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작의 세계] ②일상 곳곳에 퍼진 리뷰 조작

전편: ①내가 보는 리뷰, 진짜일까?

지난 보도에서는 각종 제품의 리뷰를 조작하는 아르바이트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주로 모집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취재 결과, 하루 최소 1만 건의 리뷰 아르바이트 모집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었다. 칫솔, 양말, 샴푸 등을 파는 일반 제조업체는 물론 숙박업체도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가짜 리뷰의 대상과 플랫폼은 다양했지만, 수법은 비슷했다. 익명의 판매자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실제 상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거짓 리뷰를 작성하면 현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었다.

어플까지 진출한 가짜 리뷰

가짜 리뷰는 모바일을 이용한 각종 어플에서도 횡행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휴대폰으로 접근하는 거의 모든 어플에서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10월 20일 오후 2시께 ‘리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어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판매자 달xx’이 글을 올렸다.

#배달의 민족 리뷰어 모집
·모집인원: 3명
·건당 1000원
·1인 다계 가능
·실명 입장 부탁드립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배달의 민족 리뷰어를 모집하고 있다. 모집글에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대일 채팅방 링크가 걸려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배달의 민족 리뷰어를 모집하고 있다. 모집글에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대일 채팅방 링크가 걸려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리뷰를 남길 곳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배달의 민족’ 어플이었다. 일대일 채팅방에 입장해 “리뷰하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닉네임 ‘방장’은 “가이드 전달해 드릴게요. 9천원 결제 후 페이백 해드리는데 괜찮으신가요?”라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니 리뷰 진행 가이드를 보내줬다. 가이드에는 1번부터 9번까지 진행 순서가 적혀있었다.

#리뷰 진행 가이드
1. 구매자 성함/ 페이백 받으실 계좌 알려주세요.
2. 배민 접속 후 배달 주소 변경해 주세요.
3. 배달 주소는 '경기 수원시 00구 00동 1xxx'로 입력해 주세요.
(중략)
8. 리뷰 작성 후 가게 찜 및 리뷰 캡처해서 전달해 주세요.
9. 확인 후 리뷰비 1,000원 입금 진행해 드립니다.

닉네임 ‘방장’이 일대일 채팅방에서 1번부터 9번까지 진행 순서가 적힌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가이드 밑으로 음식을 바로 주문할 수 있게 배달의 민족 어플에 등록된 가게 주소를 첨부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닉네임 ‘방장’이 일대일 채팅방에서 1번부터 9번까지 진행 순서가 적힌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가이드 밑으로 음식을 바로 주문할 수 있게 배달의 민족 어플에 등록된 가게 주소를 첨부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리뷰를 작성할 곳은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국밥집이었다. 배달의 민족 어플을 이용해 국밥집에서 음식을 주문한 후 리뷰를 남기면 되었다. 판매자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가운데 배달 주소를 바꿔 달라는 요청이 눈에 띄었다. 리뷰를 작성할 식당과 가까운 곳에서 주문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주소를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판매자는 배달의 민족 어플에 등록된 가게 주소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국밥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꼭 ‘포장’으로 결제 부탁드려요”라고 당부했다. ‘배달’로 주문하면 식당에서 실제로 음식을 배달해야 하지만, ‘포장’으로 주문하면 구매자가 식당에 직접 가서 음식을 찾아 간다. 거짓으로 적은 주소지로 음식이 배달되는 일을 막으려는 장치였다.

어플에 들어가 주문자의 주소지를 판매자가 안내한 ‘경기 수원시 00구 00동 1xxx’로 변경했다. 그리고 리뷰를 적을 국밥집에서 고기 국밥 곱빼기를 포장 결제했다. 음식값은 9000원이었다. 주문 내역을 캡처해 판매자에게 보냈다. 그러자 ‘주문 확인 중’이라는 어플의 메시지가 ‘포장 완료’로 바뀌었다. 판매자는 결제된 음식값을 기자에게 바로 입금했다. 그리고 “리뷰를 작성한 후 캡처해서 보내달라”는 카톡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냈다.

