015년 전주프로젝트마켓 극영화 피칭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경쟁 부문에 올라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배우의 기다림이 더해져 영화는 완성된다

“저는 어디까지나 배우예요.” 류 감독의 말을 듣던 전무송이 얘기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선배일 수 있으나, 작품을 할 때는 연출·감독의 지시에 따라 최선을 다해서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해야 합니다. 그 이외에는 없어요.” 그의 프로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다’라는 말이 있다. 제작진이 선택해주기를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지치고 탈진해 사라지는 배우도 많다. 장현성도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단순한 촬영장에서의 기다림도 있죠. 하지만 제작진에게 선택된 후 배우로서 연기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시간은 잠깐이면 지나가거든요. 그 순간을 위해 늘 본인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준비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배우가 가지는 기다림의 본 모습입니다.”

장현성의 표현으로 ‘배우(俳優)는 배우는 사람’이다. 좋은 피아니스트는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연습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무용수는 몸을 단련한다. 그러면 배우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배우가 되겠다는 아들에게 숀 코너리는 “이 도서관 한쪽 면에 있는 책을 모두 다 읽으면 너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영화배우도 발차기 한 번을 선보이기 위해 적어도 5000번 이상의 발차기를 연습한다는 것이 장현성의 설명이다.

전무송은 55년 동안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옛날 선배님들이 ‘먼저 인간이 돼라. 그래야 좋은 배우가 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 연극에 매달리며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이 인간이 되는 길인지를 고민했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듣고,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표현해라. 이것이 연기예요. 사실 보고 듣고 느끼고는 다 하는데, 중요한 건 ‘제대로’죠. 그렇기에 배우는 끝이 없습니다.”

좁은 공간이라, 배우들이 짓는 표정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숨결까지 느껴진다. 배우들의 말은 관객들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진다. 배우이기 전에 인생 선배로서 말하는 그들의 얘기에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영화의 3요소로 ‘감독’, ‘배우’, ‘스토리텔링’을 꼽는다. 감독의 의지만으로 영화가 완성될 수는 없다. 열정적인 배우들의 마음이 있었기에 <커튼콜>은 마침내 빛을 볼 수 있었다.

   
▲ 영상·연출을 공부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학생이 배우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 임국정

마이너에게 보내는 커튼콜

영화계의 현실은 냉혹하다. 제작자들은 영화를 예술로 보기보다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본다. 대기업들은 거대 자본과 막강한 배급력으로 영화시장을 주도하며 흥행이 되는 영화만 선보인다.

장현성은 말한다. “100여 분 동안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지금 영화계가 다양성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양성’ ‘대안’을 내세운 이유가 아닐까요?” 류 감독도 궤를 같이하는 답변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자본이 주도하는 영화들만 보게 되는데 영화제에는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존재해요. 영화제는 마이너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나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장이죠.”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했을 때 마이너 영화들이 더 많이 상영된다. 류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독특하고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들이 상영될 기회가 많은 영화제”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관객들의 관심이 잘 만든 작은 영화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장현성의 한 마디에 우리 영화계와 영화인들의 절실함이 묻어있다. 영화 <커튼콜>은 예술영화를 고집하는 영화인들이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커튼콜’을 성사시킨 과정이었다. 힘든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커튼콜이 필요하다. 커튼콜은 살아가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40분의 짧은 시간이 흐르고 ‘토크 클래스’는 끝이 났다. 영화인들이 적은 수의 관객들과 직접 만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관객들의 질문을 후반 10분 동안 몰아 받는 등 소통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토크 클래스’는 독립·실험 영화와 같은 주목 받지 못하는 마이너 영화에 관객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17회 전주국제영화제 ‘토크 클래스’ 이벤트는 5월 4일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다양한 배우들과 관객들이 더 늘어난 시간·횟수로 만나, 마이너에게 보내는 커튼콜이 더욱 많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편집 : 이명주 기자

[임국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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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188.XXX.XXX.27)
2016-05-13 05:05:46
Way to go on this esasy, helped a 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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