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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기자가 돼라
[인문교양특강] 이문재 경희대 교수
주제 ② 미디어 글쓰기 최소 원칙
2016년 02월 26일 (금) 22:37:50 강한 구은모 문준영 기자 strongufo@gmail.com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가져온 책의 한 대목을 읽어드릴 텐데요. 이게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이야기인지 상상해보도록 하세요. 재미있는 퀴즈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을 듣던 한 학생이 “1940~50년대 미국, 아니면 대한민국”이라고 답했다. 정답은 1830년대 미국. 이문재 교수는 “당시 시대가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모리스 버먼은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책에서 불안하고 쫓기는 이 나라 방식의 생활을 반복해서 언급한다. ‘그것은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는 성공을 추구하는 괴로운 삶이다. 이들의 목표는 막연한 물질적 성공이다.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얻고자 하는 불안한 영혼들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가혹한 것이다.’ 버먼은 이 나라가 도덕적 기초가 없는 세계를 향해 표류하는 것을 보며 소설을 썼다.

‘비즈니스는 이 나라 사람들의 영혼 그 자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에게 생활의 안락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적 행복의 원천으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이 나라 사람들만큼 걱정으로 주름이 깊이 파인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싸우고 책략을 꾸민다.‘

   
▲ 이문재 교수가 '미디어 글쓰기 최소 원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강한

모리스 버먼은 ‘허슬링(Hustling)’이라는 단어를 통해 미국 사회를 비판한다. 허슬(Hustle)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사기나 강탈 등 각종 수단을 주저 없이 사용하는 행태를 말한다. 경제적 동물, 탐욕스러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허슬러(Hustler)와 허슬링 라이프. 이것이 미국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이 책은 기술과 관련해 우리 사회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도구의 시대,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 기술주의 시대. 지금 시대는 오로지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다. 아무도 기술이 갖고 있는 폭력성, 반인간성, 반문명성, 지속불가능성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시장 전체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문재 교수는 이런 대한민국 현실에서 미디어와 디지털 문명을 비판한다.

“인터넷혁명이 인간의 감정이입 능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공감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세상입니다.”

인터넷의 역설, 온라인을 접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 

1998년에 카네기멜론대학 연구팀은 온라인을 접하는 사람들이 1,2년 내에 사교성이 줄어들고, 심리적 건강이 나빠진다는 ‘인터넷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심층 연구를 발표했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면 가족간 소통은 물론 지역 사교모임도 줄고, 외로움과 우울증 비율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인터넷 때문에 사람들은 더 좋은 관계를 질 낮은 사회적 관계로, 강한 결속을 약한 결속으로 대체한다고 봤다. 최종적으로 부정적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 인터넷 혁명은 생활을 윤택하게 했지만 인간의 감정이입 능력과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가져오고 있다. ⓒ pixabay

“코넬대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어요. 한쪽 집단은 수업시간에 지금처럼 노트북을 켜 놓게 하고, 한쪽 집단은 못 켜놓게 했어요. 학습효과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없는 강의실이 훨씬 높았어요. 또 하나는 피피티(Power Point)를 사용하는 경우예요. 피피티 활용 강의가 옛날 방식보다 학습효과가 덜했죠. 여러분은 디지털 기기를 절대로 맹신하면 안 됩니다.“

‘기술이 인간 내면을 식민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 언론은 어떻게 해야 될까.’ 이문재 시인은 디지털 사회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는 “기자들이 취재는 안 하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한다”며 속도에 매몰된 디지털 언론 행태를 비판했다.

“기자는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감정이입과 공감을 통해 타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해야 해요. 저는 최소한 여러분이 인터넷으로부터 얼마나 거리를 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미디어 형태와는 무관합니다. 이것은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사실 저는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러 온 겁니다.”

전자 통신 장치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다중작업, 멀티태스킹이 장려되고 있다. 하지만 다중작업은 효율성을 낮춘다. 2006년 런던대학은 멀티태스킹이 판단능력과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다중작업을 요구하는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방해 기술의 생태계인 셈이다.

“구글 많이 사용하시죠? 그리고 구글의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를 찬양하는 그런 기사들 많이 나오죠? 여러분은 구글에 대해 어떤 입장이세요? 구글에 입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가지 마세요.”

이문재 교수는 구글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가 소개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한때 IT업계의 아버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터넷을 끊고 맥루한의 제자가 된다. 카는 구글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구글 회사의 종교화와 지적 윤리에 대해 지적한다.

“구글의 지적윤리가 진보의 화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서 진보는 의미가 다릅니다. 진보는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의미에서 진보가 아니에요. 새로운 기술적 진보. 여기서 제1의 가치는 효율성입니다. 구글 스스로도 그들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들어오고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회사의 수익이 그 과정에 달려있어요. 논쟁이나 이야기로 주의를 길게 끄는 일은 그들의 적입니다. 구글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 여유 있게 읽기입니다. 느리고 집중된 생각입니다.

   
▲ 이 교수가 '디지털 기기는 과연 인간에게 긍정적이기만 할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강연을 이끌어가고 있다. ⓒ 강한

좋은 기사를 쓰려면 제목부터 정하라

디지털과 언론에 대해 고민한 뒤, 이문재 교수는 주간지인 <시사저널> 기자 경험을 털어놓으며 좋은 기사 쓰는 다섯 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제목부터 정하고 제목을 마지막까지 고민하세요. 자기 기사의 제목은 자기가 정하는 게 좋습니다."

기사를 쓸 때 제목부터 정해야 하는 건 잘 알려진 정석이다. 제목은 그 기사의 나침반이다. 제목은 취재과정에서 수시로 변해야 하는 목표지점이기도 하다. 제목이 변하지 않으면 북한 기관지인 ‘로동신문’과 다르지 않다.