판매자에게 제공받은 사진을 첨부해 배달의 민족 어플에 음식 리뷰를 적었다. 음식을 받거나 먹지 않았지만 음식 맛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리뷰 갈무리
판매자에게 제공받은 사진을 첨부해 배달의 민족 어플에 음식 리뷰를 적었다. 음식을 받거나 먹지 않았지만 음식 맛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리뷰 갈무리

“고기국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침 파는 곳이 있어서 좋네요! 국물이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양도 많아서 두 끼로 나눠 먹어도 될 것 같아요ㅎㅎ.”
판매자가 보내준 사진을 첨부해 음식 리뷰를 적었다. 작성한 리뷰를 캡처해서 보내자 5분 후 국밥집 이름으로 리뷰비 1000원이 입금됐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리뷰 가이드

어플을 통한 가짜 리뷰는 음식 배달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11월 1일 오후 9시께 가짜 리뷰 알바를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판매자 너xx’가 글을 올렸다.

숨고 어플 리뷰어 모집
●리뷰비: 2000원
●선결제x
●리뷰 당일 입금
●모집인원: 50명
●숨고 어플 설치 후 어플 내 입점한 가게의 리뷰를 달아주는 방식입니다.

‘판매자 너xx’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숨고 어플 리뷰어를 모집하고 있다. 모집글에는 리뷰비와 모집 인원, 리뷰를 하는 방식이 적혀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판매자 너xx’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숨고 어플 리뷰어를 모집하고 있다. 모집글에는 리뷰비와 모집 인원, 리뷰를 하는 방식이 적혀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숨고’는 이사, 청소, 인테리어부터 건강, 미용, 과외까지 여러 서비스의 전문가를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이 어플을 새로 깔아 리뷰를 남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리뷰비로 2천 원을 지불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봤던 리뷰비 가운데 가장 큰 액수였다.

판매자가 올린 글 밑에 리뷰어가 작성해야 하는 양식 링크가 있었다. 링크를 누르자 이름과 카카오톡 ID, 휴대폰 번호를 적는 칸이 나왔다. 이를 작성해 제출하고 3일이 지났을 때 판매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여러 업체의 리뷰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모집하고 있었다.

판매자의 닉네임은 ‘Mxxxx’였다. 판매자는 “안녕하세요. 숨고 리뷰어 모집 신청 주셔서 연락드렸습니다. 00클린텍이라는 업체 (리뷰를) 진행한 적 있으신가요? 없다면 00클린텍을, 있다면 다른 업체로 드리겠습니다.” 이날 오후 6시 무렵, 판매자는 4단계에 걸친 ‘가이드라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

진행한다고 하신 시간대에 진행하시면 됩니다.
Step.1
숨고 어플 홈/리빙 카테고리에서 [이사입주청소업체] 클릭
시작하기 누른 후 요청서에 아무거나 눌러주세요.
(중략)
Step.4
리뷰는 사진 전달 드리면 내일 오전 10시 이후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사진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나가므로 오전까지 사진 받은 게 없다면 사진 없이 진행해주세요. 리뷰 비용은 리뷰 작성이 완료된 후 당일 입금 드립니다.

판매자가 리뷰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진행 순서가 자세히 나와 있다. 가이드 밑으로 이미지를 첨부해 리뷰 진행을 돕고 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판매자가 리뷰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진행 순서가 자세히 나와 있다. 가이드 밑으로 이미지를 첨부해 리뷰 진행을 돕고 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핸드폰에 숨고 어플을 깔고 회원가입을 했다. 숨고 어플에 입점한 여러 업체 중 리뷰를 작성해야 할 곳은 건물 청소업체였다. 가이드대로 숨고 어플에서 ‘홈/리빙’ 카테고리에 들어가 ‘이사, 입주 청소업체’를 클릭했다. 그리고 공간 평수와 청소 희망일, 미리 알려준 지역을 선택해 요청서를 넣었다. 그러자 여러 청소업체가 채팅 신청을 하며 견적서를 보냈다.

