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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빛나는 이모의 전성시대
[상상사전] '이름'
2015년 08월 25일 (화) 17:10:36 구은모 기자 gooeunmo@gmail.com
   
▲ 구은모 기자

‘진 아틀리에’는 이모의 작업실이자 직장이었다. 그림도 그리고 학생들도 가르치는 공간이었다. 난 그때 아틀리에가 뭔지도 몰랐지만 이모가 이름을 참 잘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모는 그곳을 ‘진 아뜨리에’라 불렀는데 그 발음이 듣기 좋았다.

이모는 얼굴이 예뻤다. 키가 크고 몸매도 늘씬해 모델 같았다. 타고난 외모를 가꾸는 데도 능숙해 늘 세련돼 보였다. 분명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여인이었다. 이모가 결혼하겠다며 남자를 데려왔을 때 둘은 비슷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남자는 풍채가 듬직하고 성격도 막힘이 없이 당찼다.

둘은 성향도 비슷했던 것 같다. 그들은 화려함을 추구했지만 그 화려함은 철저하게 외면의 화려함이었다. 행복해 보이던 그들의 삶은 언젠가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돈을 벌려 했고, 여자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돈을 쓰려 했다. 그들은 결국 무너졌다. 빛나는 모습에 서로 매혹됐던 그들은 그 빛을 잃자 빠르게 갈라섰다.

그 후로 이모의 삶은 잘 풀리지 않았고, 얼굴을 보는 일도 갈수록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이모가 개명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별 짓을 다한다며 내키지 않아 했다. 얼마 후 핸드폰 메신저에 모르는 이름이 떴다. 이내 이모란 걸 알았다. 유명 아나운서와 같은 이름이었다.

이모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 도려내야 하지만 마주할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본질을 외면한 채 지금처럼 이름 바꾸기에만 매달려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몰랐을까? 예쁘고 화려한 이름으로 초라한 내면이 가려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한 나이에.

   
▲ 이름이 내면을 담보하지 않는다. 과연 개명이 이모에게 빛나는 과거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 flickr

이모가 이름을 바꾼 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 표명일까, 아니면 실질적인 반성 없이 선택한 손쉬운 퍼포먼스일까? 과거의 잘못된 습관이나 생각과 단절하겠다는 뜻일 거라고 믿고 싶다. 이모라고 모르진 않을 테니까, 이름 하나 바꾼다고 삶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외할머니 댁에는 여전히 이모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진 아틀리에’에 있던 그림이고, 이모가 빛나던 시절 그린 그림이다. 그 안에는 여느 화가들의 그것처럼 이름이 적혀있다. 이모가 버린 그 이름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질을 품고 있는 이름이고, 여전히 그림과 함께 빛나는 이름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6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2학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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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모 기자]
단비뉴스 환경팀 구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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