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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을 '제값'주고 사야 하는 이유
[지역농업이슈] 정원각 아이쿱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표
주제: 생활협동조합과 농업정책
2015년 05월 08일 (금) 17:01:39 서혜미 이정희 기자 weselson_@naver.com

"정부 정책은 대농, 기업농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전 그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농 중심으로 가는 것도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에게 어떤 비전은 제시해줘야 합니다. 3,000평 이하 빈농들에게 도시의 최저임금제처럼 기본소득을 주는 겁니다. 농업만으로 해결할 순 없어요.”

2013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사료용을 포함해 23.1%이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같은 해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비율은 5.7%였다. 이 중에서 37.3%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산업화를 위해 농업을 희생시켜온 결과다. 아이쿱 협동조합지원센터 정원각 대표이사는 ‘한국 농업의 위기’를 강조하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업문제세미나 특강을 시작했다.

   
▲ 아이쿱 협동조합지원센터 정원각 대표가 '생활협동조합과 농업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정희

투기성 강한 농업은 농민과 소비자만 손해

정부의 홀대 말고도 농사짓기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농산물의 특성인 저장성 때문이다. 저장성이 약한 채소들은 조금만 많이 생산돼도 가격탄력성이 떨어져 쉽게 폭락할 수 있다. 반대로 감자∙당근∙양파처럼 저장성이 좋은 농산물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저장성이 좋으므로 사재기가 가능해 투기 요소가 개입한다. 쉽게 폭등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투기를 막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그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어떤 관료들은 안정화하려고 했지만, 정책 예측이라는 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했어요. 투기성이 강해지면 농민과 소비자만 손해를 보게 되죠.” 

농민들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특정 작물의 가격이 오르니 재배하던 작물을 모조리 뽑고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이다. 거의 2년마다 반복되는 배추 파동이 대표적 예다. 2010년 하반기에 배추 가격이 폭등하자 다른 작물을 기르던 농민들은 폐기하고 배추를 재배했다. 결과는 2011년 배추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당시 농협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값을 300원 정도로 매겼다. 배추를 수확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350원이었다. 수지가 맞지 않자 농민들은 멀쩡한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이후 배추 값은 거의 해마다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으면 사업에서 곧잘 발을 빼는 대기업도 농민들 고통을 가중시킨다. 2008년 전 세계 곡물 가격 상승으로 대기업들은 우리밀 사업에 뛰어든다. 국내 밀을 취급하는 사업체와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곡물 가격이 다시 안정을 되찾자, 2012년 무렵 대기업들은 거래 규모를 축소했다.

“포기하는 방법도 아주 교묘합니다. 창고에 쌓아둬요. 사람들한테 안 팔린다고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자기들이 빵 만드는 데 5%만 섞어도 다 소비됩니다. 수익성이 떨어져 철수하고 싶으니 명분을 찾아내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자기들이 생산한 밀을 팔 곳이 없어지죠.” 

‘착한 소비’는 ‘윤리적 소비’가 아니다

“2007년에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윤리적 소비에 관한 공모전을 하면서 논쟁을 벌였습니다. 한겨레는 착한 소비를, 저희는 윤리적 소비를 계속 주장했어요. 저희가 착한 소비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대형마트가 소비자들한테 가격만 싸면 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에요. 생산자들한테 단가를 후려치더라도 말입니다. 그때 윤리적 소비가 아니라 착한 소비라는 말을 썼으면 엉망이 됐겠죠.” 

윤리적 소비는 윤리적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두 개념은 내 이웃, 지속 가능한 환경, 동물 복지를 배려하게 한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 인권, 도덕과 같은 개념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정 대표는 윤리적 소비가 우리 사회에서 종종 쓰이는 ‘착한 소비’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못을 박았다. 착한 소비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한 소비자주권운동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비자주권운동은 소비자를 우선으로 고려해,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가격만 싸다면 환경파괴, 노동착취가 정당화하기도 한다. 윤리적 소비는 그로부터 20년 후, 소비자주권운동의 한계를 느낀 뒤 등장한 개념이다.

   
▲ 정원각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이정희

가난한 집 아이들이 더 아픈 이유

아이쿱생협은 다른 생협과 마찬가지로 ‘도농이 상생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꿈꾼다. 그러나 다른 생협과 아이쿱생협이 다른 점은 서민도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통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데 있다.

“아토피와 천식을 환경성 질환이라고 합니다. 환경성 질환은 먹거리에서 비롯됩니다. 불행하게도 가난한 집일수록 환경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요. 과거에는 부모의 경제 수준에 의해 학력과 부만 대물림된다고 생각했는데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정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몇 가지 연구결과가 있다. 2009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한 달 지출이 150만원 미만인 가구와 다세대·반지하에 사는 거주자들이 아토피, 비염, 천식 유병률이 중산층보다 더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2010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를 분석해 빈곤층의 아토피와 천식 발병률이 고소득층 보다 약 2배 더 높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 아동의 혈중 중금속 농도도 가난과 비례한다는 정부 연구결과도 있다.

“가난한 집일수록 친환경 농산물을 먹어야 그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서민도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겁니다.”

그는 “농업 문제만 생각하면 이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접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쿱생협을 만든 사람들이 인천·부평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쿱생협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민뿐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의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농업만을 위한, 생산자들만을 위한 농업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생산자들의 생산물을 먹게 할 건지, 그리고 소비자가 어떤 생산품을 원하는가를 파악해서 생산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농업정책은 현명하지 않아요. 소비자 역시 무조건 싼 가격만 추구할 게 아니라, 환경을 배려하고 농민을 배려해야 해요. 서로서로 배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배려의 핵심에 지속 가능한 사회가 있습니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서혜미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팀장, 편집부, 전략부 서혜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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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223.XXX.XXX.22)
2015-06-27 18:04:06
This inceodutrs a pleasingly rational point of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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