나는 리뷰를 작성해야 할 업체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판매자가 안내한 업체 이름이 보이자 실제로 청소업체를 구하는 척 대화를 걸었다.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청소가 빨리 되면 좋겠어요.” “빨리 원하시면 오늘 밤도 가능하세요.” “네 좋습니다!” “진행 방식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판매자가 ‘가이드라인’에서 알려준 대로 ‘개인 계좌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업체는 연락처를 알려주며 전화를 달라고 답했다. 이상의 채팅 자체가 일종의 ‘연극’이었는데,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리뷰를 작성했다는 증거로 활용되는 듯했다.

숨고 어플에서 리뷰를 작성할 청소업체와 채팅을 하고 있다. 채팅은 판매자가 준 가이드에 따라 진행했다. 숨고 채팅방 갈무리
숨고 어플에서 리뷰를 작성할 청소업체와 채팅을 하고 있다. 채팅은 판매자가 준 가이드에 따라 진행했다. 숨고 채팅방 갈무리

다음날 오전, 리뷰를 적기 위해 숨고 어플에 들어가 그 청소업체를 찾았다. 이 업체에 등록된 리뷰는 1,366개였다. 가장 최신 리뷰는 ‘김00’이 1시간 전에 남긴 것이었다. “여기 견적가격이 제일 합리적이기도 했고 빠른 청소를 원했는데 저녁에 바로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꼼꼼하고 깔끔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플 ‘숨고’에 입점한 청소업체의 리뷰란이다. 판매자와 채팅을 한 다음날 청소업체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갔다. 기존에 등록된 리뷰 수는 1,366개였다. 숨고 리뷰 갈무리
어플 ‘숨고’에 입점한 청소업체의 리뷰란이다. 판매자와 채팅을 한 다음날 청소업체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갔다. 기존에 등록된 리뷰 수는 1,366개였다. 숨고 리뷰 갈무리

리뷰에 들어갈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아 기존에 쓰인 리뷰들을 참고해 적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꼼꼼히 청소해 주셔서 만족스럽습니다! 답변도 빠르고 친절했어요. 후기가 좋아서 골랐는데 좋은 데에는 이유가 있네요~~”
작성한 리뷰를 캡처해서 보내자 다음날 ‘권xx’이라는 이름으로 2천원이 입금됐다.

어플 자체를 리뷰하기도

모바일 어플에 입점한 업체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새로 출시된 어플 자체에 대한 가짜 리뷰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0월 20일 오후 1시 40분께 리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글이 올라왔다.

★어플 리뷰어 모집★
안드로이드/앱스토어
*모집 15팀
■가이드 제공!!!!
-어플 설치 후 리뷰작성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 어플 리뷰!!
-리뷰비 1000원 지급

판매자가 모집하는 리뷰 아르바이트 대상은 어플이었다. 핸드폰에 어플을 깔아 어플 자체에 대한 리뷰를 남기는 것이었다. 일대일 채팅방에 입장하자 판매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어느 어플 페이지 링크를 공유했다. 자동차보험 계산 어플이었다. 그리고 가이드를 제공했다.

“다운로드 받아보니 한눈에 보기 편해서 좋았어요. 갱신알아보고 있었는데 자동차보험료도 빠르게 확인되어서 좋네요. 운전자이시면 운전자의 입장에서 적절히 가이드 참고해서 작성해주셔도 좋습니당ㅎㅎ별점 4점 체크 부탁드려용.”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자가 말한 어플을 다운받았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어플만 설치하면 어플에 대한 평가가 가능했다. 그 전까지 달린 리뷰는 198건이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계산 어플이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어플만 설치하면 어플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어플 리뷰 갈무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계산 어플이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어플만 설치하면 어플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어플 리뷰 갈무리

판매자가 제공한 가이드대로 별점 4점을 체크하고 “다운로드 받아보니 한눈에 보기 편해서 좋았어요. 갱신 알아보고 있었는데 자동차 보험료도 빠르게 확인되어서 좋네요.”라고 리뷰를 작성했다. 기자는 운전면허가 없어 자동자 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었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 없이 손쉽게 리뷰를 남길 수 있었다.

