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체크] ⑦ 트랜스젠더 여성을 둘러싼 쟁점 팩트체크

지난달 23일, 송파구청 맞은편 대우유토피아빌딩 전광판에는 트랜스젠더, 특히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으로 스스로를 정체화한 경우를 일컫는 ’트랜스 여성‘을 겨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게시한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이하 진평연)은 트랜스 여성이 여성의 탈을 쓰고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여성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그림을 실었다. 송파구청은 대우유토피아빌딩 측에 해당 광고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광고 철회를 권고했고, 빌딩은 이에 따라 광고를 중단했다.

▲ 지난 11월 23일 송파구청 인근 빌딩에 걸린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의 광고 내용 일부. © 진평연 누리집 갈무리

진평연은 광고를 철거한 직후인 2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으로 인해 성소수자의 옷을 입은 성범죄자에게 프리패스를 열어주는 위험성을 대중에게 경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머리 가발에 분홍색 후드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여장을 한 남성이 숙명여대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는 2019년 6월 <스포츠경향> 보도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10월에도 비슷한 발언이 있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제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른바 차별금지법 통과 이후 여성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안전권 침해 등 트랜스젠더로 인해 여성들이 역차별 받는 사례들이 다수 확인되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남성이 트랜스 여성이라고 주장해 여성의 공간에 침입한 후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남성의 신체적 특성을 지닌 트랜스 여성이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을 압도하거나 상해를 입혔다는 사례였다.

20~30대 여성을 주축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사례를 공유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적 여성주의자를 일컫는 ‘터프’(TERF,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집하며 ‘트젠은 정신병’, ‘젠신병자’ 등의 표현으로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트젠(트랜스젠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싫다는 대답이 86%(2780표)로, 남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싫다는 대답 32%(1026표)보다 훨씬 많았다.

▲ ‘트젠(트랜스젠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싫다는 대답이 86%(2780표), 남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싫다는 대답 은 32%(1026표)였다. ©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누리집 갈무리

이들의 의견이 반드시 여론 일반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 여성이 숙명여대 재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입학을 포기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김기홍 씨와 이은용 작가, 변희수 하사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트랜스젠더는 그들의 존재 자체로 사회에서 논쟁이 되어왔다. 숱한 차별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트랜스젠더의 삶과 이른바 ‘변태성욕자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단비뉴스>는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팩트체크했다. 

1. 트랜스젠더는 정신질환이다? → 거짓

트랜스젠더는 누구일까. ‘출생 시 지정된 성별(지정성별), 즉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별 정체성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전형적인 트랜스 여성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은 성별 위화감(젠더 디스포리아)을 느낀다. 미국 제약 회사인 머크사에서 발행한 머크 매뉴얼(MSD)에서는 “남성, 여성 또는 기타 존재로서의 내적 자아감(성 정체성)과 맞지 않는 신체에 잔인하게 갇혀있다고 믿는다”고 증상을 설명한다. 자신의 신체에 혐오감을 느껴 거울을 보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돼 우울, 불안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18년 이전까지는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성별 불일치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WHO가 1990년에 발간한 국제질병분류 10차 개정판(ICD-10)에서는 성별 불일치를 정신질환 및 행동 장애 범주에서 성 정체성 장애로 간주했다. 그러나 2018년에 발간된 11차 개정판(ICD-11)에서는 성별 불일치 항목을 정신 장애가 아닌 ‘성적 건강 관련 상태’ 범주로 옮겼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 역시 2013년에 5판으로 개정되면서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성별 위화감을 질병 상태가 아닌 것으로 바꿨다.

트랜스젠더로 자신을 정체화하게 되는 원인이 있을까. 성별 정체성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양한 연구가 있지만 지배적인 결론은 없다. 트랜스 여성인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별 정체성은) 두 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본다”며 “분명한 것은 염색체와는 별개의 성별 정체성이 있고, 이것을 치료 같은 외부적 수단으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DSM-5에서는 성별 위화감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트랜스젠더가 느낄 수 있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 해외에서 차별금지법 통과 후 여성 역차별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 대체로 거짓

“여전히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지만 본인은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 강간범이 여성 교도소에 이감되어 여성들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한 내용이다. 이 사례는 실제로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사례를 근거로 든다. 서 의원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터프 집단은 트랜스 여성이 여성의 프라이버시권과 안전권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지난 여름 스스로를 트랜스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로스앤젤레스 한인 스파를 이용한 생물학적 남성이 성범죄 전과자였던 것으로 드러난 사건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이것이 서 의원이 말하는 여성 역차별 사례다. 

