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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어른들의 디즈니가 되려면
[미디어비평] 몰입을 방해하는 부실 설정
2015년 07월 10일 (금) 22:20:49 김근홍 기자 rmshddl1@hanmail.net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의 동산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사람들이 질문할 때 절대 모른다고 대답하지 않기, SNS 하지 않기, 얼굴 찌푸리지 않기 등. 가장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맡은 배역을 연기하기일 것이다. 직원들은 신데렐라가 되어 노래를 부르고 동물과 친구로 지내거나 마녀처럼 심술궂은 표정의 마녀로 행인들에게 시비를 건다. 직원들은 제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사인하는 법도 배운다.    

이 모든 것들은 디즈니랜드를 찾는 어린이들의 환상을 오롯이 지켜주기 위해서다. 화장실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는 백설공주와 스마트폰으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보는 알라딘이라니. 상상만 해도 동심이 와장창 깨져 버린다. 디즈니는 그동안 영화와 TV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왔다. 디즈니는 자신이 힘들게 구축해놓은 환상의 세계를 지키고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깨지 않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 pixabay

상처받은 아이들은 디즈니가 구해준다면 한국 어른들은 누가 구원해줄까? 단연 다채로운 상상력을 덧붙인 허구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끄는 드라마다. 사람들은 드라마가 데려가는 환상의 세계에 취해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고 인어공주가 종을 뛰어넘어 왕자와 결혼한다. 디즈니는 환상의 세계로 향하는 티켓값을 비싸게 부르지만, 드라마는 대놓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최소의 비용으로 시청자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 받고 치열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 드라마 초반부에서 남장을 한 이연희(정명공주 역). ⓒ MBC <화정> 10회 갈무리

디즈니가 엄격한 규칙으로 디즈니랜드를 찾은 고객들의 꿈과 환상을 책임지지만 한국 드라마는 최소한의 품질조차 제대로 보증하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막장 스토리나 날림 연출뿐만 아니다. 아무리 봐도 누나와 동생 사이인데 모자 사이라고 우기고(<오 나의 귀신님>의 조정석과 신은경), 누가 봐도 남장여자인데 모두 남자로 안다(<화정>의 이연희). 무리한 설정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다. 드라마가 만들어놓는 환상의 세계는 이보다 더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유로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허구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관객들이 그 세계를 있을 법하다고 믿고 그곳에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 치밀한 플롯과 리얼한 캐릭터가 없는 드라마는 시청자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지 못한다. 드라마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이미 현실이 동화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른들이다. 제작자는 더 치열해져야 한다. 디즈니보다도 더. 


[김근홍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전략부, 미디어팀 김근홍입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나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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