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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당신이 믿는 건 대체 뭔가요
[마음을 흔든 책] 개신교 민낯 고발한 곽영신의 ‘거룩한 코미디’
2015년 09월 05일 (토) 13:36:13 김현우 기자 withtmac@naver.com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한 친구의 아버지가 ‘수상한’ 교회 재정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송사를 당한 일이 있다. 당시 나도 출석하던 교회의 충실한 신도이자 성실한 공무원이었던 그는 교회 돈이 펀드에 투자된 것과 장학기금 증액분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 유학 중인 담임목사 자녀에게 간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다른 신도 몇몇은 담임목사가 미국 여행을 함께 갔을 때,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형교회 성직자들의 횡령·배임 스캔들

교회는 두 쪽이 났다. 6천여 장년 교인 중 1천5백여명이 담임 목사에게 등을 돌렸고, 교회의 5년치 재정장부 열람을 요구했다. 담임 목사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러자 담임 목사 측은 친구 아버지 등 ‘반대파’ 교인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1년여의 법정공방 끝에 목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예산집행’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반대파 교인들은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해도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 나갔다. 한때 ‘믿음 안의 형제자매’였던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교인들은 다시는 얼굴도 안 보는 사이가 됐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5년쯤 전의 일인데, 비슷한 시기에 서울 목동 제자교회의 정삼지 목사,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등도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의혹에 휩싸였다. 그 과정에서 해당 교회 교인들은 재정장부 열람을 교회 측에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교회의 가족인 교인에게 장부를 보여주는 것은 분쟁을 부르는 일이라는 이유였다.

개신교는 과거 가톨릭의 사제권위주의에 반발해 생겼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개신교는 어떤 종교보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 측면뿐만 아니라 교리에서도 닫혀있다. 다른 종교를 ‘사탄’으로 규정하는 건 예삿일이고 같은 성경을 믿는 개신교끼리도 해석에 따라, 혹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을 갈라 반목하고 대립한다.

곽영신(33) 작가의 책 <거룩한 코미디>는 이런 한국 개신교의 ‘닫힌 모습’과 ‘비리로 얼룩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는 ‘좋은 그리스도인’이자 ‘좋은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 기독교법인이 설립한 중앙언론사에 들어갔지만 종교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에 회의를 느껴 사표를 냈다. 두 번째로 들어간 소규모 기독교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한계를 느끼고 나왔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교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1만여 건의 교계 기사와 80권의 단행본, 취재현장에서 확보한 문서자료 두 상자를 토대로 탐사기록물 <거룩한 코미디>(오월의 봄)를 지난달 펴냈다.

   
▲ 곽영신 작가는 1만여건의 기사와 80권의 단행본, 두 박스에 이르는 문서자료로 <거룩한 코미디>를 펴냈다. ⓒ 오월의봄

돈 봉투 돌리고 해외여행 공약하는 교계 선거

<거룩한 코미디>가 고발하는 개신교계의 금권선거 실태는 충격적이다. 71개 교단과 10개 단체를 거느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지난 2007년 14대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한 엄신형 목사는 “한기총 계좌로 10억원을 입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당선 직후 3억원을, 15대 선거 직전에 7억원을 입금한 후 재선됐다. 2009년 16대 선거에 나선 이광선 목사는 “전체 실행위원 부부에게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시켜주겠다”고 공약하고 회장 자리를 얻었다.

   

한기총 금권선거는 2011년 SBS 보도 이후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 SBS <현장21> '한기총 돈 선거 10당5락의 진실' 화면 갈무리

2010년 17대 대표회장에 당선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는 화룡점정이었다. 책에 따르면 길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예장합동) 1997년 부총회장 선거에서 대의원들에게 20만원, 30만원, 5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대거 돌린 후 당선됐던 사람이다. 그는 한기총 회장 선거에서 ‘템플스테이(사찰체험)에 버금가는 처치스테이(교회체험)을 만들기 위해 문화관광부가 3천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이후 한기총은 금권선거와 이단옹호 등으로 계속해서 논란을 빚다 결국 2012년 두 쪽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저자는 “한기총 회장선거는 교회를 통해 출세하고자 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꽃잔치”라고 꼬집었다.

285만명의 교인을 거느린, 자칭 ‘한국 교회의 장자교단’인 예장합동의 정기 총회에서는 가스총과 용역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1년 총무에 당선된 황규철 예인교회 목사가 아버지를 폭행해 구속된 전력 등 사생활에 문제가 많고 선거 당시 돈을 뿌렸다는 등의 의혹이 2012년 제97회 총회 직전에 제기됐다. 또 총회 지도부가 노래주점에서 여성도우미와 유흥을 즐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단이 동요하고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자 당시 지도부는 예산 7천만원을 들여 총회 현장에 용역을 배치하고 ‘비우호적인’ 기자 등의 출입을 제한했다. 총회 첫날, 용역 동원 등에 대해 참가자들이 황 총무에게 야유를 보내자 그는 호신용 가스총을 꺼내 들며 “나는 지금 총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계속 들어달라”고 소리쳤다. 총회 마지막 날에는 안건 논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도부가 기습적으로 폐회를 선언하고 지도부를 지지하는 교회 신도들이 회의장 전기를 끊었다.

