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톰 로젠스틸 등 '뉴스 시청률 마법의 공식'

"HLN '낸시 그레이스'의 평균 시청자가 28만3천 명이야.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인 '뉴스나이트'는 96만 명이지. 일주일 전, 케이시 앤서니 재판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낸시 시청자는 150만을 넘었어. 반면 '뉴스나이트'는 46만 명이 돼버렸지. 5일 만에 2등에서 5등이 된 거야."

2011년 미국은 케이시 앤서니 사건으로 들끓었다. 미혼모인 케이시는 두 살짜리 자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부쳐졌다. 언론사들은 술과 파티를 좋아하고, 아이의 죽음에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케이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반면 ‘뉴스나이트’ 제작진은 이 사건이 '엔터테인먼트'라며 보도하지 않았다. 5일 새 시청률은 반 토막 났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광고가 줄고, 광고 수입 감소는 회사의 손실로 이어진다. 제작진은 공익과 시청률 사이에서 갈등한다. 2012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뉴스룸> 시즌1, 8화의 한 장면이다.

▲ ACN 사장 리스 랜싱은 시청률이 떨어졌다며 '뉴스나이트' 제작진을 압박한다. ⓒ <뉴스룸> 시즌 1, 8화 갈무리

공익성과 시청률, 둘 다 잡는 법

뉴스 산업은 저널리즘과 비즈니스가 결합한 산업이다. 드라마처럼 저널리즘과 시청률(수익)은 대립하는 관계다. 사람들은 지루한 정책 기사보다 선정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영상에 끌린다.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느라 길어진 기사보다 범죄 속보처럼 짧은 뉴스를 좋아한다. 뉴스 제작자의 개인적 경험과 추론, 단기간의 여론조사, 통념에 따르면 그렇다.

'탁월한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들은 다르게 주장한다. 저널리즘과 수익은 반드시 대립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한 뉴스가 상업적 성공을 보장한다. <뉴스 시청률 마법의 공식> 공저자인 톰 로젠스틸과 그의 동료들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전국 154개 지역 방송국에서 1,200시간 동안 방송된 3만3천여 기사를 수집하고 3년간 분석한 결과다.

'뉴스는 충격적이거나 놀라워야 한다', '속보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시청자는 관음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시청자는 긴 기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등은 방송계를 배회하는 통념들이다. 방송 제작자들은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이런 통념에 따라 뉴스를 만든다. 때때로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조사 결과를 참고하지만, 이런 조사는 지나치게 피상적이다. 저자들은 낡은 신화들이 잘못된 선택을 이끈다고 설명한다.

빠른 보도를 위해 정확한 정보로서의 가능성만 전달하고 진위 여부는 나중에 따지는 관행, 공보실 직원 한 명의 말만 듣고 쓰는 기사,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범죄 현장에 둘러쳐진 노란 테이프와 경찰을 클로즈업하는 보도 기법은 시청률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시청자는 통념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책에 관한 기사, 독창적인 기획 기사를 보도할수록 시청률이 더 높아졌다.

선정적인 보도는 시청자를 끌어오지 못한다. 중요한 사안을 가십처럼 다루는 싸구려 보도는 시청률을 낮춘다. 기자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기사일수록 시청률이 높고, 상업적으로 더 가치가 있다. 저자들은 "저렴한 기사들을 방송할 경우, 시청률 면에서 오히려 비싼 대가를 치른다"고 경고한다. 대중은 뉴스 제작자들이 어떤 보도에 더 많이 투자했는지 구분할 줄 알고, 신화에 의존한 보도들이 얄팍한 술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품질이 성공을 책임진다

▲ <뉴스 시청률 마법의 공식>은 연구를 통해 통념을 뒤집고 독창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시청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 커뮤니케이션북스

좋은 저널리즘은 뉴스의 상업적 성공을 가져온다. 최고 품질의 뉴스와 수익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양자택일할 필요가 없다. 시청자는 오락을 다룬 연성뉴스보다 정책과 관련 있는 기사를 더 선호한다. 특히 정부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는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기까지 한다. 그것은 방송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저자들은 “언론이 감시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단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널리즘의 원칙과 상업성을 놓치지 않는 '마법의 공식' 6개가 있다. 먼저 기자들은 가십성 이슈가 아니라 중요한 뉴스를 취재해야 한다. 또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기획 기사에 투자해야 한다. 익명의 정보원에 의지하지 말고 정보 출처의 신뢰성을 높이며, 더 많은 출처와 관점을 기사에 담아야 한다. 이 기사가 지역에 사는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중요한 기사를 길게 만들되 쓸모없는 부연은 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드라마 <뉴스룸>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제작진이 케이시 앤소니 사건을 보도해야 한다면, 재판 과정을 매일같이 생중계하거나 그의 부도덕함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왜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해서 일어나는지 원인을 밝히고, 예방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아동 보호 방법을 다뤘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공익과 시청률 모두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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