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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중노동’에 청년활동가 떠난다
기로에 선 시민단체 ① 차세대 이끌 ‘허리’ 못 키워
2015년 01월 05일 (월) 11:06:40 김다솜 조은혜 함규원 기자 qwonee@gmail.com

열린사회시민연합이 서울 은평구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구태희(31)씨는 8년 전 부산의 한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거쳐 ‘반상근’ 형태로 근무한 일이 있다. 해당 단체는 아동교육 등으로 업무가 많은 곳이었지만 상근자 1명 외에 추가로 채용할 만한 재정적 여건이 되지 못했다. 대학에 다니고 있던 구씨는 수업과 겹치지 않도록 오전과 오후 근무시간을 정하고 주5일간 일해 월 40만 원 안팎을 받았다. 졸업 후 몸담았던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같은 이유로 반상근을 했다. 이 단체는 부설기관으로 어린이학교를 운영했는데 이곳도 상근자를 채용할 여력이 없어 구씨에게 겸직을 부탁했다. 그래서 구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다른 두 단체의 업무를 보며 월급으로 각 50만원 씩을 받았다. 구씨는 현재의 직장에서 상근자 일을 맡을 때까지 불안정한 신분, 낮은 보수에 고달픈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대 품고 왔지만 열악한 처우, 과중한 업무 못 버텨  

시민단체에서 정규직 상근자로 일한다고 해도 일손이 부족해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김웅재(26·가명)씨는 3개월간의 인턴을 거쳐 지난 6월 서울의 한 시민단체에 간사로 들어갔다. 김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간사 한 명이 퇴직한 뒤 생긴 업무 공백을 김씨가 다 메우게 되면서 활동가로서의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틈이 없었다. 우편 작업과 전화 처리, 행사 준비에 포토샵으로 포스터를 만드는 등 온갖 업무를 도맡아야 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9시를 넘겨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지만 보수는 월 100만 원도 되지 않았다. 김씨는 4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 참여연대 인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이 이태호 사무처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 김주호

장래 직업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를 꿈꾸었던 대학생 강봉규(25·가명)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부산의 한 시민단체에서 인턴 활동을 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냉방기도 없는 사무실에서 땀 뻘뻘 흘리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활동가들을 보며 자신의 진로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인턴을 하기 전에는 활동가들이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월 100만원 남짓의 보수에 식비 지원이 안 돼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몇 달째 휴대폰 요금을 못 내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깨달았죠.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요. 그렇게 일하면 나도 의욕을 잃고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청년들이 이처럼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차세대 활동가를 충원하지 못하는 시민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떠난 활동가의 업무를 남은 상근자들이 나누어 맡게 되고, 그러면 더 가중된 부담으로 남은 상근자가 퇴사를 결심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 시민단체연대회의 구인 정보란. 대개 인력 충원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단체들이다. ⓒ 시민단체연대회의

시민사회단체 79% “활동가 충원 어려워”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김동춘 교수 등이 지난해 발표한 ‘시민사회 활동가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을 보면 설문에 응한 127개 시민사회단체 중 79%가 “활동가 충원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는 설문에 각 2가지 항목을 선택한 결과를 보면 낮은 임금(86.2%), 열악한 근무조건(42.5%), 비전의 부재(19.5%), 낮은 인지도(18.4%) 등의 순이었다. 

조사결과 활동가들(평사원급)의 평균월급은 115만2200원이었다. 활동가의 90% 이상이 대학졸업 이상 고학력이지만, 연봉기준으로 2014년 대졸자 평균 초봉 2363만원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팀장, 부장 등 중간책임자급이 돼도 평균월급이 151만4900원에 그치고  사무처장 등 책임자급은 무급자가 많아 평균임금이 137만1500원으로 낮아지는 등 연차에 따른 임금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00명의 2012년 기준 현 단체 활동경력이 평균 4.97년으로 짧고, 대부분 단체가 차세대를 이끌 ‘허리’가 약한 ‘모래시계 구조’를 보이고 있다.

“청년들이 (일단은) 계속 유입되지만, 금전적 어려움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을 이유로 금방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영수 사무처장은 인력 재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민단체가 노령화되는 문제를 걱정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광수 사무처장은 “예산이 한정돼 월급을 많이 줄 수 없기 때문에,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사업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인력난은 지방일수록, 규모가 작은 시민단체일수록 심각하지만 서울의 대형 시민단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지난 4월 신입간사 13명을 한꺼번에 채용했다. 참여연대 상근 활동가 50여명의 20%를 넘는 규모다. 그런데 상근자 수를 늘린 게 아니라 중간에 퇴사한 간사들이 많아 대규모로 신규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이선미 간사는 “중간에 퇴사하는 활동가들이 많은 편”이라며 “고연차와 저연차는 많이 있는데, 중간 허리층이 얇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함규원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팀 함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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