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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기자들 한바탕 웃고 힘내도록
대학언론 재기 꿈꾸는 모임 '내가 학보사 힘들다 그랬잖아'
2015년 06월 05일 (금) 21:01:19 김다솜 전광준 기자 uniqueds@nate.com

과거 독재정권 아래서 기성언론들이 숨을 죽인 반면, 대학언론은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며 여론을 주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언론은 학내 검열과 재정 압박 등으로 ‘사실상 죽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2013년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를 조사한 결과 34.4%의 학보사가 ‘기사검열을 받았다’고 답했다. ‘부정적 사안 게재 자유’ 항목에서는 45.8%가 ‘재단에 대한 비판보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답했다. 학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기자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는 학보사가 많다.

이런 비관적 분위기 속에서 대학언론에 다시 숨을 불어넣고자 모인 이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6일 페이스북 페이지(공동주제로 모이는 그룹) 형태로 창간호를 낸 ‘내가 학보사 힘들다 그랬잖아’(내학힘)다. 건대학보 등 10개 학보사의 전·현직 기자를 포함, 총 13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지난 4월 여러 명이 온라인 글을 올릴 수 있는 팀 블로그 방식으로 홈페이지도 열었다.

   
▲ 지난 4월에 만들어진 내학힘 홈페이지. 필진은 대부분 내학힘 구성원이다. 자유 기고도 가능하다. ⓒ 내학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페이지 개설 반년 만에 학보사 출신 등 1300여 명 구독 

“학보사에 관한 글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눈물 날 것 같다.”

내학힘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페이지를 구독하겠다는 의미로 ‘좋아요’를 누른 1,387명(6월 5일 현재) 중 대다수가 학보사 출신 사회인이거나 현직 학보사 기자들이다. 그래선지 게시물에 대한 반응 하나하나가 남다르다. 페이지 개설 하루 만에 구독자 300명이 몰렸고, 500명을 달성하는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고 한다.

   
▲ 내학힘 9호. 수습기자들 사직서에 골머리 앓는 학보사 풍경에 대한 기사가 톱에 배치되어 있다. ⓒ 내학힘

현업 광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에서 이름을 빌려 온 내학힘은 김현곤(18·전 배재신문 편집국장)씨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학보사 기자들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학보사의 애환을 담은 페이지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는데 반응이 괜찮아 시작했다고 한다.

내학힘 페이지의 게시물 중에서는 학보사 내부 분위기를 담은 ‘카드 뉴스’가 특히 인기다. ‘학보사 학생 기자의 유형’, ‘편집회의 풍경’, ‘학보사 기자가 자주 하는 착각’ 등 경험 있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했다. 대부분 권오은(24·경희대 대학주보 편집간사)씨의 작품이다. 내학힘의 블로그 홈페이지에는 ‘몇 가지 묻자’, ‘담론의 명문’ 등 대학언론의 위기를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대학언론 살릴 길 찾을 것’ 기대 

김현곤씨는 지난 4월 10일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언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학보사 기자들 사이의) 담론 형성을 시작해야 하지만 다들 위기라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뿐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학힘을 통해 (고민의 장을) 만들어주면 90%는 해결될 것”이라며 이 페이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학언론 개혁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최지훈(19·좌)씨와 김현곤(18·우)씨. 이들은 인터뷰 내용에 따라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김다솜

“학보사 기자들, 정말 절박함이 필요해요. 권위의식 좀 버리고 낮은 곳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보사라는 조직이 그렇게 (학생들과 거리가 먼) 무거운 조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김 씨는 기자라는 직함 자체가 권력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또 “매년 대학언론 기자학교에서 ‘대학언론 어떻게 살릴 것인가’ 토의를 하는데 결국 (학보사가) 변화를 안 해서 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핑턴포스트>, <경향신문>, <위키트리> 등 기존 언론이 온라인화에 매진한 것을 배워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학보사 기자들이 인쇄판을 찍을 때까지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는 것 등 종이신문 중심의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학힘에서 함께 활동하는 최지훈(19·전 포항공대신문 기자)씨는 이런 변화가 학생기자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언론이 학교에 재정을 의존하는 구조이고 주간교수의 의견에 좌우되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학보사 주간교수가 옛날 사람이다 보니 페이스북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종이신문 나가면 발행인, 주간 이렇게 이름을 달고 나가니까 책임 소재를 확실히 물을 수 있지만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오보를 내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앞으로 학보사가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 중 하나로 ‘지역담론 형성’을 꼽았다. 지역의 주요문제에 대해 인근 대학의 학보사들이 협력해서 합리적 여론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언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미국의 대학언론들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보사만이 가질 수 있는 목소리가 있어요. 기성언론은 기사를 쓸 때 금전가치를 평가하잖아요. 기업을 압박해 어떻게 돈 뜯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학보사는 그런 게 없어요. 문제 생기면 바로 갈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100% 더 진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올초 동국대학교 <동대신문> 발행이 중단됐다. 총장 후보의 논문 표절, 이사장 선출 등 학교 측에 예민한 내용을 담아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학힘은 <동대신문>을 응원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커버를 만들기도 했다. ⓒ 내학힘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유머’와 ‘공감’으로 서로 다독이며 희망 주기

내학힘은 학보사들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의 하나로 ‘디지털 퍼스트 전도(傳道)’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학보사 중 페이스북 페이지 등 온라인 채널을 제대로 활용하는 곳이 (경희대)대학주보와 고대신문 등 극히 일부밖에 없기 때문에, ‘카드뉴스 만드는 법’ 등의 게시물을 보고 다른 학보사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내학힘 페이지에서 유머와 공감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사실 내학힘의 게시물 중에서는 유머를 담은 것이 가장 인기가 높다. 첫 게시물이 ‘편집장 일 안 한다’는 제목의 유머 글이었는데 87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양적으로 봐도 6월 5일 기준 총 112개의 게시물 중 유머 및 공감 게시물이 34개로 기사 글 27개보다 많았다.

   
▲ 내학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학보사 내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도. 이 글을 본 학보사 기자들은 격한 공감을 드러냈다. ⓒ 내학힘

현재의 내학힘은 초반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다소 힘이 빠진 상태다. 구독자 수도 예전만큼 빨리 늘지 않고, 독자에게 웃음과 공감을 줄 이야기 소재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다. 지난 4월부터 팀 블로그 글을 페이지에 연결(링크)하는 방식을 도입한 후 ‘좋아요’나 댓글 등의 반응이 저조해졌다. 최지훈씨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 읽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기사가 길다 보니 유입이 적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팀 블로그를 폐지하고 다시 예전 체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학힘은 이런 시행착오에 굴하지 않고 ‘디지털 퍼스트’ 전파를 위한 기자학교 기획단 구성 등 대학언론 살리기를 위한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티격태격 의견 충돌도 있고 글감 고갈의 스트레스도 있지만, 웃음과 공감으로 서로를 다독이면서.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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