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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보다 더 시급한 플랫폼 강화
[사회교양특강] 조준상 KBS 이사
주제 ②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려면
2015년 06월 19일 (금) 23:48:26 조창훈 견민정 김근홍 기자 nakedjochang@gmail.com

올해 KBS의 미션은 ‘가장 신뢰받는 창조적 미디어’다. 첫 강령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건데, 과연 KBS가 TV환경이 아닌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도 대표방송이 될 수 있을까? 조준상 KBS 이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두 번째 특강에서 KBS가 지상파 디지털방송, IP 기반 스트리밍 방송, VOD 등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공영방송은 무료∙보편 서비스 아니다

“1994년이 기점입니다. 1994년부터 KBS수신료를 전기료와 같이 받게 됐어요. 이전에는 수신료 징수를 위해서라도 난시청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이후에는 난시청 과제를 케이블TV가 맡게 된 측면이 커졌습니다. 지상파TV를 보기 위해 케이블TV를 보게 된 거죠. 유료방송에 가입해야 여러 채널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료가 아니에요. 그렇죠?”

우리나라에서 케이블TV, IPTV, 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을 신청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만을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7.9%고 KBS 내부 조사에 따르면 9.2%다. 조 이사는 “사실상 TV를 보기 위해서 유료방송을 보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상파 방송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보편적 서비스도 아니라고 말했다.

   
▲ 조준상 이사는 공영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견민정

“영국의 BBC 수신료는 우리나라 돈으로 연 25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영국 시청자들은 이 돈만 내고 30개가 넘는 지상파 채널을 봐요. ‘프리뷰’라는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으로요. 프랑스도 연간 18만원 정도 내는데 무료로 20여 개 지상파 채널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연간 3만원으로 5개 정도를 봅니다. 이마저도 직접 수신이 어려워 유료방송에 가입합니다.” 

조 이사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공영방송의 가치에 부합하려면 먼저 유료채널에 가입하지 않고도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직접수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 중 직접수신율을 높일 의무는 KBS만 갖고 있다. MBC와 SBS가 네트워크 강화에 비용을 들이지 않아 한계에 봉착했지만 KBS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KBS, 재난채널과 문화교양채널 신설 예정

“KBS가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BBC처럼 채널을 많이 만들어 시청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료 다채널 서비스를 통해 TV플랫폼을 강화하는 거죠.”

조 이사는 KBS가 재난재해 채널, 곧 환경채널과 문화교양채널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생기는 공영방송 채널은 재정적 이유로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못한 시청자가 정보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의무송신입니다. 한국의 가구 대부분이 유료방송을 통해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새로운 채널을 기꺼이 의무송신할지는 의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EBS2가 출범되었으나 케이블에서는 볼 수 없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EBS2가 방송법상 의무재송신 채널이 아니라며 송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상파 직접수신가구가 많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7% 미만이다. KBS 또한 다채널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도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MBC가 수신료를 받게 된다면?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는 KBS와 EBS다. EBS는 수입의 3%를 받는다. 둘 다 공영방송사다. 이와 달리 MBC는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의 중간영역에 자리잡고 있다. MBC는 상업방송으로 시작했지만 1980년 신군부가 대기업들이 소유한 지분을 KBS가 인수하게 했고, 이후 KBS지분이 방송문화진흥회로 이관돼 특수 공영방송이라 불린다.

“만약 MBC를 공영방송으로 분류해 MBC는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SBS에게만 허용한다면 MBC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만약 MBC를 공영방송으로 분류해 SBS보다 훨씬 높은 공적 책무를 부과한다면 MBC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두 개의 질문을 던진 조 이사는 갈수록 MBC가 공영성과 민영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 환경에서 KBS나 EBS 등 공영방송에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 등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공영방송이 아닌 MBC는 공영성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MBC에 공영방송이란 이유로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공적 책무를 부과한다면 SBS와 경쟁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MBC는 공영성과 민영성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MBC가 살아나려면 공영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수신료의 일부를 MBC가 받는 겁니다."

