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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이끄는 ‘진짜 풀뿌리 운동’ 돼야
기로에 선 시민단체 ③ ‘플랜B' 고민하는 활동가들
2015년 01월 09일 (금) 12:54:11 김다솜 조은혜 함규원 기자 uniqueds@nate.com

“지금 시대에 ‘시민운동’은 무엇이고, ‘누가’ 시민운동을 하고 있고,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시민운동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운영 중인 온라인미디어 <시민운동플랜B>의 홈페이지 소개글이다. 지난해 6월 <플랜B>가 출범하자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있던 활동가들이 모여들어 위기의 원인과 현황, 대안에 대해 열띤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시민운동의 현실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 시민운동플랜 B 사이트 메인 화면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닌 고충과 그들의 이야기가 메인 화면에 오롯이 담겨 있다 ⓒ 시민운동플랜B

공론장에 모여 고민과 대안을 얘기하다

조아신(41·필명)씨 등 활동가 4명이 만들고 조씨가 소속된 단체 ‘더체인지’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상근자들의 애환을 담은 ‘근자씨에게’와 중견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연재하는 ‘중견씨에게’ 등의 코너를 통해 시민운동 현장의 속 깊은 얘기들을 전달하고 있다. 조씨는 “시민운동에 관한 성찰과 회고의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장, 시민운동의 다양한 이슈들이 공론화되는 장, 시민운동을 넘어 공익활동 전반에 관한 아이디어와 경험, 계획이 모이는 장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고충을 덜어줄 조직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2월 창립된 사단법인 시민은 각 단체를 지원하고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된 사업목표다. 매달 들어오는 회원들의 회비와 기금을 모아 ‘시민펠로우’ 사업 등을 펼친다. 시민펠로우 사업은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중견활동가들의 경험을 정리한 뒤 그 내용을 전자문서나 책자, 강연 등의 형태로 후배들과 공유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시민의 권복희 사무국장은 “공익 활동에 필요한 공공재를 잘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의 규모가 작다보니 활동가들 교육이 어려운데 그런 부분들을 보완할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민의 권복희 사무처장이 업무를 보는 모습. 권 사무처장은 "사실 생긴지 얼마 안 된 조직이다 보니 하나하나 다 실험 단계에 있다"며 "내년 (시민펠로우) 2기 때부터는 누구의 교실, 배움이라고 강좌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다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 협력기관인 ‘엔피오(NPO·비영리조직)지원센터’가 발족했다. 이 센터는 ‘서울시 시민공익활동의 촉진에 관한 조례’를 바탕으로 설립된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이다. 여기서도 공익활동 교육프로그램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공익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사진강좌를 열어 행사 사진 등을 잘 찍는 노하우를 가르쳤고, 인포그래픽이나 포토샵 등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강좌를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활동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가시화하고 있다.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소액대출과 상호부조, 자녀학자금지원과 활동가 재교육 등의 사업을 목표로 400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경제적 안전망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내용의 ‘시민사회공익활동가 공제회법’을 만들도록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

   
▲ 지난 10월 20일에 NPO지원센터가 실시한 미트쉐어 홍포 이미지. NPO지원센터에서는 미트쉐어를 통해 활동가들끼리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 서울시NPO지원센터

기부금 조세감면 확대 등으로 재정기반 확충 절실

이처럼 시민단체 내부에서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함께, 시민운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재진 등의 논문 <각국 엔지오(NGO) 활동 실태에 관한 비교연구>에 따르면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의 시민단체들은 회비와 기부금을 내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일반 회원들의 저변이 넓기 때문에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 편이다.

독일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독일환경자연보호연합(BUND)은 단순 사무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부서 직책을 자원봉사 회원으로 채워 운영하고 있다. 독일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시민사회단체 회원으로 가입돼 있을 만큼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조직의 인적 충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에 ‘시민’이 없고 활동가만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 사회와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도 총회에 참석하고자하는 회원이 너무 많아 각 지부에서 선발된 대의원에게만 참가자격을 주는 시민단체가 많다고 한다. 회원의 열의가 높고 각 지부로 권한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수직적 조직에서 ‘비민주적 의사결정’ ‘소통부재’의 논란을 빚는 일이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선진국과 국내 시민단체의 가장 큰 차이는 재원조달이다. 선진국일수록 시민단체 수입에서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 비중이 높고 공적영역에서의 지원과 기업후원이 투명하게 이뤄진다. 이를 촉진하는 것은 개인과 기업의 기부를 조세감면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는 제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세제개편에서 중산층 이상의 기부금에 대한 공제혜택이 종전보다 줄어들게 돼 부정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익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진하고 자원봉사와 기부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부금 공제 확대 등의 제도적 보완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활동가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증제를 도입하고 공직 진출의 길도 열어 직업적 장래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부산대 NGO학 협동과정대학원의 김정희 참여교수는 “활동가들을 자원봉사자가 아닌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학회 등에서 경력자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하고, 미국처럼 지자체의 개방형 공직이나 공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 공익적 가치를 공유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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