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특강]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주제 ② 좋은 인터뷰: 이론과 실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지고 싶어하는 메시지의 절실함과 무게는 그가 한 인터뷰의 대상자에서도 드러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안철수 새정치국민연합 공동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법륜 스님 등 각계 명사들이 그의 요청에 응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저널리즘특강’에서 그는 누구나 인터뷰하고 싶어하는 대상자를 어떻게 섭외해 깊은 얘기를 끌어내고 인터뷰 기사를 쓰는지 자기가 구사해온 인터뷰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그는 인터뷰 기사의 성공 핵심을 5가지로 정리했다. 

▲ 오연호 대표는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한빛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처럼 절실하게 다가가야

“버스커버스커 노래 ‘첫사랑’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어떡하죠. 난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자꾸 새어나가.’ 인터뷰 신청 단계에서부터 자꾸만 내 마음이 새어나가게 해야 합니다.”

연극을 볼 때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어도 빨려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기자가 설정한 인터뷰 무대에 인터뷰 대상자가 걸어 들어오게 하려면 진정성을 드러내라는 것이다. 이어서 오 대표는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를 예로 들며 인터뷰어의 진정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노래는 열세 개 질문으로 되어 있어요. 연애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봤을 때 질문들이 모두 절실합니다. 알고 싶은 상대에게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와 같은 질문은 매우 핵심적입니다."

오 대표는 "인터뷰에 임하는 마음 준비가 되었다면 사전에 공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진행되는데, 인터뷰에 임하는 기자는 주제 장악력을 가져야 한다.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공부에서 나오는 힘이다. 확실한 학습이 된 인터뷰어는 상대방 말 속에 어떤 것이 뉴스가 될지 안다.

“(인터뷰 준비가 된 기자는) 답 속에서 질문을 찾아내고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 할 시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준비해간 질문 말고도 필요한 질문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야지요. 또 인터뷰를 주도하는 힘이 있어서 상대가 곁가지로 빠진다고 해도 조절하며 상대에게 호응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김대중 야당 총재가 나를 꾸짖어 당황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 좋은 기사를 빠르게 작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은 충분한 사전 공부에서 나온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일화를 소개하며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자 3년 차 때, 선배가 사고가 나서 대신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을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이었는데 그때 나를 꾸짖었어요. ‘그건 그게 아니고,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이건 이겁니다.’ 그러니까 할 말이 없었습니다. 후속 질문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면서 당황한 모습을 그대로 보였어요.”

오 대표는 성공적인 인터뷰를 하는 세 번째 전략으로 "습관을 평소에 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대가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자가 보고만 있다면 바른 자세가 아니다. 수업시간처럼 누군가의 말을 듣는 시간을 연습 삼아 이용하여 상대의 말을 듣고 적으며 언제 묻고, 어떻게 호응하고, 답변이 충분했는지 점검하며, 다음 질문을 생각하고, 돌발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늘 생각하며 단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타이밍 좋은 인터뷰어라 해도 집요한 근성이 없으면 좋은 내용을 끌어내기 어렵다. 오 대표는 중요한 질문의 타이밍을 ‘3/7, 5/7, 7/7,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헤어지면서’로 설명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어색함을 깨면서 시작하지만, 3/7이 되는 시점부터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헤어질 때까지 ‘확인사살’하는 진지하고 집요한 근성이 필요하다. 그는 "’지난번에 00일보 몇 일자를 보니까 이렇게 말씀하셨던데’ 하면서 준비된 질문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며 집요하게 따라붙어야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는다면 시작할 수 없다. 성사 여부가 성공을 결정짓는다. 인터뷰 성공의 마지막 요건에 대해 오 대표는 “인터뷰는 그 사람에게 접촉해서 승낙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오 대표는 인터뷰를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질문은 한 번에 한 가지만 던져 상대가 질문에 집중해 답변할 수 있게 하고, 한 명과 인터뷰가 끝나면 관련된 사람들을 소개받아 추가적인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취재원에게 신뢰를 주는 기자가 되기 위해 인터뷰 때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연호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오 대표의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노 전 대통령이 언론과 한 마지막 인터뷰 등을 토대로 엮은 것이다. ⓒ 청와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등 네 권에 담긴 노하우

“내가 정말 화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이 선하고 도덕적이라고 확신하는 자들이에요. 그런 확신을 가진 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안 되어 있는 놈들이라는 겁니다. ‘탁!’ 상징적 장면은 이렇게 ‘탁’하고 포착해야 합니다.”

