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말’

▲ 노은영

‘발연기’라는 말이 있다. 주로 어색한 연기를 하는 신인배우를 혹평할 때 쓰는 말인데 ‘연기를 발로 해도 그보다는 잘하겠다’는 비아냥이 담겨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배우의 대사는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하게 들린다. 말이 그러니 감정연기가 안 돼 상대배우도 몰입하기 힘들고 시청자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들의 연기가 어색한 이유는 경험에서 나온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자기 경험을 녹여내지 못한 채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이해하지 못한 인물의 행동을 표현하려다 보니 책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말을 내뱉게 된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인형처럼 길러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연기자로 진출했을 때 흔히 느끼는 좌절감도 같은 원인일 터이다. 그들이 실제로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인생을 표현하는 요령만 배웠기에 생기는 결과이리라.

철학이 빠져 공감하기 힘든 ‘발연기’는 정치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보통사람의 삶과 괴리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한 정치인의 연설은 그래서 공허하고 어색하다. 선거에서 ‘OO지역의 아들’ 같은 지연에 기대는 낡은 구호 대신 ‘으리’처럼 뭔가 새로워 보이는 것을 들고나오는 후보에게 유권자들이 솔깃해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말이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흔한 안부인사와 “저녁이 있는 삶” 같은 말에 사람들이 끌렸던 이유는 그 말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인생과 말을 듣는 사람의 인생이 담긴 말은 자연스러워 감동을 준다.

7월 재보선에서도 당선만을 위해 연고가 없는 지역에 출마한 정치인들이 대거 낙선했다. 주민들의 삶을 모르는 정치인은 제 구실 못 하는 ‘발연기’ 수준의 배우와 다를 바 없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인데, 말이 겉도는 사람이 하는 정치는 자신의 출세욕을 채울 뿐 국민들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4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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