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청년 정치를 위한 제안 ①

청년세대에게 한국은 ‘헬조선’이 된 지 오래다. 이를 개선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정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은 청년만을 위한 길을 넘어 한국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4.13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어떻게 청년정치를 살릴 것인지 4편의 시리즈로 제안한다. (편집자)

① ‘청년 정치’ 간판에 ‘청년’이 없다(박장군 기자)
② 청년비례대표, 이젠 늘리자(김현우 기자)
③ 보편복지가 청년정치다(신혜연 기자)
④ 디지털 청년정당이 답이다(윤연정 기자)

▲ 박장군 기자

기원전 1세기 로마의 키케로 형제는 선거의 달인이었다. 당시 최고 관직인 집정관 선거에 나온 형 마르쿠스 키케로를 위해 동생 퀸투스 키케로는 온갖 묘수를 고안해낸다. 귀족들에게는, 서민들의 환심을 사려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서민들에게는 그들을 위해 한평생 노력해왔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강조하라고 말한다. 경쟁자의 인품과 관련된 추문을 퍼뜨리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형제는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로마 시대 선거 전략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총선을 3주 앞둔 시점에서 청년 정치를 둘러싼 정치권의 태도는 키케로를 떠올리게 한다.

청년 정치를 대하는 기성 정치권의 문제점은 청년을 선거에 이용하기만 한다는 점이다. 정당들은 20·30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의 겉표지로 청년 정치인을 활용했다. 오디션을 치러 비례대표 후보를 뽑고, 기성 정치권에 대해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를 가진 청년을 당의 젊은 얼굴로 내세웠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 해결을 겨냥한 법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번 공천 논란에서도 모 당의 경우, 70대 중반의 당 대표가 비례대표 명부 앞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는 사이, 40대 이하 후보는 단 세 명뿐이었다. 청년들이 기성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이 키케로의 전략을 답습한 결과, 20·30세대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치의 주체로 청년이 배제된 상황에서 정치가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2.5%, 56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이 중 3분의 1은 비정규직이 될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 아들, 딸들을 위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여·야의 약속은 계파싸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치에 고개를 돌린 건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17·18대 대선, 19대 총선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가 20·30세대였다. 50대, 60대 이상 유권자 투표율보다 20%포인트나 낮았다.

20대 총선을 목전에 둔 지금, 청년 정치를 위해 키케로를 잊을 때가 왔다. “선거운동은 최고의 볼거리와 권위로 치장한 쇼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청년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 청년이 주축이 된 포데모스는 스페인 정치를 바꾸고 있다. ⓒ Flickr

5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과 살인적인 주거비에 내몰린 스페인 청년들의 분노는 ‘포데모스’라는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총선에서 제3당이 된 ‘포데모스’는 당 대표, 대변인, 의원 모두 20·30대다.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힘을 실어줬다.

올해 1월 열린 대만 총통 선거에서도 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의 힘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청년들의 분노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에게 청년들은 표를 몰아줬다.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는 간판을 내건 신생 정당 ‘시대역량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3당으로 도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대만 연구소에 따르면 20~29세 청년 투표율은 74.5% 나 됐다.

이베리아 반도와 대만을 휩쓴 분노의 바람이 한반도에도 불어올 수 있을까. 그 바람이 불게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편집 :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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