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주제 ① 식품의약 사고와 언론보도

“식품산업은 언론보도로 한번 흠집이 나면 만회하기가 어려워요. 식품안전에 대한 뉴스에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하죠. 그래서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식품의약 기사는 항상 독자들 관심도가 높다. 작게 나가도 포털 주요 뉴스에 배치된다. 당연히 식품의약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나 PD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한 식품산업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는 식품의약 문제에 언론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중앙일보>에서 18년간 식품의약기자로 일한 그는 강의 내내 식품의약 사고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박태균 기자는 언론보도가 식품업계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력을 강조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 박진우

녹차산업 몰락시킨 것도 언론의 오보

박 기자는 식품의약 사고 보도가 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첫 사례는 2005년에 발생한 김치 기생충 알 사건이었다.

식품 관련 보도는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김치 기생충 알 사건은 2005년에 식약청(지금 식약처)이 발표한 사건이었죠. 여러분 김치에 기생충 알이 있다면 먹겠어요? 먹기 힘들잖아요. 꺼림칙하고 그러잖아요.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 지위를 잃어버렸어요. 지금도 일본시장에 중국 김치가 훨씬 더 많이 팔리죠. 그만큼 사건 하나가 주는 여파가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2007년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 국내와 중국 녹차 산지에서 농약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보도했다. 방송위원회에서 이달의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사회적 파장은 컸다. 하지만 방영 이후 이루어진 검사에서 농약은 거의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녹차 붐이 일었을 때였기에 프로그램 방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녹차 관련 식품업계의 몫이었다. 커피 산업이 매년 30%씩 성장하고 녹차 산업이 27% 하락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사건이었다.

“2007년쯤 한동안 녹차 붐이 일어나고 그러지 않았나요? 제 기억으로는 녹차전문 카페 ‘오설록’ 한번 들어가려면 줄을 한참 서 있어야 했어요. 지금은 안 그렇죠. 바로 옆 스타벅스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말이죠. 보통 이런 사건들은 한 매체에서 발표하고 끝나요. 식약처에서 발표한 내용이라면 많이 쓰겠죠. 그런데 KBS 한 군데서 나왔는데도 그 여파가 지금까지 가고, 녹차와 커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만큼 식품안전에 대한 뉴스는 굉장히 예민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네요.”

▲ 2007년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방송 이후 녹차산업은 하락세의 길을 걷고 있다. ⓒ KBS 홈페이지 화면 캡쳐

과장광고는 고발하면서 과장기사는 왜 안 하나

식품산업은 언론보도로 한번 흠집이 나면 만회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당연히 식품산업계가 언론을 적대시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론이 식품업계에게 최고의 홍보수단이니 식품업계는 식품 기자들과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하려 한다. 홈쇼핑과 신문 광고에서 특정 식품을 과장되게 설명하면 식약처가 고발하지만, 언론에서 그럴듯하게 기사를 쓰면 쉽게 고발하지 못한다.

“홈쇼핑과 신문 광고에서 홍삼이 고혈압에 좋고 성 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바로 소송을 당합니다. 식약처가 고발해요. 그런데 유일하게 고발 안 하는 데가 어딘지 아세요? 바로 언론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하면 쉽게 고발을 못 해요. 홍삼이 고혈압, 당뇨병에 좋다고 막 쓰거든요. 원래 법적으로는 못 쓰게 돼 있어요. 그런데도 신문과 방송은 씁니다. 그래서 업계에서 언론을 더 활용하려고 하는 거죠.”

1958년에 미국에서 ‘델라니 조항’이 만들어졌다. 미국 상원의원 델라니는 “모든 식품에서 발암물질은 0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학적으로 0은 완전히 무(無)를 가리킨다. 이 세상에 ‘완전 무’라는 건 없다. 이와 같은 ‘제로 톨레랑스’는 관용이 없는 상태이기에 조금만 결함이 있어도 무조건 안 된다는 억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당히 정치적인 구호였고, 실제로 당시 치러진 선거에 많은 도움이 됐다. 박태균 기자는 지금은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제로라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김치 먹으면서 항암 효과 등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김치에 발암물질도 미량 들어있습니다. 발암물질도 들어있지만, 여러분이 나중에 ‘김치에 발암물질 있다’고 1면 톱으로 기사 쓸 수 있을까요? 못 씁니다. 왜 못 쓸까요? 우리네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인 김치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면 뒷감당은 도저히 안 되는 겁니다. 쓸 수 없죠.”

▲ 박 기자는 관용이 없는 '제로 똘레랑스'가 아닌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식품 보도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박진우

그 이유로 박태균 기자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어디에든 위험요소가 있는데 기자의 역할은 리스크와 혜택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울 한쪽엔 리스크를 다른 쪽엔 혜택을 올려놓고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살펴보는 것이 식품 관련 보도에서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제는 델라니 조항을 폐기하고 저울로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모유도 식품이죠. 갓난아이들 주식이자 유일한 식품입니다. 모유하고 우유 둘 중 어느 쪽의 오염량이 더 클까요? 만약 다이옥신 검사 결과를 보면 우유보다 모유에 훨씬 더 많이 들어있죠. 중금속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왜 모유를 먹이자고 할까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모유 수유에 리스크가 있지만, 장점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면역력도 높여주고, 엄마 사랑도 전달되는 이점이 있지요. 모유의 리스크와 혜택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혜택 쪽으로 기운다는 말입니다.”

언론의 폭력 ∙∙∙ ‘쓰레기 만두’ ‘고름 우유’

박 기자는 식품의약 사건 보도에서 용어 사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식품사고 기사에서 ‘쓰레기 만두’, ‘발암물질 분유’, ‘고름 우유’, ‘방사능 수산물’ 등 자극적인 용어를 쓰는 것은 사건의 성격과 기사의 크기까지 결정해 버린다. 그는 최대한 자극적인 단어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벅’, ‘무더기’ 등의 표현은 함부로 쓰면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쓰레기 만두 사건 때 ‘이건 쓰레기 만두가 아니고 그냥 불량만두 정도다’라고 기사를 쓴다면 일반 독자들에게 욕을 엄청나게 먹어요. 신문사도 타격을 받아요. 신문이라는 건 화난 사람이 많으면 같이 화를 내줄 수밖에 없어요. 사실 여부 관계없이 말이죠.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에 사람들 감정이 누그러질 때 사실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처음 기사를 내보낼 때 사용하는 단어가 중요해요. 식품의약 보도 사건에서 단어 하나가 가지는 힘은 매우 커요.”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박태균 기자의 강연을 듣고 있다. ⓒ 박진우

우리는 식품의약 기사의 홍수 속에서 산다. 신문뿐 아니라 종편을 비롯한 방송사에서도 앞다투어 식품의약 관련 방송에 목을 매고 있다. 박태균 기자는 강의 말미에 식품의약 정보의 범람 속에서 진짜 전문가를 식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품 안전에 관련한 전문가 목록을 책자로 만들기도 했다. 소비자이면서 독자인 주체들은 정확한 정보의 습득을 위해서 전문가 풀(pool)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전문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전문가 풀(pool)을 잘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식품안전 전문가가 굉장히 적어요. 특히 안전 쪽은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더 적어요. 2년 전 농식품부에서 지원을 받아 책자를 만들었어요.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하니까 작업이 어렵더라고요. 앞으로는 e-book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조상호, 고승철, 김현대, 황호택, 이영돈, 선대인, 오연호, 박태균, 곽윤섭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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