   
▲ 가스총과 용역 동원으로 물의를 빚은 2012년 97회 예장합동 총회는 기습적 폐회로 끝이 났다. '가스총'목사, 황규철 총무는 2014년 총무 재선거에 입후보하지 않는 조건으로 퇴직예우금 4억원을 받고 교단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 뉴스엔조이 뉴스 화면 갈무리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거물 목사들의 세습과 불륜, 재정 비리로 얼룩졌다. 특히 김선도 광림교회 목사,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김국도 임마누엘교회 목사 등 3형제가 각각 아들들에게 교회를 물려 준 세습과정이 유명하다. 감리교 교단은 2012년부터 교회 세습을 교단 헌법으로 금지했지만 소용없었다. 등록 교인이 1만 명 이상인 임마누엘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김국도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안 되지? 왜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이건희가 이재용에게 준 건 되고, 교회는 왜 안 되지?” 이에 더해 김홍도 목사는 지난 2003년 교회 헌금 31억원을 자신의 불륜사건 합의금과 기독교대한감리회장 부정선거, 언론보도 무마, 전도사 아들을 위한 교회 건축 등에 사용하다 횡령혐의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감리회는 지난 2008년 교단의 수장을 뽑는 감독회장 선거에서도 권력욕에 눈 먼 목사들의 잇단 불법 행위를 막아내지 못했고, 이 때문에 무려 7년 동안 제대로 된 수장을 뽑지 못한 채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5명의 천막교회로 시작해 전 세계 최대의 단일교회를 일궈낸 조용기 목사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회재산의 사유화로 파문을 일으켰다. 연 1천7백억 원대의 헌금 수입을 거둔 이 교회는 국민일보와 한세대학교, 베데스다대학교,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엘림복지타운,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등의 대규모 자산을 대부분 조 목사의 아내와 아들, 사돈 등 가족들이 나눠 경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재정비리가 불거져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해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극단적 보수화로 가는 근본주의 교리

한국 개신교는 미국인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근본주의적 사조가 강하다. 근본주의는 성경의 글자가 모두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기록되었고, 일점일획의 오류도 없다는 ‘무오류성’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 교회가 이 근본주의를 사회와 정치에도 적용하면서 심각하게 보수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신들과 맞지 않으면 ‘이단’ ‘적그리스도’로 내몰면서 오직 자신들만이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맹신한다. 이것이 반공주의, 동성애에 대한 혐오, 보수정권 옹호 등으로 표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는 한국 개신교의 극단적 배타성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예장합동ㆍ예장고신ㆍ예장고려 등 40개 보수교단은 ‘한국교회 WCC 반대 보수교단연합’을 결성했다. 총회 개막 하루 전엔 개최장소인 벡스코 뒷마당에서 신자 4천여명이 모여 ‘WCC 규탄대회’를 열었다. 개막 당일에는 벡스코 근처 교회에서 총신대 신학대학원생들과 교직원 870여명이 ‘WCC가 좌초되길 빈다’는 제목으로 규탄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 2013년 WCC 부산총회가 열린 날, WCC에 반대하는 근본주의 개신교 신자들이 모였다. ⓒ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는 WCC가 지난 1948년 ‘각기 다른 교리와 신학을 추구하는 교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자’는 취지로 창립됐고 진보적인 자유주의 신학 사조부터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학까지 아우르는 개방적인 단체이기 때문이다. 근본주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직이었던 셈이다.

근본주의가 중심을 잡은 한국 교회에서, 성경을 해석할 사람은 담임 목사뿐이다. 담임 목사의 문자적 해석이 곧 진리다. 성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목사에 대한 도전이고 심하면 이단으로까지 몰린다. 이런 권위적 분위기 속에서 목사들의 범죄행각은 ‘순간의 실수’로 치환되기 일쑤다. 계속해서 목회를 해도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지난 2012년 3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생명평화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이런 성명서를 발표했다.

   
▲ 교회를 이끄는 담임목사와 당회에 권한을 집중하려는 교회 정관 개정 시도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 MBC '사랑의교회에 무슨일이'편 갈무리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기는 맘몬 숭배, 세속적 번영에 목맨 천박한 축복론,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성장주의 목회관, 희생하는 섬김이 아닌 정복하는 권력으로 세상에 군림하려는 십자군적 선교 마인드 등이 한국 교회 성도 개인과 교회 공동체 가운데 만연해 있음을 고백합니다.”

언제까지 ‘일부의 문제’라고 할 것인가

<거룩한 코미디>는 한국 교회가 정치적 영향력과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한다. 존경받던 원로 성직자들이 물러나는 가운데, 교회 정치를 통해 출세하고자 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득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목회자가 돈과 힘을 추구하면서 세상의 보수적 가치와 기득권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변혁을 외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다.

많은 개신교 신자들은 이런 교계의 문제를 ‘일부’란 말로 덮는다. 그러나 다수 신도들의 외면과 침묵은 오늘날 문제 많은 교회가 더욱 커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제기돼야 해결될 수 있다. 곽영신 작가는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라는 성경 구절에서 용기를 얻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마태복음 5장 13절을 인용하며 교회 개혁을 위한 기독교인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김현우 기자]
단비뉴스 전략부, 미디어팀 김현우입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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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이끄는 담임목사와 당회에 권한을 집중하려는 교회 정관 개정 시도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 MBC '사랑의교회에 무슨일이'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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