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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그리는 ‘70년의 고독’
[단비인터뷰] 영화축제 여는 유정아 노무현시민학교장
2015년 08월 22일 (토) 15:26:14 김다솜 김재희 기자 uniqueds@nate.com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셨던 핵심적인 가치, ‘사람 사는 세상’. 보다 많은 사람이 제대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줄임말이겠죠. 영화가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들잖아요. 영화를 통해서 노 대통령의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보다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죠.”

   
▲ 유정아 노무현시민학교장이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재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제를 연다.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관수동 서울극장에서 28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다. 영화제의 기획을 맡은 유정아(48) 노무현시민학교장은 인권과 정의, 진보 등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를 보다 많은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개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장은 한국방송(KBS)의 9시뉴스 앵커 등 아나운서(1989~1997)를 거쳐 프리랜서 방송인과 대학강사 등으로 활동하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대변인을 맡았다. 노무현시민학교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지난 17일 서울 신수동의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유 교장을 만났다.

영화 ‘변호인’ 제작진이 기금 1억원 쾌척

“(영화제) 제목을 정할 때 이창동(61) 집행위원장과 회의하면서 마르케스의 ‘100년 동안의 고독’과 같은 문학적인 제목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랬더니 ‘70년의 고독’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광복 후) 70년이란 기념비적인 일시를 잡아서 ‘70년의 고독’으로 정했죠. 지난 70년 동안 개개인들이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서 비롯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각자의 고독에 잠겨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의미에서요.”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동시에 또 다른 민족적 비극인 남북분단이 시작된 지 70년. 유 교장은 시민들이 역사적 비극 속 주인공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영화제 제목을 ‘70년의 고독’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 두가지 버전으로 디자인된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 공식 포스터. '70년의 고독'은 지난 70년간 이념, 국가, 종교, 체제 대립 속 인간들의 삶을 조성하고, 화합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만들기 위한 노무현 재단의 의지를 담았다. ⓒ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 공식 페이스북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는 데는 노 전 대통령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변호인>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지난 2013년 영화를 개봉한 후 1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는 대 성공을 거둔 최재원 위더스 대표 등이 수익금 중 1억원을 지난해 노무현재단에 기탁했기 때문이다. 이 기금으로 앞으로 5회까지는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영화제는 첫해보다 양적으로 풍성해졌다. 지난해 8월 25일부터 닷새간 열린 1회 영화제에서는 ‘다섯 개의 민주주의’란 제목 아래 인권, 노동, 정의, 진보, 화해와 관련한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바웬사, 희망의 인간>(2013, 감독 안제이 바이다) 등 5편의 초청작만 선보였다. 반면 올해는 초청작을 11편으로 늘리고 단편영화 공모 부문을 신설해 총 201편의 공모작 중 17편을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공모 주제는 ‘사람 사는 세상에 담길 영화’라고 넓게 잡았는데, 1980년 5.18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부터 미혼부 문제를 다룬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이 들어왔다고 한다.

   
▲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 일정표. ⓒ 노무현재단 공식 누리집 제공

화제작 ‘위로공단’ 등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 

“영화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영화를 선정하느냐’였어요. 선정된 영화에 따라 그 영화제의 빛깔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상영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어떤 영화를 빼느냐가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기획자로서 유 교장이 추천하는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980년 작품 <짝코>와 칠레의 안드레스 우드 감독의 2004년 작품 <마추카>다. <짝코>는 체제와 이념 때문에 이웃, 친구가 서로 적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마추카>도 체제가 만들어낸 대립각 때문에 우정이 어긋나는 슬픔을 그리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당사자들이 얼마나 절절한 슬픔을 느꼈을지 그 사람이 되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내 일이라 생각하고 많이 느꼈으면 해요. 잊지 않고 계속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봐야죠. 그래야 답이 나오잖아요. 우리가 앞으로 그런 세상이 아닌 곳에서 살려면 뭘 해야 할 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유정아 노무현시민학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참여'의 가치를 충실히 계승하고,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충실히 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김재희

이번 영화제에는 다양한 형식의 영화 소개 및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개막작인 <침묵의 시선>(2014,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과 폐막작 <위로공단> (2014, 감독 임흥순), 그리고 영화 <짝코>와 <텐저린즈>(2013, 감독 쟈쟈 우르샤제)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그 외 초청작 4편은 간략한 영화 소개를 진행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힘겨운 생을 살았던 여공들의 이야기를 그려 지난 5월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위로공단>은 전태일(1948~1970) 열사의 누이인 전순옥(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1950년 한국전쟁 때의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툼>(2013, 구자환)은 관련 장편소설 <밤의 눈>을 쓴 소설가 조갑상(66)씨가 영화 소개를 맡는다.

이번 영화제의 관람권은 서울극장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예스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야제와 공모작품은 무료 상영이며, 개·폐막식과 초청부문 관람료는 1인당 5000원이다. 자세한 정보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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