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무엇을 바라나

부산국제영화제가 20주년을 맞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75개국 304편의 초청작이 소개된다. 부산 센텀시티와 해운대, 남포동의 6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주요 행사로는 핸드프린팅, 오픈 토크, 야외무대 인사, 시네마투게더 등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부산영화제에 찬사만 보낼 때 단비뉴스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한 관객에 주목했다. 관객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무엇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3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 20명에게 영화제에 바라는 점과 개선돼야 할 점 등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화려하게 개막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현지 홍보와 시니어 관객 배려 필요

임혜진(20대 후반·부산 해운대구)씨는 “해운대구를 제외한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는 영화제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영화제 홍보가 잘 안 되는 점을 지적했다. 김재영(27·부산 해운대구)씨는 “예전에는 TV에서도 영화제를 홍보했는데 요즘은 관객들이 알아서 오겠거니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영화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지역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젊은 관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었다. 권가이(23·부산 수영구)씨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영화에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올해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정주리(60·부산 수영구)씨는 “인터넷 사전예매는 어렵고, 현장에서 표를 사려니 줄이 길어서 엄두도 못 냈다”며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영화들을 볼 수 있게 해줬으면”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옆에서 정주리씨 남편이 보탠다. “(영화 일정을 소개한)티켓 카탈로그의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들다. 영화제 운영위원회가 시니어 관객의 편의를 좀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

소통하는 자리 더 늘려야

3일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 영화의 전당 야외매표소 앞에 십여 명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줄 서고 있었다. 내일 오전 8시에 표를 사기 위해 유미경(27·부산 해운대구)씨는 밤 9시부터 3시간째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GV(관객과의 대화)와 오픈 토크를 보기 위해서”라며 “평소에 보기 힘든 국내·외 배우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함께 온 김재영(27·부산 해운대구)씨도 “하비 케이틀 같은 전설적인 배우나 틸다 스윈튼 같은 할리우드 배우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며 스타와의 만남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가연(22·부산 해운대구)씨는 “전에는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통제가 심해졌다”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 인사처럼 연예인들과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통제와 안내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는 올해 786명으로 부산국제영화제 1회 때 334명에 비하면 크게 늘었고, 경호도 강화됐다. 관객과의 대화는 초청작 중 가장 이슈가 되는 작품의 게스트와 이야기 나누는 ‘오픈 토크’, 관객과 영화인들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아주담담’, 해운대 백사장과 남포동 비프 광장에서 진행하는 ‘야외무대 인사’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야외무대 인사는 총 34회 진행돼 오픈 토크(7회)와 아주담담(5회)에 비해 횟수는 많지만, 보통 20분 정도 진행돼 스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영화 팬들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으로 비쳐진다.

▲ 인터넷 사전예매를 못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의 전당 현장매표소. ⓒ 정성수

개선돼야 할 현장서비스

유희선(35·서울 영등포구)씨는 현장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 무작정 줄 서게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을 지적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상영서비스를 총 10개국 12편의 영화에 대해서 시행하고 있다. 국제영화제임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외국인 관객들을 위한 통역 및 안내서비스도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호(38·부산 중구)씨는 “극장이 한 곳에만 몰려있어서 영화를 못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남포동 지역을 활성화하고 극장 수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화를 상영하는 41개 스크린 중 37개가 해운대구에 집중돼 있다. 행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이슬(24·부산 기장군)씨는 “GV때 시간이 짧아 질문을 많이 못 한다”며 “관객들의 질문을 미리 받아서 사회자가 물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김지후(22·부산 해운대구)씨는 “시설은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다양한 야외행사가 마련돼 기다리는 동안 관객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티켓관리와 판매방식도 문제다. 김가연 씨는 “당일 예매취소나 환불이 안 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방소연(27·부산 사상구)씨는 현장 예매를 어디서 하는지 안내가 잘 안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관객들이 권하는 나만의 영화제 즐기기 비법

관객들은 부산영화제를 즐기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노유경(25·부산 금정구)씨는 영화의 전당 근처에 있는 동서대 소향뮤지컬씨어터를 추천했다. 뮤지컬씨어터는 평소 뮤지컬만 공연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출품작을 상영한다. 그녀는 “음향이 좋고 좌석이 매우 쾌적하다”며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했다. 임혜진 씨는 “작년에 야외상영관에서 <위플래시>를 봤는데 야외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박수쳤던 게 인상적이었다”며 야외상영관에서의 관람을 추천했다. 

영화를 전공하는 정은주(23·대구 수성구)씨는 “최대한 GV가 있는 영화 위주로 관람하는 게 좋다”고 자신만의 비법을 소개했다. GV를 통해서 감독과 이야기하다 보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원(27·부산 북구)씨와 채보경(26·부산 진구)씨는 “예매가 어려운 영화관람 대신 상영관 주변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부스에서 볼거리를 찾는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제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 관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 ⓒ 정성수

영화감상을 넘어 축제로 승화할 방법 찾아야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았다는 익명을 요구한 여성(39·부산 해운대구)은 “마음은 축제라고 느끼지만 선뜻 참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예매시스템은 젊은 사람에게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예매는 빨리 매진되는데 가정주부들은 애들 학교 보내다 예매하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여성(37·부산 남구)은 “예술성 높은 작품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선뜻 보기 어렵다”며 “대중적인 영화도 많아야 자신처럼 영화제를 처음 보러 온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일행인 김태희(43)씨는 “영화제가 좀 더 예술영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예전에는 영화제가 아니면 제3세계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해외영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재의 부산국제영화제는 나라별로 영화할당량을 배분해놓고 상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영화제도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 돼요. 영화 감상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축제형식으로 승화돼야 일반 대중들도 더 참여하게 될 것 같아요”

그는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 테이블에서 아내와 아이들, 친구와 함께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의 눈에도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부스나 야외행사는 부족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등 한국영화계에 많이 기여했다. 하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서 시니어 관객 소외, 관객과 소통부족, 관객 참여형 콘텐츠 부족 등을 극복하는 것이 애정 어린 걱정과 응원을 보내는 관객에게 보답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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