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13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

▲ 2013년, <한공주>를 제작한 이수진 감독이 올해 영화제 트레일러를 맡았다. 장년의 아들(안성기)이 노년의 아버지(심상균)를 화장실로 모시고 있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막이 올랐다. 13일 청풍호반무대에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방송인 오상진과 모델 장윤주가 사회를 맡았다. 영화배우 안성기, 유지태, 구혜선, 이윤지, 양동근 등이 참석했다. 안성기는 영화제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는 장년의 아들로 분장해 눈길을 끌었다. 트레일러에서 안성기는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화장실로 모시고 간다. 변기 앞에서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고 말하면 아버지의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동시에 비도 똑똑 떨어진다.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비가 내린다. 문인수 시인의 시 <쉬>와 일상에서 채집한 소리를 활용한 이수진 감독의 작품이다.

▲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홍보대사인 최시원과 한선화가 무대 인사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 김현우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는 6편의 극영화와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후보에 올랐다. 노르웨이의 <비틀즈>, 대만의 <카라 오케스트라>, 프랑스의 <막스와 레니>, <미라클 벨리에>, 터키의 <자매의 사랑>, 중국의 <할아버지의 나팔> 6편의 극영화와 미국의 다큐멘터리 <킵 온 키핑 온>이 대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놓고 경쟁한다. 심사위원단은 욘판 감독(중국), 영화음악가 엘리 마샬(미국), 레이먼드 파타나버랭군 영화제 프로그래머(태국), 배우 조민수, 민규동 감독으로 구성됐다. 수상작은 폐막식이 열리는 오는 18일까지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올해 영화음악상 수상자는 이병우 음악감독이다. 괴물(봉준호 감독, 2006)>의 주제가인 ‘한강찬가’를 작곡하고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 2005)>, <국제시장(윤제균 감독, 2014)>의 음악을 맡아 천만관객을 영화음악 세계로 빠지게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감독은 “영화감독은 영화 마무리 단계에서 계속해서 음악을 반복해 듣는, 정신분열 증세가 있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농담을 던지며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초기작품들은 흥행하지 못한 작품이 많았는데 오늘 이 영광을 그 시절 함께 작업한 분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영화제인만큼 개막식의 주인공은 역시 음악이었다. 관객들은 후덥지근한 날씨조차 잊은 채 개막공연에 빠져들었다. 3인조 인디그룹, 바버렛츠는 ‘가시내들’, ‘아빠의 청춘’으로 ‘복고’풍 무대를 선보였다. 바버렛츠는 재즈와 트로트 리듬에 멤버들의 화음을 버무려 관객들에게 영화제 시작을 알렸다.

▲ 올해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인 이병우 음악감독이 장화홍련 OST, '자장가'를 연주하고 있다. ⓒ 김현우

영화음악상 특별공연에서 이병우 음악감독은 <국제시장> 주인공 윤덕수의 테마곡 ‘아버지 내 아버지’, <장화홍련(2004)>의 엔딩곡 ‘자장가’를 기타로 연주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오프닝 곡 ‘춤’ 연주에 이어 절정은 ‘한강 찬가’였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 실내악 반주를 이끈 이 감독의 기타 연주는 영화장면들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관객들은 앵콜을 외쳤다. 이 감독은 앵콜곡으로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 3인조 보컬그룹 바버렛츠와 김민자씨가 김시스터즈의 '김치깍두기'를 열창하고 있다. ⓒ 김현우

개막작 상영을 앞두고 ‘김시스터즈’의 김민자 공연이 이어졌다. 그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고모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부르며 애절한 감정을 드러내는가하면, 재즈뮤지션인 남편 토미 빅이 편곡한 앤드류시스터즈의 ‘Sing Sing Sing’을 부르며 세월을 넘어선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곡은 바버렛츠와 함께 부른 ‘김치깍두기’였다. 민자씨는 “미국생활하며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 김치 타령을 했을 때 아버지 이봉룡 씨가 만들어준 곡”이라고 설명했다. <복면가왕>이나 <불후의 명곡>이 부럽지 않은 절창무대에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개막작은 최초의 한류 걸그룹, 김시스터즈 이야기

▲ <다방의 푸른 꿈>은 김시스터즈의 막내 김민자씨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 대중음악사를 짚는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머나먼 미국 땅에
십년 넘어 살면서 고국생각 그리워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후스텍
맛 좋다고 자랑쳐도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하더라“

아시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노래 <김치깍두기>의 가사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은 ‘김시스터즈’를 다룬 김재현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다방의 푸른 꿈>이다. <다방의 푸른 꿈>은 김시스터즈의 막내, 김민자(74)씨를 통해 한국 근현대 대중음악에서 큰 획을 그은 음악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시스터즈는 김해송 이난영 부부의 딸 김숙자, 김애자와 이난영의 조카인 김민자가 1953년 결성한 그룹이다. 1930년대부터 가요계에서 활동한 김해송은 ‘오빠는 풍각쟁이’, ‘연락선은 떠난다’ 등으로 한국 대중가요를 이끌던 작곡가 겸 가수였다. 이난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도 유명한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다. 민자의 아버지인 이봉룡은 ‘목포의 눈물’의 작곡가다. 김시스터즈는 이들 가족들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기지에서 노래를 부르던 김시스터즈는 미국으로 진출한다. 이들은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 가사를 외워 부르며 라스베가스 호텔 무대를 섭렵하고 <에드 설리번 쇼> 등 TV쇼에도 진출한다. 1970년 한국 공연을 끝으로 김시스터즈는 해체됐다. 하지만 민자씨는 음악을 그만두지 않았다. 민자씨는 헝가리 출신 재즈 뮤지션 토미 빅과 가정을 꾸리고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담아낸다.

놓칠 수 없는 풍성한 음악공연

영화제 외에 풍성한 음악공연도 놓칠 수 없다. 청풍호반무대에서는 14일부터 16일까지 매일저녁 8시에 ‘원 썸머 나잇’이 열린다. 이승환, 혁오, 정엽, DJ DOC, 노라조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의림지에서도 공연이 이어진다. 14일에는 블루스, 15일에는 록과 탱고 음악을 주제로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15일에는 한재권 영화음악가의 영화음악 공연도 예정돼 있다. 한씨는 영화 <실미도>와 <공공의적>, <범죄의 재구성>에서 음악을 맡은 바 있다. 16일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본선 경연이 펼쳐진다.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은 실력있는 신인 음악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경연에서는 11팀의 거리의 악사가 경쟁한다.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에서는 총 103편의 영화가 메가박스 제천, 청풍리조트 야외무대, 의림지 야외무대,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상영된다. 관객들은 각 상영관에 있는 현장 매표소에서 영화 티켓을 구매하거나 인터넷 예매를 통해 영화제를 만날 수 있다. 제천 메가박스를 중심으로 청풍리조트와 의림지 사이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