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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반 고흐가 묻다
[마음을 흔든 책] 슈페판 폴라첵 ‘빈센트 반 고흐 평전 불꽃과 색채’
2015년 07월 28일 (화) 15:16:34 정성수 기자 un2ru2re2@naver.com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에서 세계최고가에 팔린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에 단 하나의 작품도 팔지 못한 화가였다. 사후에야 그의 작품은 평가받았고 스스로 자기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라는 비운의 삶은 후일 신화가 됐다. 그 명성 때문이었을까. 고흐의 젊은 시절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작가 슈페판 폴라첵이 소설형식의 대화체로 쓴 <빈센트 반 고흐 평전 불꽃과 색채>는 우리가 잘 몰랐던 진짜 고흐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 시대 청년과 닮은 젊은 화가 

고흐는 다른 화가들에 비해 늦게 그림을 시작했다. 피카소는 7살부터 그림을 그렸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어릴 때부터 데생에 소질을 보여 열다섯에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고흐는 열여섯에 화랑 점원으로 일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전도사가 되려고도 했다. 고흐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갱에서 혹독한 노동으로 여윈 갱부들을 본 뒤였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 감자 먹는 사람들(1885) © wikimedia commons

이삼십대의 고흐는 가난하고 외로웠다. 거리에서 몸 파는 여자인 시엔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이별해야 할 정도였다. 배를 자주 곯아 영양결핍에 시달렸다. 고흐의 여동생 엘리자벳은 노동자를 그린 고흐 그림을 보고 지저분하다며 못마땅해 했고 어린 시절부터 예민한 고흐를 감싸줬던 어머니조차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공동 작업한 고갱과 말다툼 끝에 귀를 잘랐고 이후 미치광이로 몰려 정신병원에 구금까지 당했다. 자신을 이해하고, 경제적 지원을 해준 동생 테오마저 없었다면 그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없었다. 

가난하고 방황했던 고흐의 젊은 날은 이 시대의 청년들과 닮았다. 고흐가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듯 오늘의 청년들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 등록금 대출 빚에 허덕이며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했다. 그의 열정이 담긴 그림이 헐값에 팔렸듯 열정페이, ‘일회용’ 인턴의 이름으로 착취당한다. 

불꽃인생이 만든 색채

   
▲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1888) © wikiart

고흐는 감옥 같은 갱도에서 일하는 갱부들을 보며 분노했다. 고흐가 갱부, 농부를 많이 그린 것은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응접실에 걸 수 있는 정물화 그림이 잘 팔렸지만 고흐는 농부나 갱부의 고단한 모습을 고집했다. 가난은 고흐의 예민한 성격 탓도 있지만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그만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현실이 고달파도 고집과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옷 대신에 종이를, 빵 대신에 물감을 샀다. 고흐가 세상과 타협해 그림을 그리고 또 팔았다면 가난을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선 대신 가난함을 선택했다. 

<빈센트 반 고흐 평전 불꽃과 색채>는 위태로웠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불꽃처럼 강렬했던 고흐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고흐는 농민을 그린 그림에서 기름 냄새, 연기 냄새가 나야 하고 마구간 그림에서 말똥냄새가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물화를 몇 번을 그려도 생기가 생겨나지 않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석 달 동안 100장의 그림을 그려냈다. 감자를 진짜처럼 그리기 위해 몇 천 번이나 고쳐 그렸다. 병원에서 발작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당시 화가들은 자신만의 색을 갖지 못했다. 대중과 시대가 요구한 바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고흐는 달랐다. 보이는 대로 그렸다. 해를 노랗게 그렸다. 그의 눈에 해는 노랗기 때문이다. 그림의 전체적 조화를 위해서라면 실제 대상과 다른 색으로 그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고흐는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그려냈고 마침내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 노란 하늘과 태양의 올리브 숲(1889) © wikiart

고흐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묻는다. 삼포세대로 살아갈 것이냐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정규직마저 쉽게 해고당하는 팍팍한 현실에서 어떻게 살 것이냐고. 우리는 그동안 청년을 전후세대, 민주화세대, 88만원 세대, 삼포세대라고 불러 왔다. 지금 청년들은 어디 서 있는가. 고흐가 이룩한 인상파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광기에 가까운 불꽃 삶이기에 가능했다. 그의 인생에서 보듯이 하나의 새로운 예술사조는 이전의 경향과 전통을 무너뜨려야 탄생한다.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욕망을 억제하며 사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미치광이 고흐가 되어 해가 노랗다고 외칠 것인가. 귀 잘린 고흐의 초상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성수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
내 목표는 프로가 되는 것이다, 방송이든 삶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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