영수증 사진 주면서 “리뷰 부탁드려요”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 가운데는 ‘영수증 리뷰’라고 불리는 유형도 있었다. 각종 업체를 소개하는 ‘네이버 플레이스’에 리뷰를 쓰려면 실제 구매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불 영수증을 인증해야 한다. 가짜 리뷰 모집책들이 그 과정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를 안내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19일 오전 9시 40분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판매자 김00’이 글을 올렸다.

[영수증 리뷰 모집] 리뷰어 선착순 5분 모집합니다.
(선착순 모집인원 이외에는 일반 영수증 리뷰 가능합니다.)
⍌영수증+사진 리뷰
■첫 방문만 가능
■다계정 가능
■건 1,000원(당일 지급)
■영수증 제공, 사진 제공(업체 여러 개입니다).

이 판매자는 일대일 채팅에서 영수증 사진 3개를 보냈다. 3개 영수증의 업종과 주소는 서로 달랐다. 경기도 고양시의 어느 마취통증의학과 영수증, 서울시 마포구의 술집 영수증, 같은 지역의 고깃집 영수증이었다. 사진 속 영수증에는 누가 결제했는지 모를 카드 종류와 카드번호, 결제된 날짜와 금액이 적혀있었다. 손님이 버리고 간 영수증인지, 판매자가 임의로 발행한 영수증인지 알 수 없었다. 네이버 플레이스에 리뷰를 쓰려면 ‘영수증 인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짜 영수증’부터 제공한 것이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참여하기 위해 들어간 일대일 채팅방. 리뷰 참여 의사를 밝히자 판매자는 각기 다른 곳의 영수증 3건을 연달아 보냈다. 영수증 속 장소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술집과 고깃집,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마취통증의학과였다. 각각의 영수증 아래로 언급해야 할 키워드를 알려주고 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참여하기 위해 들어간 일대일 채팅방. 리뷰 참여 의사를 밝히자 판매자는 각기 다른 곳의 영수증 3건을 연달아 보냈다. 영수증 속 장소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술집과 고깃집,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마취통증의학과였다. 각각의 영수증 아래로 언급해야 할 키워드를 알려주고 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판매자는 각각의 영수증 아래로 언급해야 할 키워드를 알려줬다.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키워드: 일산통증병원, 일산마취통증의학과 중에 한번 언급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술집의 경우, “홍대술집, 홍대이자카야 중 하나 언급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영수증에 적힌 병원 이름을 검색했다. 영수증에 적힌 주소와 실제 주소가 일치했다. 리뷰를 쓰려면 ‘영수증 인증’을 거쳐야 했다. 판매자가 준 영수증 사진을 등록했다.

영수증 인증을 끝낸 뒤, 판매자가 요청한 키워드를 넣어 리뷰를 적었다. 병원에 간 적 없고 진료도 받지 않았지만 의사가 친절하고 꼼꼼히 진료한다는 내용이었다. “의사쌤이 정말 친절하시고 꼼꼼하게 진료해 주시네요~! 자주 가는 일산통증병원입니다.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다녀요.”

영수증 인증을 통해 등록한 리뷰이다. 해당 병원에 간 적 없고 진료도 받지 않았지만 의사가 친절하고 꼼꼼히 진료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 갈무리
영수증 인증을 통해 등록한 리뷰이다. 해당 병원에 간 적 없고 진료도 받지 않았지만 의사가 친절하고 꼼꼼히 진료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 갈무리

서울에 있는 술집과 고깃집도 같은 방식으로 영수증을 등록한 후 리뷰를 적었다.
“자주 가는 홍대 술집입니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음식도 다 맛있어요~~또 가고 싶어요ㅎㅎ.”, “고기 맛이 짱짱인곳. 가서 친구랑 배터지게 먹고 왔습니다~고기에 냉면과 된장찌개는 필수! 하이볼도 팔아서 너무 좋아요~~.”

