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동성애’

▲ 이정희 기자
2012년 11월 국립국어원은 ‘이성애 중심적인 언어가 성소수자 차별을 만든다’는 신문고 제안에 따라 ‘사랑’을 포함한 5개 단어의 뜻풀이를 바꿨다. 잠시 ‘사랑’은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의됐다.

그러나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보수 기독교계 항의로 사랑의 뜻이 다시 바뀌었다. 현재 사랑의 네 번째 정의는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 됐다. 국립국어원 결정에 논란이 거세다. 역차별을 드러내는 뜻풀이 변화에 성소수자를 포함한 많은 인권단체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우리가 쓰는 단어 중 ‘사랑’의 연장선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동거: 부부가 아닌 남녀가 부부관계를 가지며 한 집에서 삶
결혼: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를 맺음
부부: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
커플: 짝이 되는 남녀 한 쌍
애정: 남녀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연애: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
애인: 서로 애정을 나누며 마음 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
연인: 서로 연애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또는 몹시 그리워 사랑하는 사람

보다시피 사랑과 관련된 대부분 단어들은 남녀 사이를 전제로 한다. 만약 동성연인이 서로를 ‘애인’이라 부른다면 ‘애정’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임을 뜻한다. 그러나 현실의 언어는 애정과 사랑 모두 남녀 사이에만 나눌 것을 강제한다. 동성애자에게는 ‘사랑’만 어려운 게 아니라 살아갈수록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 처하게 될 것임을 우리 언어는 말해주고 있다.

동성 간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뭘까?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는 성경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레위기 18장 22절)

그러나 이번 뜻풀이 번복 소동은 ‘종교’의 이름으로 소수집단을 배제한 것이고 소수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거나 다를 바 없다. 동성애가 성경에서 금지하는 것이기에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경에 나오는 모든 규율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된다. 성경에는 지금도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말이 너무나 많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재해석해야 할 부분도 많다.

기독교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성경 말씀에는 이런 구절도 있지 않은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레위기 19장 18절). 동성애자도 우리의 이웃일 따름이다. 통념으로는 ‘금지된 사랑’이기에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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