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인터뷰] 박대수 꿈앤컴퍼니 대표

직업(職業)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직(職)’과 생계를 유지하는 ‘업(業)’의 두 글자로 이뤄져 있다. 글자 그대로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해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종사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먹고 살려면 누구든 직업을 가져야 한다. 헌법 제32조에서도 모든 국민의 근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을 통해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64만 명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22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15세 이상 장애인의 고용률은 36.4%다. 비장애인을 포함한 전체 고용률(63%)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30.8%로 장애인 평균 고용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통틀어 이르는 발달장애인은 국내에만 약 25만 5000명이 있어, 전체 장애인 중 9.6%를 차지한다.

힘들게 취업하더라도 발달장애인이 택할 수 있는 직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취업자 중 조립이나 포장을 하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77.6%로 가장 많다. 그마저도 오래 일하지 못한다. ‘2022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발달장애인 중 근속 기간이 3년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6%(3만 2902명)로 절반을 넘는다.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5년 9개월이다.

이런 현실을 진작 알아차리고, 단순·단기 노무가 아니라 진정한 직업을 발달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일에 뛰어든 이가 있다. 박대수 꿈앤컴퍼니 대표(44)다. 기업과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상생하는 세상을 꿈꾸는 박 대표를 <단비뉴스>가 인터뷰했다.

사회복지사에서 사회적기업으로

▲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박대수 꿈앤컴퍼니 대표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박대수 꿈앤컴퍼니 대표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그가 대표를 맡은 꿈앤컴퍼니는 발달장애인에게 진로·직업을 교육하고 코칭하는 교육컨설팅 기업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지금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가 꿈앤컴퍼니를 창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장애 아동들을 보호하는 주간 보호시설에 자원봉사를 다녔다. 그 시절부터 사회복지사를 꿈꿨다. 경성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더 공부했다. 이후 서울 성동장애인복지관에 취업해 약 12년간 일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동안, 미처 몰랐던 현실도 알게 됐다. 그는 복지관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직업 교육을 맡았다. 그들 대부분은 미성년 시절에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받지 않았고, 어떤 적성과 꿈을 갖고 있는지 고민한 적도 없는 상태였다. 직업을 탐색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어렵게 취업해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령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진로를 명확히 설계하지 않아, 취업하더라도 금세 퇴사하는 장애인들을 많이 봤어요. 이들을 위한 진로 설계와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직업은 꼭 필요하다. 다만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지고 있었다. 단순 구직을 넘어 행복한 직업을 안내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박 대표의 생각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진로 설계는 선택 아닌 필수

▲ 박대수 대표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진로직업 설계의 이유와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박대수 제공
▲ 박대수 대표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진로직업 설계의 이유와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박대수 제공

눈높이 진로 코칭

그는 회사를 창립한 2019년부터 약 4년 동안, 1000회 이상에 걸쳐 발달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진로 설계’ 교육을 진행했다. 첫 6개월은 거의 반응이 없었지만, 정부가 장애인 복지정책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교육부는 ‘장애 학생 진로 직업 활성화 방안’ 정책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도 발달장애인 진로코칭 및 상담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장애인을 위한 진로 설계 교육을 하는 강사가 거의 없어 박 대표에게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그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국을 다니며 강의했다.

대중 강의의 대상이 주로 발달장애인의 부모라면, ‘일대일 진로 코칭’은 발달장애인과 직접 마주 앉아 진행한다. 발달장애인의 보호자와 함께 마주 앉는 경우도 있다. 코칭 진행 과정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2~5차례 정도 진행한다.

이들을 고용하는 사기업이나 공기업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일도 있다. 기업의 특성과 요청에 맞춰 발달장애인의 직무를 개발하거나 컨설팅한다.

발달장애인에 맞춤한 직무를 가르치고 개발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발달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코칭하다

▲ 박대수 대표(오른쪽 끝)와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 5명의 모습. 박대수 대표 제공
▲ 박대수 대표(오른쪽 끝)와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 5명의 모습. 박대수 대표 제공

“다양한 경험을 갖춘 발달장애인이 다른 발달장애인에게 진로를 코칭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칭 과정에서 서로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코칭 자체가 발달장애인에게 새로운 직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무가 그렇게 탄생했다. 바리스타, 제과제빵사, 인권 강사 등을 경험한 발달장애인이 그 직무에 관심을 둔 발달장애인과 그 보호자에게 조언을 들려주는 것이다.

우선, 코칭을 맡을 발달장애인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다. 2022년, 5명의 발달장애인을 선발하여 약 20회에 걸쳐 진로코칭 전문 교육을 진행했다. 진로 직업설계 과정이나 직업 탐색 과정, 관련 정보 수집 방법 등을 강의했다. 또한, 각 직업이나 직무를 설명하는 강의록을 만들게 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연습도 했다. 시범 코칭도 거듭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5명의 발달장애인은 이제 어엿한 ‘프리랜서 강사’가 됐다. 꿈앤컴퍼니는 이들을 ‘진로 코디네이터’로 채용했다. 꿈앤컴퍼니의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들은 현재 온라인을 활용해 무료로 장애인의 직무를 상담하고 있다. 그 비용은 ‘카카오같이가치’ 캠페인으로부터 후원받아 충당하고 있다.

행복하게 일하도록 장애인을 돕는 행복

▲ 꿈앤컴퍼니는 서울 구립 동대문구 장애인종합복지관, 여행기획사 가이드쿱과 공동으로 발달장애인에게 관광 가이드 직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교육을 마친 이들이 남산골한옥마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구립 동대문 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 꿈앤컴퍼니는 서울 구립 동대문구 장애인종합복지관, 여행기획사 가이드쿱과 공동으로 발달장애인에게 관광 가이드 직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교육을 마친 이들이 남산골한옥마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구립 동대문 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꿈앤컴퍼니가 개발한 새로운 직무 가운데는 관광 가이드도 있다. 박 대표가 사회복지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어느 여성 발달장애인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암기를 잘했다. 그가 관광 가이드로 일하면 좋겠다는 박 대표는 생각했다. 그 분야의 사회적기업인 ‘가이드쿱’ 여행사 대표와 함께 발달장애인 관광 가이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사회전문가와 교육전문가는 물론 발달장애인도 직접 참여했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직무를 새로 개발하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꿈앤컴퍼니에서 교육받거나 코칭받은 발달장애인들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행복하게 일하는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앞으로도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찾아내고, 개척하는 것”이 박 대표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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