그는 여성 월간지 <바자>에 실린 소설가 김훈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상징적 순간을 잡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건 취재든 인터뷰든 현장에서 늘 관심 가져야 할 것이 상징적 순간이다. 이는 주제와 관련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사소한 동작이지만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문장의 종결어미를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로 대체하는 방식은 사소하지만, 김훈이란 인물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인터뷰 기사의 질은 관찰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상징적 장면이나 언어를 끊임없이 포착하려는 자세가 그 차이를 만들어낸다.

“인터뷰는 하나의 기사가 될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여러 가지 인터뷰 정리 형식이 버무려져 있는 입체형 인터뷰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인터뷰는 정리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뷰 정리는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 ‘문답형’과 문답 없이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소화해 정리하는 ‘기자정리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네 권의 인터뷰집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그 가운데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하나의 인터뷰 정리방식이 아니라 꼭지마다 새로운 형식의 정리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문답형’과 ‘기자정리형’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과거 그와 한 인터뷰를 회상하는 형식, 추모객에게 노무현에 대해 들어보는 방식까지 다양한 형식을 버무려 새로운 유형의 인터뷰 기사를 만들었다. 인터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이는 시도다.

그는 인터뷰가 텍스트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진보집권플랜>을 출간하면서 시도한 북 콘서트는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후 북 콘서트 유행을 이끌었다. 대중에게 인터뷰를 전달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는 그의 말이 실현된 또 하나 사례다.

“기자는 늘 강박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존재들입니다. 새로운 게 뭔지, 이미 있었던 게 뭔지 알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입니다.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죠. 그 사람이 인터뷰했던 다른 글들을 많이 읽고 준비하면, 뻔하지 않은 인터뷰를 할 수 있죠.”

오 대표는 “새로움을 위해 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 시절 다양한 실험들을 했다. <말>지에 적을 두던 때는 직접 택시기사가 되어 민심을 취재하기도 했고, 르포를 편지 형식으로 쓰는 파격을 시도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명제를 내걸고 2000년 <오마이뉴스>를 창간했던 이유도 기자가 특권시 되는 언론문화와 결별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좋은 인터뷰 기사는 기자 신뢰로 이어진다

“야당 총재 시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몇 차례 인터뷰한 인연이 있어요. <오마이뉴스>를 그럴듯하게 창간하고 싶었으니까 청와대로 가서 현직 대통령을 인터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죠. 과감하게 청탁서를 썼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오연호 기자는 신뢰할 수 있지만, 창간되지 않은 인터넷 매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일 년 동안 생존한 뒤 그때 다시 신청하라고 해서, 진짜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현직 대통령이 최초로 인터넷 신문과 청와대에서 인터뷰한 사례가 되었죠.”

오 대표는 “이 기자와 인터뷰하면 제대로 써준다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잘 써준 인터뷰’가 아니라 ‘제대로 쓴 인터뷰’다. <오마이뉴스>는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지만, 여당 정치인 가운데 <오마이뉴스> 인터뷰 신청을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 매체 특성상 지면의 한계가 없어 왜곡하지 않고 다 풀어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 대표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거절당하지 않는 인터뷰어'로서 롤모델을 보여주었다. ⓒ 조한빛

그는 “왜곡 없이 이야기 핵심을 제대로 정리하고, 인정할만한 합리적 비판을 하는 기사는 기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필 전담 인터뷰어로 유명한 전영기 JTBC 기자 사례를 들었다. 김종필이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할 때마다 전영기 기자를 찾았던 이유는 그가 뉴스가치를 이해하고 인터뷰를 제대로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오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싸운 최초의 정치인이었죠. 그때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뷰했어요. 그가 대통령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처음 품었을 때, 실제로 공식 선언을 하기 직전에, 대통령이 된 뒤 처음으로 인터뷰한 사람이 저예요. 공식적인 마지막 인터뷰도 저랑 했죠.”

최후의 인터뷰 대상자는 나, “내 삶을 돌아보고 싶다”

정치인을 비롯해 유명인사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오 대표는 인생의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싶은 상대로 본인을 꼽았다.

“그동안 몇 차례 선택의 순간이 있었어요. 감옥에서 반성문 딱 한 장만 쓰면 내보내 주겠다고 했던 적도 있었고, 교사 초봉 삼 분의 일 받고 <말>지에서 일할 때, 유명 일간지에서 우리 언론사로 오라는 제안도 받았죠.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렇게 하면 내가 두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겠나 생각했어요. 죽기 직전에 ‘이 세상에 당신이 무엇으로 왔다 가나’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 삶을 돌아보는 것, 그게 제 최후의 인터뷰가 아닐까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조상호, 고승철, 김현대, 황호택, 이영돈, 선대인, 오연호, 박태균, 곽윤섭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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