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특강] 김혜원 상담심리전문가
주제 ② 공감과 수용의 관계 맺기

“여러분이 7살 여자아이를 키운다고 가정해볼게요. 마트에 가서 어항에 물고기를 사왔어요. 딸 아이가 그걸 키우는데 어느 날 아이가 불러요. ‘아빠 물고기가 다 죽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

▲ 김혜원 박사가 학생의 고민을 듣고 감정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조민웅

상담심리전문가 김혜원 박사는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질문을 던지며 ‘공감과 수용’을 주제로 한 특강을 시작했다. 김 박사는 슬퍼하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반응이 4가지로 나타난다고 했다. 첫 번째 유형은 ‘축소전환형’이다. 이 유형의 부모는 “피자 먹고 마트 가서 또 사자”라고 말하며 아이 감정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전환시킨다.

두 번째 유형은 “내가 뭐라고 그랬니? 쉽게 죽는다고 말했잖아”라고 말하는 ‘실패분석형’ 부모다. 세 번째는 ‘방임형’ 부모로 “아이고 딱하지, 울어라 울어”라며 말만 하고 아이가 슬퍼하게 내버려둔다. 마지막 유형은 “슬프겠구나, 네가 슬퍼하니까 아빠도 슬프다”라며 공감을 표현한 다음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는 ‘공감형’ 부모다.

심리학자 로저스는 심리치료에서 무조건적 존중, 공감적 이해, 진정성을 강조했다. 아이의 감정을 축소전환하고, 분석하고, 방임하는 경우 아이의 뇌파 검사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한 반면,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려고 한 경우 물고기의 죽음으로 아이가 받았던 스트레스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공감은 상대방이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가졌을 만한 어떤 생각이나 소망을 읽어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진짜 공감을 받으면 마음이 풍성하고 좋아진다”고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신은 놀라워요, 지금 그대로 모습으로도

▲ 수용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 flickr

보통 연인들은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며 그것만 고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김 박사는 이것은 수용이 아니라면서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 리스트 얘기예요. 그가 여행을 다니는데 어느 마을에 머물렀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의 제자가 연주회를 한다면서 마을이 떠들썩한 거예요. 그런데 리스트가 봤더니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호텔에 머물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찾아와 말했어요.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사실 저는 무명음악가인데 제 이름을 걸고 하면 아무도 연주회에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선생님의 제자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이런 상황을 리스트는 어떻게 수용했을까요?”

한 학생이 “리스트가 연주회에 가서 무대인사를 해주면서 이 사람이 내 제자라고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 박사는 “리스트가 그렇게 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 제자는 아니기 때문에 사실왜곡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트는 하루 동안 무명음악가를 가르친 뒤 “내가 너를 하루 동안 레슨을 했으니 이제 너는 내 제자다, 앞으로는 내 이름을 걸고 연주회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자신이 지각하는 자아와 다른 사람이 보는 자아의 일치가 중요하고, 이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불안, 방어, 왜곡된 사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리스트 덕분에 무명음악가는 ‘리스트의 제자’라고 사칭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체념해라?

김 박사는 어린 시절 키 작은 자신을 원망했던 빌리 조엘이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힘들어 할 때마다 “나는 지금 그대로의 너의 모습이 제일 좋단다”라고 말해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리조엘은 전 세계적으로 1억장의 앨범을 판매고를 올렸다. © 위키피디아

“우리는 실패했을 때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을 경험합니다. 할 수 있는 일도 일찌감치 포기해버리는 경향성이 생기는 겁니다.”

김 박사는 고난 경험을 설명하며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실험을 소개했다. A·B·C 세 그룹의 쥐가 있다. A그룹과 B그룹 쥐들은 특수하게 설계된 상자에 들어가 있다. 상자는 반으로 나뉘어 있으며, 쥐가 있는 쪽에 주기적으로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쥐는 본능적으로 전기충격을 피하려 한다. A그룹은 상자 반대쪽으로 뛰어넘으면 쇼크를 피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B그룹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도록 훈련했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한 쥐들은 상자 문을 열어놔도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을 계속 맞았다. 셀리그만은 그 상태를 일종의 체념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C그룹은 전기충격이 없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박사는 A·B·C 세 그룹에 공통으로 암세포를 주입했다. 몇 달 뒤, 쥐의 상태는 어떻게 변했을까?

최고의 항암제는 ‘면역훈련’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보통 사람들이 예측할 때, C그룹이 스트레스가 없어서 암세포가 가장 적게 번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피할 방법을 학습한 A그룹 쥐들의 암세포 증가가 현저히 적었다.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무기력을 경험한 B그룹의 경우 가장 많은 암세포 증가세를 보였다. 셀리그만은 이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양육과정에서 ‘고난 극복 경험’을 강조했다. 실패가 없는 환경이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난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 셀리그만은 이를 ‘면역훈련’이라고 불렀다.

김 박사는 고난의 가치를 언급하며 면역훈련에서 엄마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를 지적했다. 아기들이 돌쯤 지나면 걷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기저귀를 차고 한 발, 한 발 걸으면 스스로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때 많은 엄마가 먼 곳에 서서 아이들을 부르고 걷게 한다. 이것은 면역훈련이 아니다.

실패는 우리 삶의 긍정자원

▲ 김혜원 박사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긍정의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조민웅

면역훈련의 핵심은 아이들이 도달할 수 있는 거의 근접한 목표를 주고 성취할 수 있는 훈련을 지속하는 것이다. 면역훈련을 꾸준히 받은 아이들은 설사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난다 하더라도 뛰어넘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인간의 생존을 돕는 긍정자원은 철저히 통제된 쾌적한 환경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우는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삶에서 실패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언제든 실패할 수 있고, 실수는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게 중요합니다. 점차 실패는 우리에게 긍정자원이 될 것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정연주 조효제 정희진 김혜원 이문재 이택광 신형철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 : 이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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