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양특강]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제 ② 우리 몸에 맞는 선거제도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헌재)는 현행 선거구별 인구편차 3 대 1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에 따라 내년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게 됐다. 현행법은 오는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만 잠정적으로 적용된다.  

▲ 박인수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선거구 재획정 논리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김봉기

선거구 간 표의 가치는 같아야 한다지만…

헌재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조정한 것은 13년 만이다. 헌재는 앞서 1995년 선거구 인구비례를 4:1로, 2001년에는 3:1로 조정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25조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등 조건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구 인구 비례를 2:1로 줄이라는 헌재 결정은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의 등가성은 평등선거 원칙에 근거해서 볼 때 지역구에 상관없이 한 표의 가치가 같아야 한다는 논리다. 박 교수는 “인구 5만인 지역구와 30만인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씩 뽑으면 해당 지역구를 과대 또는 과소 대표하게 된다”며 “헌법이 허용하는 인구편차의 기준을 조정해 표의 등가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결정문에서 헌재는 “인구비례 2 대 1을 넘어 인구편차를 완화하는 것은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일으킨다”며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인구편차 기준을 완화할수록 과대·과소 대표되는 지역이 생겨 지역정당 구조를 심화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국내 인구상한초과와 하한미달 선거구수 (2014년 9월말 기준) © 박인수 교수 강의자료

이에 박 교수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지역 내 편의시설 마련이나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문제를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완화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을 통해 상당 부분 대체됐다고 봤다.

유럽연합 의회 의석 배분 참고할 만 

헌재 결정대로 인구비례 2:1에 맞춰 선거구를 획정해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2:1 인구비례를 적용하면 선거구 내 인구의 상하 편차는 33.3%가 된다. 미국의 인구편차가 1.22:1, 프랑스의 경우 1.5:1인 점을 감안하면 조정 후에도 한국의 선거구 간 인구편차는 여전히 큰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진국에 준하는 인구편차를 기준으로 삼고 선거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까? 박 교수는 선거구를 개편하면서 인구편차를 우선 고려하려는 움직임에 염려를 드러냈다.

“(미국, 프랑스) 이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상하 양원 국가예요. 양원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인구편차로만 의원수를 정하는 게 옳으냐 말입니다.”

전국 246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상한 인구수(약 30만)를 초과하는 선거구가 37개, 하한 인구수(약 13만)에 못 미치는 선거구가 25개다. 인구수 상한을 넘어 선거구가 늘어나는 곳은 인구밀집 지역인 서울, 인천, 경기다. 이 지역은 위헌 선거구가 되어 인구수에 맞게 더 많은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곳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선거구 조정을 단순히 인구 계산으로만 접근해서는 원만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2월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개정 의견은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수를 54명에서 100명으로 늘린 뒤 권역별로 할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교수는 선관위안에 대해 권역별 인구수만 고려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역에 인구가 많고 적음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한다면 이는 불평등 문제로 이어진다.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 재획정 논의를 할 계획인데 선거제도 손질에도 나선다. © KBS 뉴스광장 화면 갈무리

박인수 교수는 그 해답을 유럽연합의 의회선거에서 찾았다. 28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럽연합은 기본적으로 총 736개 의석 가운데 최소 6석을 나라마다 확보해줬다.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최대 상한선을 96명으로 못 박아 최대 하한선인 6명 사이에서 인구편차에 따라 의석수를 관리해왔다. 2009년 12월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서 유럽연합은 18석의 의석을 추가하고, 2013년 7월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에 진출하면서 12석을 확보하게 되었다. 의원 정수가 766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리스, 스페인, 동유럽 사람들이 비교적 잘 사는 나라로 통하는 독일과 프랑스로 이민을 많이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력이 높은 국가에 인구가 몰린 것이다. 최대 상한제를 설정해둔 탓에 가장 많은 인구수를 확보한 독일은 그대로 있었지만, 독일보다 조금 적었던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는 의원수가 늘어났다. 인구 변동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 의원이 집중되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에 따라 의원수를 배정하는 것이 만능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떤 경우가 합리적일까요? 인구 변동 문제로 따지지 말고, 경제력이 강한 국가부터 한 석씩 빼야 합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이 2014년 유럽연합 의원수 조정 방법입니다. 의원수가 많은 국가는 줄이고, 적은 국가는 그대로 두는 식으로 총 의원수를 맞춘 거죠.”

비례대표제 개선해 지역대표성 강화해야 

그는 양원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지역대표성을 지닌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구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제를 개선함으로써 지역대표성을 확보하고, 인구가 많은 수도권부터 의석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인구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현재보다 더 늘린 뒤 그 범위 내에서 광역자치단체별로 2~5명 정도 배정하는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는 100명에서 150명으로 점차 늘리고 인구수에 비례한 지역구 의석을 차츰 줄이는 방안이 그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채 2:1 인구 비례를 대입하면 수도권 밀집현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구제도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비례대표제를 통해 지역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 인구수를 줄이면서 가급적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제 방법은 다양합니다. 정당이 제시하는 명부에 그대로 투표하거나 명부에 귀속되지 않고 번호를 부여한다든지 등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능성이 많습니다. 비례대표제를 하더라도 투표 유형에 따라 정당 귀속성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는데 그보다는 지역대표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조준상 박인수 홍기빈 김동춘 구갑우 전중환 박상훈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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