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난민이 아닌가요] 프롤로그 - 1%의 벽을 뚫지 못한 사람들

 

난민은 본국에 머무르기 어려워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 뜻을 보면, 어려움(難)에 부닥친 사람들(民)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그들을 한국을 어지럽힐(亂) 사람들(民)로 바라보기도 한다. 2018년 예멘 난민, 2021년 아프가니스탄 난민 등이 집단 입국하면서 한국인들도 난민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됐지만, 많은 난민은 한국에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을 받기 시작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은 7만 3384명이다. 그중 1163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G20에서 유럽연합을 제외한 19개 회원국 중 18번째로 난민 인정률이 낮을 정도로 한국은 난민 지위 부여에 엄격하다. 난민으로 인정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단비뉴스>는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한국에 있는 난민을 취재했다. 난민 인정자 비자라고 불리는 F-2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에 집중했다. 그들은 난민 신청자 신분인 G-1-5, 또는 인도적 특별체류자인 G-1-6 비자를 가지고 있다. 바라카작은도서관, 음성외국인도움센터, 피난처,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재한줌머인연대 등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난민을 만났다.

그 가운데서도 6개 나라 출신 난민에 집중했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 가운데 출신 국적을 따져보면, 미얀마,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순으로 많다. 또한 인도적 특별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 가운데는 시리아와 예멘 출신이 많다. 이들 6개 나라를 떠나 한국에 왔으나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6명을 만났다.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머나먼 한국으로 오게 됐는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물었다. 상처 입은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보니, 난민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내면에 닿을 수 있었다.

취재한 내용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1회-미얀마’ 편은 중학교 교사였던 수민우가 미얀마 군부 독재에 저항하다 한국에 피난 온 이야기를 담았다. ‘2회-에티오피아’ 편은 내전의 아비규환을 겪다 고국을 탈출한 티기스트의 사연을 전한다. ‘3회-방글라데시’ 편에서는 소수민족 줌머인에 대한 학살과 고문을 피해 한국에 온 청년 아웅사의 이야기를 보도한다. ‘4회-이집트’ 편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하산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10년의 징역형을 받아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과정을 담았다. ‘5회-시리아’ 편은 총소리와 전투기 소음이 끊이질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낸 하산이 잔인하고 무차별적인 내전의 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이유를 담았다. ‘6회-예멘’ 편에서는 내전이 격화돼 인도, 말레이시아를 떠돌다가 예멘인을 받아준다는 소문을 듣고 제주도로 오게 된 이스마일의 행로를 보도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길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어 한국에 도착했다. 그랬어도 난민 인정률 1%의 벽을 뚫지 못했다. 그들 모두 기자에게 되물었다. 나는 왜 난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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