기사를 쓸 때 스스로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아는 것은 한 번 더 확인하고 모르는 것은 취재를 통해 알면 된다. 그렇다면 선배가 제일 빠른 길이다. 예를 들어 정치부에 들어가서 선거를 취재한다면 4년 전, 8년 전 선거를 취재했던 선배들이 있다. 문화부도 마찬가지다. PD라면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그 분야 선배를 찾아가 물어보면 3초면 해결될 문제를 혼자 끙끙 앓다가 3개월간 못하는 경우를 봤다”며 경험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책은 아이템 선정의 지표다. 취재 아이템을 정했는데 관련된 책이 없다면 중요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뜻이다. 책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다. 디지털 시대에 책은 더 소중한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인터넷을 믿지 말고 책에 있는 자료도 한 번 더 검증해야 한다”며 책읽기를 강조했다.

현장에는 반드시 무엇인가 있다. “인터넷에 의존해 현장을 등한시하지 마라.” 이 교수는  ‘현장이 없는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설가 김훈의 호기심을 배워라

이 교수는 기자 시절 함께 기자 생활을 했던 김훈의 일화를 소개했다. 80년대 초반 김지하 시인이 감옥을 들락날락할 때였다. 출옥하는 날 기자 수십 명이 감옥 앞에 모였다.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였던 김훈도 취재를 나갔다. 김지하 시인의 장모인 소설가 박경리 씨가 젖먹이 손자를 업고 사위를 마중 나왔다. 김훈의 기사는 다른 기자들 기사와 달랐다. 김훈은 ‘김지하의 장모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마중을 나왔는데 털신을 신고 왔다’고 썼다. 호기심과 관찰력은 기사의 격을 가른다. 호기심은 관찰력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박경리 선생이 유명한 시인 사위의 출옥을 맞이하러 나왔는데 정장 차려입고 세련되게 왔으면 김훈 선생은 그냥 박경리 선생이 마중을 나왔다고 썼을 겁니다. 근데 천하의 박경리 선생이 애를 포대기에 업고 옛날 할머니들이 신는 털실을 신고 왔어요. 대단히 절박하구나. 세상의 눈길은 신경 쓸 틈도 없이 사위를 맞이하러 나온 박경리 선생. 그때는 소설가가 아닌 거죠. 누군가의 할머니고, 누군가의 장모일 뿐이에요.”

‘다시 보기’의 중요성

다음으로 이 교수는 리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취재에서 돌아와 동료 기자들에게 취재내용을 설명하라는 것이다. 취재 내용을 설명하면 두 가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우선 취재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말하는 과정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되고 구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취재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취재 내용을 동료에게 설명하다 보면 상대방은 취재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거나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이를 보완하면 취재의 완성도는 자연스레 높아진다.

머리맡을 되찾자

요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슨 일을 할까?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지난밤 있었던 사건들을 검색할 것이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3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대인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끌어안고 산다. 디지털 기기는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속도를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더 똑똑해진 인간을 일컫는 ‘호모 스마트포누스(Homo Smartphonus)’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 창의적인 글쓰기를 향한 첫 발은 넘치는 디지털을 잠시 밀쳐두는 데서 시작된다 ⓒ pixabay

디지털 기기는 과연 인간에게 긍정적이기만 할까? 이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역기능에 주목한다. 그는 디지털 기기는 ‘디지털 치매’로 대표되는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저하 등 일상적 부작용뿐 아니라 글쓰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하루 종일 디지털 기기와 끊임없이 접속하는 현대인은 이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의적인 글쓰기가 방해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머리맡 챙기기’를 제안한다. 머리맡 챙기기는 간단하다. 잠들기 전에 디지털 기기를 손에 닿지 않는 곳에 갖다 두면 된다. 잠들기 직전과 잠에서 깬 직후는 뇌가 알파파 상태로 파동을 바꾸는 시간이다. 뇌파의 일종인 알파파(alpha wave)는 눈을 감고 진정된 상태로 있을 때 안정적으로 나타나며, 눈을 뜨고 물체를 주시하거나 흥분하면 억제된다. 이 교수는 신경계가 느려지고 몽롱한 상태가 되는 이때,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른다고 했다.

“잠들기 직전 5분, 잠에서 깬 직후 5분, 이 시간은 놀랍게도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떠오르는 시간입니다. 나는 이 창의성의 시간을 ‘신이 선물을 내려주는 시간’이라고 말해요. 신은 누구에게나 하루 두 번씩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선물을 줍니다. 스마트폰에 이 선물을 빼앗겨선 안 됩니다.”

이 교수는 머리맡에 스마트폰 대신 메모지와 펜을 챙겨두라고 당부한다. 머리맡에 필기구를 놓아두고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다 보면 메모 안에서 글감이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얼마든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되 잠들기 직전과 잠에서 깬 직후, 하루 10분만 멀리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이 약속이 지켜질 때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을 건너기 위한 나룻배, 롤모델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롤모델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고, 소설가를 꿈꾸는 이에게는 동경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는 기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다면 따라가고 싶은 기자의 기사나 책을 정해서 죽도록 따라 하라는 것이다.

“롤모델은 나룻배 같은 겁니다, 강을 건너면 없애버려도 되는. 필사를 하든 외우든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됩니다. 롤모델을 수단으로 삼고 두세 개 정도 갈아치우고 나면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가 어느 정도 구축될 겁니다. 그 다음엔 여러분이 또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야겠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정연주 조효제 정희진 김혜원 이문재 이택광 신형철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 : 문중현 기자

[강한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시사현안팀 강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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