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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팀에 평화 없고, 복지팀에 복지 없죠”
기로에 선 시민단체 ② 열악한 현실에 흐려지는 사명감
2015년 01월 07일 (수) 20:03:01 김다솜 조은혜 함규원 기자 uniqueds@nate.com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영수 사무처장이 지난 2004년 민언련에 입사했을 때 초봉은 80만원이었다. 당시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의 월급보다 낮긴 했지만 그렇게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11년차가 된 지금 조 처장의 월급은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부산민주화기념사업회 김광수 사무처장은 “청년활동가들이 결혼을 하는 등 (생활)조건이 변할 때 시민사회단체의 급여로는 생계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이직을 많이 한다”며 “보통 입사 후 3~5년 정도에 가장 많이 떠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시민단체도 조직이다 보니 관료적 성격을 띄는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 김다솜

방값, 학자금대출, 결혼이라는 현실에 부닥칠 때 

활동가들의 경제적 고통은 갚아야 할 학자금대출이 있거나 연고 없는 지역에서 월세 등을 부담해야 할 때 더욱 커진다. 7년가량 부산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3월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구태희(31·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 활동가는 값싼 방을 구하기 어려워 1년 가까이 친구 집에 얹혀살았다. 그러다 서울시에서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희망하우징’의 청년관리자가 돼 보증금 100만원, 월세 12만원에 쓸 수 있는 방을 구했다. 그러나 퇴근 후에도 관리자로서 건물점검, 부엌청소, 공용요금 납부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월 1회 학생들과 반상회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겨울 때가 많다. 

“대부분 청년활동가들이 첫 번째는 주거, 다음은 학비 또 결혼 문제에 부딪칩니다. 경제적 상황이 제일 괴롭게 만드는 거죠. 주거도 다 돈 문제잖아요.” 

민주화 바람과 함께 청년기를 보낸 40~50대 ‘운동권 세대’와 달리 요즘 20~30대는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를 보다 중시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목숨을 건다’고 표현할 정도로 시민운동에 대한 사명감이 두드러졌던 운동권 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활동가들은 ‘일의 의미’와 ‘삶의 질’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시민단체 안에서도 가치관과 표현방식이 다른 세대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 구태희(31·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 활동가가 내부 사업 평가 발표를 하는 모습.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매년 전체 사업 평가를 실시한다. ⓒ 구태희

민관협치기구인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구연아(28·여) 활동가는 “(선배 활동가들은) 광주참사 시대를 겪어 온 분들이어서 우리에게 그만큼 각오를 하길 바라는 점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만큼 목숨을 걸 각오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 시민단체에 들어갔다 퇴사한 김웅재(26·가명)씨는 “(선배들이) 개인적인 안부도 묻지 않더라”며 “여느 대기업의 과장, 부장처럼 상사 혼자 이야기하고 (후배들은) 듣는 분위기였고 휴식과 간식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적교류가 없는 로봇들 같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노동팀엔 ‘빡센’ 노동만 있다 

이런 세대차는 민주적이어야 할 시민단체가 전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낳는다. 참여연대 김주호(29) 간사는 “시민단체의 평화팀에 평화가 없고 복지팀에 복지가 없고 노동팀에 노동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활동가로서 주체성 있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틀에서 억눌리게 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시민의 권복희(37·여) 사무국장은 “선배들은 다 안다는 식의 소통 분위기가 청년활동가들이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가로 막는다”며 수직적 의사소통의 폐해를 꼬집었다. 

정권 교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시민단체의 운명이 바뀌는 현실도 청년활동가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한 환경단체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한 후 이에 따른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독립사업부를 만들었고, 지금은 사실상 두 개의 단체로 쪼개졌다. 해당 단체의 관계자는 "시민단체에도 정통성이란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시민단체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원도의 한 도시에서 환경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매년 해당 시에서 1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아 활발한 사업을 해 왔으나 지자체장 교체 등으로 2012년부터 지원금이 끊기면서 두 명의 청년간사가 일을 그만 두었다.  

   
▲ 시민단체 인턴이나 저연차 상근 활동가들은 주업무 외 행사 준비 등의 단순 잡무에 시달린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 함규원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청년활동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민언련 조영수 사무처장은 “(활동가로서) 미래 비전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보통 활동가로 5년차가 되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무처장직은 정년까지 지속하기에는 업무의 신체적, 정신적 강도가 높다. 단체의 대표를 맡게 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쌓은 전문성을 활용할 만한 직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계로 진출하거나 단체를 설립해 독립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어느 쪽이든 경제적으로나 업무량으로나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 사무처장은 “시민단체에 오래 있었던 선배들 중 (시민활동을) 평생 하는 분도 있지만 아닌 분도 많은데 그분들이 후배들에게 비전을 줄 만한 곳으로 갔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시민의 권복희 사무국장은 “60세가 넘어도 이 영역에 있고 싶은데 45세 이후에 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 청년팀 김다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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