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콘삭스 만드는 이태성 대표

이름도 생소한 콘삭스(cornsox)는 옥수수로 만든 양말이다. 콘삭스 생산공정은 요리 레시피 같다. 옥수숫대와 잎, 열매를 통째로 발효시켜 만든 투명한 알맹이를 녹인 뒤 가늘게 뽑으면 옥수수실이 된다. 맛있을 것 같은 옥수수양말은 착하기도 하다. 친환경섬유라 피부자극을 주지 않아 착하고, 수익금 10%를 아프리카 식량 부족 국가인 부르키나 파소에 기부하기 때문에 착하다. 강원도 춘천시 운교동에 더뉴히어로즈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착한’ 옥수수양말을 만드는 이가 이태성(31) 대표다.

 

▲ '더뉴히어로즈' 대표 이태성씨. ⓒ 이태성

옥수수가 양말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

“아버지는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셨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기가 안 들어오는 데 사셨고요. 그땐 양말이 되게 귀했어요. 예전에는 부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소모품이 돼 버렸어요. 하지만 아직도 양말 한 켤레가 귀한 외국사람들이 있잖아요.”

지금은 구멍이 나면 버리는 게 양말이지만 이 대표도 어린 시절 기운 양말을 신었다고 한다. 당시 양말은 단순히 발을 덮는 의류가 아니었다. 명절이면 ‘건강하라’는 의미로 양말을 선물했고, 크리스마스에는 양말을 걸어두고 선물을 기다렸다. 창업을 준비하며 이 대표는 어렸을 적 기억을 통해 양말에 담겨있는 사랑, 따뜻함, 추억과 같은 의미를 떠올렸다. 더구나 양말은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처음부터가 옥수수 섬유가 떠오른 건 아니었어요. 기억을 더듬고 제가 해왔던 일들을 살펴보니 개인 이익보다는 더불어 사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흥미를 느꼈더라고요. 친환경 섬유인 옥수수 섬유를 선택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나 때문에 사회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때 전교에서 봉사활동 시간이 제일 많은 학생이었다. 삼사백 시간이나 돼 봉사시간만으로도 여느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수시로 입학할 수 있을 정도였다. 꾸준한 봉사활동은 아버지 영향이 컸다. 봉사활동과 기부를 꾸준히 해온 아버지를 보며 자라온 이 대표에게 ‘타인을 돕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닌 몸에 밴 행동이었다.

화학섬유보다 인체에 끼치는 부작용이 적은 옥수수섬유를 사용하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생각하는 기업을 창업할 계기는 2011년에 찾아왔다. 고용노동부의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아이템 공모전에 당선돼 창업지원금을 받아 회사를 세웠다.

 

▲ 옥수수로 만드는 양말 '콘삭스'. ⓒ 이태성

식량난 우려에 옥수수 기부로 지속가능성 높여

기자가 옥수수양말 샘플을 가져와서 친지들에게 보여줬을 때 반응은 대개 ‘신기하다’거나 ‘예쁘다’는 거였다. 몇몇 사람은 식량자원을 이용하는 콘삭스가 식량난에 끼치는 영향을 걱정하기도 했고, 사회적 기업이면 환경을 고려해 양말을 천연염색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했다. 전화로 다시 취재를 했을 때 이 대표는 옥수수 소모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옥수수 열매 뿐만 아니라 옥수숫대와 이파리를 통째로 발효시켜 옥수수 실을 만든다. ⓒ 콘삭스 페이스북 누리집

“저희가 만드는 이 실에는 옥수수 알맹이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옥수숫대와 이파리 같은 것들이 다 들어가요. 식량을 전혀 없애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고 봐야지요. 옥수수 가격이 높다면 알곡은 안 쓰고 부산물만 쓰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죠.”

사실 이 대표는 옥수수양말을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식량난에 끼치는 영향을 우려해 옥수수를 기부하는 모델을 생각했다. 분석을 해보니, 옥수수 한 그루로 양말 두 켤레를 만들 수 있고, 양말 판매 수익금 기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옥수수는 34그루였다. 옥수수 한 그루가 콘삭스를 통해 34그루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무조건 환경과 사회에 좋은 일만 하려다 보면 이윤 내기가 힘들어 기업경영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사회적 기업도 엄연히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의 한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양말 디자인은 제품 경쟁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분야였다.

“무슨 제품이든 의미만 좋다고 사지는 않잖아요. 소비자한테 돌아가는 이익이 있어야죠. 친환경이든, 패션이든 뭔가 소비자에게 어필을 해야죠.”

일상 속 작은 결정이 큰 변화 만든다

이 회사의 모토는 ‘Small Decision, Big Difference’이다. 작은 결정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뜻이다.

“옷을 입었을 때 양말이 하나 튄다는 건 재미있거든요. 알록달록하고 재미있게 디자인 된 양말을 신는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잖아요. 즐거움을 주는 것은 기부행위와 다를 게 없어요.”

양말을 신고 벗는 행동은 매일 반복된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반복된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작은 부분이라도 반복되다 보면 변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당신이 콘삭스를 신음으로써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주고자 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하다 보니, 환경에 눈길이 갔고 결국 콘삭스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고 시계와 가방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 ‘큰 변화를 위한 작은 행동’을 꾸준히 실천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잘 돼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늘 거라 기대한다.

 

▲ 더뉴히어로즈의 목표는 '한 켤레의 양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이다. ⓒ 콘삭스 누리집 갈무리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은 1억원이 조금 넘었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의 3배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그의 바람대로 콘삭스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제가 하는 일이 사회든 개인이든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돈도 많이 벌고 싶고요. 사회적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욕먹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어요. 하지만 전 사회적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진정한 사회적 기업이죠.”


 

*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농업·농촌전문기자, 데스크 교수 등이 참여해서 이론과 농촌현장실습, 지역취재보도를 하나로 결합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단비뉴스>는 이 강좌의 과제 중 일부를 중계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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