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이름’

▲ 박규희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잘못 알려진 말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데도 아직까지 곳곳에서 인용된다. 현대 미술은 작가의 이름이 한번 유명해지면 그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세태를 풍자한 말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작가 이우환의 <조응>이라는 작품은 대중에게 ‘유명인이 점 하나 찍으면 17억을 벌 수 있는 현대 미술의 폐해’로 인식되었다.

이름이 유명해지면 그 값이 치솟는 경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임대료’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일방적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는 어쩔 수 없이 ‘갑을’ 관계가 발생한다. 임대인의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이 바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다. 그러나 임차인은 결국 임대료 인상을 막을 수 없고, 임대료를 보호받을 수 있는 계약 기간도 최대 5년이다. 5년이 지나 재임대계약을 할 때 임대인의 ‘인품’이 좋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임대료를 대폭 올려주거나 다른 건물을 찾아봐야 한다.

▲ 지난해 12월 참여연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촉구를 위한 상가 세입자 피해 사례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 flickr

‘작은나무 협동조합’은 좋은 임대인을 만나지 못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마을 카페 ‘작은나무’가 건물 임대료 상승에 무너지는 마을 공동체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작은나무’는 마을 공동체의 ‘성지’로 여겨지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거리에 나앉을 위기해 처했다. 건물주가 임대료 협상도 없이 무조건 ‘나가달라’고 요구한 탓이다. 주변에 다른 곳을 찾아봤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이 일대의 임대료가 비싸진 이유가 뭘까? 역설적이게도 ‘작은나무’ 덕분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작은나무’ 카페에 항상 북적이다 보니 주변 상권의 임대료가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해마다 상승하는 ‘임대료’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은 영세상인과 주민, 그리고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본주의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건전한 자본주의라면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고 소득도 어느 정도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런데 임대인들은 임차인들이 일궈놓은 유명세를 이용해 가지고 있는 자본의 가치보다 과도하게 많은 이득을 취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다. 정부는 규제를 풀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규제를 적절히 이용해 재주를 부린 곰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이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방안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6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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