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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를 배웠으면 세월호 참사 없었다
[저널리즘스쿨 특강]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주제 ① 덴마크의 행복사회 만들기
2014년 08월 24일 (일) 12:01:08 강명연 계희수 조한빛 기자 lklla@naver.com

“이번에 세월호 사건 보면서 여러분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저는 만약에 세월호 선장이, 승무원들이 자존감을 가지면서 그 일에 종사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방치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며 “덴마크처럼 노조조직률이 높고, 회사에서 직원들 복지를 보장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국민행복지수에서 10만점에 8.0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오 대표는 “덴마크는 직업만족도, 직장만족도도 OECD에서 1위”라면서 우리가 덴마크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한국 사회와 어떻게 다른 걸까? 오 대표는 작년 4월부터 올 겨울에 걸쳐 세 차례 덴마크를 취재한 경험을 말해주었다. 

가정이 편안해야 회사도 편안하다

오 대표가 덴마크에서 느꼈던 것은 ‘안정감’이었다. 그는 GPTW협회(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한 제약회사 '로슈 덴마크(Roche Denmark)'를 방문한 얘기를 했다. 

   
▲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제약회사 '로슈 덴마크'를 방문했다(위). 2012년 상을 받을 당시 기념사진(아래). ⓒ​ 오마이 티비 화면 갈무리

“이 회사는 직원들의 가족과 집이 편안해야 회사에 나와서도 일을 잘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어떻게 편하게 지낼까를 회사에서 일정 부분 책임집니다. 세탁물을 회사로 가져오면, 회사에서 빨아줍니다. 우체국에 갈 일도 리셉션 데스크에 얘기하면 퇴근할 때 회사에서 해결해 주더라고요.”

이 회사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가족을 위한 저녁 도시락을 제공해 준다. 저녁을 준비하는 데 시간 들이지 말고 가족끼리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라는 이유에서다. 아이들을 위한 육아휴가도 최대 2년간 보장한다. 

회사 복도에는 직원들 일정표를 붙여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 수 있도록 한다. 단 한 명의 직원도 우리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해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소통을 위해 회사 내부게시판, 이메일 등 온·오프라인의 모든 매체를 활용한다. 간부와 사원이 서로 피드백하는 시간을 한 달에 한 번 가지기도 한다. 

열쇠수리공도 존중받는 사회

이 때문에 로슈 덴마크 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다닌다. 덴마크에서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다. 오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는 대단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할 택시 기사도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로스킬레 대학을 가야 하는데 일정이 늦어져서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자기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겁니다. 동창회에 가면 친구들은 교수, 의사, 판사들인데, 자기는 전혀 꿀리지 않는다, 당당하다고 하더라고요. 의사 일은 의사가 잘하지만, 택시 운전은 내가 잘한다는 겁니다.” 

오 대표가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종업원도 자기 직업 만족도가 높았다. 그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열쇠수리공인 자기 아들도 자랑스러워했다.

“열쇠를 수리하는 건 누구에게나 다 필요한 것 아니냐, 우리 아들이 그런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자랑하는 겁니다. 우리는 의사, 검사 이런 게 자랑거린데, 자기도 식당 종업원이고, 아들은 열쇠수리공인데, 자존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오 대표는 이런 자부심이 가능한 건 덴마크에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어 있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는 대학등록금과 병원비가 무료다. 직장을 잃어도 정부가 2년간 실업보조금을 주고,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생활하며 큰 걱정거리가 없다. 

노조조직률도 덴마크는 7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오 대표가 만난 식당종업원도 30년간 노조원이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직접 나서서 투쟁해본 적은 없다. 불리한 노동조건이 있으면 노조에서 해결해줬다. 

“이런 안정된 생활기반과 연대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청해진해운에 노조가 있었다면, 세월호 승무원들이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세월호 사건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오연호 대표는 세월호 승무원들이 덴마크 사람들처럼 자기 직업에 만족했다면 세월호 사건은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 조한빛

35살이 되면 어떤 인생을 살까?

덴마크는 교육환경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시험 점수로 등수를 가리지만, 덴마크에서는 7학년까지 시험이 없다(덴마크 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까지 있다). 8학년부터 시험을 보지만 점수를 매기지는 않는다. 졸업시험도 마찬가지다. 덴마크 초등학교의 교육핵심은 ‘아이들이 어떻게 즐겁게 학교에 등교할 것인가’라고 한다. 학생들은 졸업하면 바로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학교 후 과정’인 ‘애프터 스쿨(after school)’을 다니게 된다.

“애프터 스쿨(after school)은 이른바 인생설계 학교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학교에 1년 동안 다니는 겁니다. 스포츠 인생학교 같은 데는 아침 8시부터 저녁까지 축구만 합니다. 대부분 학교가 기숙형인데, 자기 집을 떠나서 1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되는 겁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35살이 되면 어떤 인생을 살까’라는 정식 과목을 통해 일 년간 네 번 자신의 인생 계획을 짜기도 한다. 그들은 국어나 수학만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법’과 ‘어떻게 사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성적이 좋은 건 하나의 기능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교육철학도 성적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이 되도록,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도록 가르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기에 덴마크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흥미와 만족도를 느끼며 살 수 있었던 셈이다. 