조 이사는 그 해결책이나 모델로 BBC의 PSP(Public Service Publisher) 제도를 언급했다. PSP는 수신료를 BBC만 아니라 다른 방송제작사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단, 수신료를 받는 프로그램에 한해 광고를 붙이지 않아야 한다. 공영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 이사는 MBC가 수신료 일부를 받는다면, 보도와 시사, 저널리즘 분야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수신료로 만든 프로그램은 무료접근 보장해야

“공영방송은 콘텐츠 유통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수신료를 통해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국내시청자에 한해 무료 접근을 보장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원칙이 없습니다. BBC는 수신료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모든 콘텐츠에 대해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 미국의 OTT(over-the-top)서비스인 넷플릭스는 '하우스오브카드'라는 자체 드라마를 제작했다. ⓒ 넷플릭스

그렇다면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유통해야 할까? 조준상 이사는 지상파 공영방송과 하이브리드플랫폼, 곧 OSP(오픈스마트플랫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안테나와 지상파튜너가 내장된 셋톱박스를 통해 수신하는 지상파디지털 방송에 인터넷 망을 통해 볼 수 있는 계열PP채널과 VOD, 스마트애플리케이션, IP 기반 스트리밍 방송 등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플래폼에서는 누구나 무료 보편적으로 수신료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OTT(over-the-top) 서비스다. TV위에 셋톱박스를 올려둔다고 OTT서비스라 불리는데, 시청자들은 인터넷 기반 TV에 OTT를 달아 VOD나 케이블 방송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MBC와 SBS가 주축이 돼 만든 '푹(POOQ)‘과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이 있는데, 이는 IPTV, 스마트폰, PC, 태블릿, 패드(pad)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다. 조 이사는 민영∙유료 플랫폼을 공영 플랫폼으로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플랫폼은 지상파 디지털방송, IP 기반 스트리망 방송, VDO 등을 다양하고 저렴하게 통합 제공합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N스크린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이 플랫폼을 콘텐츠 제공자, 망 사업자, 단말기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콘텐츠를 유통시키게 한다면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POOQ과 상충되는 공영 OSP

“KBS가 2014년 12월에 MBC와 SBS가 주도하는 ‘푹(pooq)’이라고 하는 IP 기반,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에 30억 정도를 출자합니다. 결국 VOD 장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어떤 걸 유통시켜야 한다는 원칙이 없어요. KBS는 자기 인터넷 플랫폼(웹, K-player)에서 보는 것은 보도 등을 빼면 3일이 무료예요. 다른 곳에 팔아야 하거든요.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거든요.”

만약 공영OSP를 만든다면 수신료로 제작된 KBS 콘텐츠는 공영OSP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반면 푹은 유료서비스가 기본이어서 수신료를 사용하는 공영방송의 콘텐츠 유통 원칙에서 무료서비스를 기반으로 가져가는 것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미 푹 이라는 플랫폼을 출범시킨 MBC와 SBS가 OSP에 콘텐츠를 제공할 이유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 KBS는 2014년 12월 MBC와 SBS가 주축이 돼 만든 '푹(pooq)'에 출자했다. ⓒ 푹 메인화면 캡쳐

수신료로 제작된 콘텐츠가 푹 같은 유료 플랫폼에 제공되면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내고 유로 플랫폼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다. 유료 플랫폼들은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고,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가깝게는 시청자의 통신비 부담 증가, 멀게는 정보 격차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낳을 수 있는 것이다.

“푹과 OSP는 기본적으로 상충관계에 있습니다. 애초 KBS는 무료서비스 강화 속에 프리미엄서비스를 도입하는 OSP를 계획했으나 푹 에 대해 직접 출자하는 형식으로 전환했죠. 그러면서 동시에 OSP를 병행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푹과 OSP는 병행이 불가능하며 상충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면 콘텐츠보다 플랫폼

“지금 KBS는 플랫폼을 빼고 콘텐츠공급기지 기능만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예능 이 부분은 지상파 3사가 같은 시간대에 경쟁이 치열해도 콘텐츠를 잘 만들고 있어요.”

스마트 환경에서 방송국들은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둔다. 콘텐츠 사업은 하나를 만들면 복제가 쉽고, PC, TV, 스마트폰 등 어떤 매체에서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포털, 푹, TV채널과 같은 플랫폼 사업은 기술변화에 따라 변동이 빨라 그만큼 불안하다. 막을 내리지 않을 것 같은 포털 사업은 최근 몇 년 새 SNS와 MS(메시지 서비스)에 주도권을 내준 모양새다. 그럼에도 조 이사는 공영방송이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강화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자원은 한계가 있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잖아요. 진짜 ‘공영방송’으로 인정받기 위해 선택을 한다면 플랫폼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무료서비스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것처럼 공영방송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시청자들이 수신료를 올려주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어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조준상 박인수 홍기빈 김동춘 구갑우 전중환 박상훈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조창훈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 조창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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