3곳의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영수증 리뷰를 작성하자 네이버 포인트가 한 건당 50원씩 총 150원 적립됐다. 작성한 리뷰 내역을 캡처해 판매자에게 보냈다. 그날 저녁 ‘xx영수증’이라는 이름으로 1500원이 입금됐다.

경계가 사라진 가짜 리뷰의 세계

가짜 리뷰의 범위는 광범위했다. 참여했던 23건의 리뷰 아르바이트를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나눠본 결과, 숙박 및 음식점업 11건, 제조업 7건, 마사지업 2건, 보건업 1건, 보험업 1건, 사업 시설관리업 1건이었다.

리뷰를 작성한 곳은 네이버, 쿠팡, 11번가와 같은 웹사이트가 20건, 모바일 어플이 3건이었다. 23건 모두 가게 페이지에 직접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을 통해 작성했다.

리뷰를 작성해서 받은 금액은 500원 3건, 1000원 18건, 1500원 1건, 2000원 1건으로,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리뷰 아르바이트 23건에 참여해 번 돈은 총 23,000원이었다. 리뷰 아르바이트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리뷰 아르바이트에만 집중한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리뷰를 남긴 식당, 게스트하우스, 병원 등이 위치한 장소는 서울, 경기, 부산, 제주 등 전국에 퍼져있었지만, 모두 가보지 않고 현재 거주 중인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리뷰를 작성했다.

이렇듯 광범위하고 교묘한 가짜 리뷰는 과연 불법일까? 불법이라면 처벌은 어느 정도고, 어떤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을까. 3편에서는 가짜 리뷰를 둘러싼 법적, 제도적 문제를 짚어본다.

많은 사람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 ‘상품 리뷰’를 찾아 읽는다. 상품 광고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실제로 구매·사용한 이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다 낭패를 본 사람도 많다. 칭찬이 가득한 ‘상품 리뷰’ 또는 ‘사용 후기’를 읽고 구매했는데,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체가 너무 다른 것이다. 그런 일을 겪으면, 호의적 리뷰의 대가로 금전이 오간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지난 6월, 그 실체의 일부가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활용품업체 ‘오아’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업체가 직원을 고용해 수천 건의 가짜 리뷰를 남기는 수법으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 이 업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G마켓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청소기, 전동칫솔, 가습기 등의 리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리뷰 조작은 사라졌을까?

이 취재는 그 물음에서 시작했다. 리뷰를 적어 돈을 버는 이들을 찾아 취재하려 했으나, 신상 정보의 노출을 꺼린 이들이 취재를 거부했다. 게다가 이들의 증언만 취재해서는 리뷰 조작의 생생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에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두 명의 <단비뉴스> 기자가 사용 후기 조작, 즉 ‘가짜 리뷰’의 실상을 직접 취재했다.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 구하는 경로를 파악하고, 주된 통로인 온라인 채팅방에 잠입해 모두 23건의 가짜 리뷰 작성에 참여했다.

취재한 내용은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1편과 2편에서는 가짜 리뷰의 구조를 생생하게 담는다. 가짜 리뷰를 작성한 23건의 경험과 취재를 토대로 리뷰 조작의 세계를 다룰 것이다. 3편에서는 리뷰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별다른 제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본다. 관련 법령과 제도를 분석하는 한편, 가짜 리뷰로 수익을 올리는 판매자, 가짜 리뷰어를 모집하는 중개자, 이를 게재하고 있는 플랫폼, 그리고 관리·감독의 책임을 진 당국의 사정과 입장을 담는다.

수많은 사용 후기 가운데 ‘거짓’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거짓으로 지어낸 가짜 리뷰는 사실상 모든 시장에 만연해 있었다. 그 방법은 매우 다양했고, 효과 또한 광범위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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