1928년 시작된 덴마크 배우기는 왜 변질됐나

우리나라는 덴마크와 무엇이 다를까? 일단 소득세부터 확연한 차이가 난다. 덴마크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52.2%인 반면 우리나라는 38%에 불과하다. 우리가 덴마크처럼 될 수 있을까? 오연호 대표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저도 취재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건데, 사실 우리나라가 덴마크 따라 배우기를 한 게 90년이 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덴마크를 배우자는 말이 있었어요. 그때는 덴마크가 낙농업이 발달한 상태여서 농업을 배우자는 움직임이었죠. 한국에서 최초로 덴마크를 방문한 해가 1928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이화여대 졸업생인 김활란 박사도 덴마크를 다녀온 뒤 덴마크 경제를 연구한 <정말인(丁抹人)의 경제부흥론>(1931)을 썼다. 함께 덴마크에 다녀왔던 4명도 덴마크에 관한 책을 썼다. 1935년에 나온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는 주인공 최용신이 “덴마크 농촌을 따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일제 말에 친일로 돌아서게 됩니다. 그 때문에 덴마크에 관한 논의가 막히게 되죠. 천황폐하, 순종, 복종, 이런 것이 자유와 맞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이후 덴마크 배우기는 새마을운동에서 발견된다. 1972년 중학교 국정교과서에는 “덴마크와 그룬트비를 배우자”는 것과 “덴마크 정신과 새마을 정신을 비교해 봅시다”라는 토론 내용이 들어있다. 

“사실 새마을운동이 덴마크 배우기였습니다. 첫 새마을운동 담당비서관이 류태영씨인데, 이 분이 우리나라 최초의 덴마크 유학생입니다. 덴마크 국왕한테 편지를 써서 덴마크에 다녀왔어요. 이 분이 새마을운동은 덴마크를 모델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희 집권 초기 산업화 시대 때, 농촌은 엄청나게 가난해졌습니다. 그래서 농촌을 부흥시키려고 새마을 운동을 한 건데, 다른 나라 사례가 덴마크였던 거죠.”

하지만 이때도 덴마크를 온전히 배우지는 못했다. 150여년 전 덴마크 목사 그룬트비는 농민을 대상으로 학교를 만들었다. 농민을 자유를 누리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기 설교를 신도들이 비판하는 것까지 허용할 정도로 자유를 중시했다. 

그는 농민들에게 권위에 대한 도전과 비판을 가르쳤다. 그룬트비 덕택에 산업화 이후 노동자가 된 농민들은 사회민주당을 만들고 70년간 정권을 잡았다. 덴마크의 교육철학이 학생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에 맞춰져 있는 것도 그룬트비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새마을운동은 ‘위로부터 개혁’이었기에 이와 같은 자유가 배양될 수 없었다. 

“새마을운동은 우리에게 먹고 사는 문제를 배우게 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자유, 스스로 뭔가 하는 자유, 이런 걸 배우지는 못했죠. 양적으로만 성장하는 데 치중했지, 스스로 주체가 되는 걸 배우는 데는 부족했던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 언론이 왜 우리는 인재가 반복되나, 그런 얘기를 합니다. 요새 덴마크를 공부하면서 봤더니, 덴마크 배우기도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배워야 할 핵심은 제대로 못 배워왔죠. 이제는 제대로 배우자고 제가 주장하는 겁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오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조한빛

덴마크 배우기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오 대표도 우리가 간단히 덴마크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덴마크 제도를 무작정 도입하면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실험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20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20년 프로세스는 정권을 진보가 잡든 보수가 잡든,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 견지해야 할 핵심적인 것들 5가지 정도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함께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덴마크가 저런 사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집권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가져가야 될 핵심 정책에 대한 합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업수당, 기본소득 같은 논의가 정권이 바뀌면 없어지고 말죠. 그러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도 무엇이 핵심인지는 정확히 짚지 않았다. 노사관계에 관한 것일 수 있고,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일 수도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앞으로 논의해가야 할 부분이다. 오 대표는 어느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말을 전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 분이 대한민국 사람들은 충분히 (덴마크를) 따라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전례를 봐서 그렇다는 거죠. 우리는 미국을 너무도 과감히 따라 배웠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구와 나라 크기,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미국과 대한민국의 차이보다,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차이가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조상호, 고승철, 김현대, 황호택, 이영돈, 선대인, 오연호, 박태균, 곽윤섭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조한빛 기자]
단비뉴스 전 전략부장, 미디어팀
삶은 도박이라고 합니다. 전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데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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