▲ 로스앤젤레스 한인 스파 여탕에 자신을 트랜스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성범죄 전과자가 침입한 사건은 이후 대형 시위로 번졌다. © 트위터 갈무리

국내에서도 2019년 6월 한 30대 남성이 분홍색 후드 티셔츠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숙명여대 여자화장실과 강의동 등을 돌아다니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를 적용해 남성을 붙잡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했다.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남성이 범죄 목적으로 숙명여대에 침입했는지, 실제로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범죄 목적이 소명되지 않았을 뿐, 위협이 실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래디컬 페미니즘 연구자 쉴라 제프리스 역시 2018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래디컬 페미니즘>에서 “남성들에게 성폭력을 당할지 모른다는 여성들의 두려움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 신체적 남성이 여성의 공간에 침입할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저술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5년 성 정체성에 따른 공공시설 이용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인 ‘민권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 한인 스파는 자신을 트랜스 여성이라 주장하는 성범죄 전과자의 여탕 출입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트랜스 여성의 성범죄 비율이 더 높다고 확인된 조사 결과는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산하 윌리엄스연구소의 보고서 <Gender Identity Non-Discrimination Laws in Public Accommodations>는 매사추세츠 주 전역에 차별금지법이 발효된 2016년까지 최소 2년 동안 수집된 화장실 범죄 발생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트랜스젠더 정책을 채택한 도시에서 그렇지 않은 도시에 비해 범죄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공중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서의 사생활 침해 및 안전 위반에 대한 신고도 극히 드물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에 성 정체성을 포함시키는 것이 화장실 및 탈의실에서의 범죄 사건의 수나 빈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은 범죄의 무대로 오인되지만 오히려 차별의 공간이다. 2015년 발표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전체 트랜스젠더의 48.1%는 공중화장실 이용을 아예 포기했다고 답했다. 트랜스 여성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여성 화장실에서는 위협적인 존재인 동시에 남성 화장실에서는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3. 트랜스 여성은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 → 판정 불가

서정숙 의원이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격투기 선수가 여성 선수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고 여가위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사건은 트랜스 여성이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근거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트랜스 여성 종합격투기 선수 펠런 폭스(Fallon Fox)는 선수 생활 동안 6번의 경기에 참여했고, 5번 이겼다. 특히 타미카 브렌트(Tamikka Brents)에게는 뇌진탕, 안와 골절 등의 심한 부상을 입혔다.

▲ 트랜스 여성 종합격투기 선수 펠런 폭스(Fallon Fox)와 타미카 브렌트(Tamikka Brents). 타미카 브렌츠는 경기 도중 심한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고 있다. © 누리집 갈무리

이 논란은 미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Movement Advancement Project’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개 주에서 트랜스 학생의 학교 스포츠 참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에서도 추가로 21개 주가 2021년에 유사한 법안을 검토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트랜스 여성의 육체적 우위에 대해서는 의학적 의견이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요법을 받은 트랜스 여성은 남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근력도 함께 떨어진다고 한다. 2013년 <TIME>의 보도에 따르면 UCLA 사회유전학 연구소장인 에릭 빌런(Eric Vilain)은 “트랜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골밀도가 낮고 체지방이 더 많다”며 펠런 폭스의 의료 기록을 조사했다. 빌런은 “펠런 폭스가 남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더 강할 수 있다”면서도 “스포츠는 유전적 강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경쟁하며 아무도 그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호르몬 요법을 받아도 신체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스웨덴 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뉴질랜드의 트랜스 여성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Laurel Hubbard) 역시 남성일 때는 큰 성과가 없었지만, 여성으로 성전환한 후에는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트랜스 여성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경우는 아직 없다. 트랜스 여성이 성적에 더 유리하거나, 안전상 위험을 초래한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 영역에서 트랜스 여성의 존재는 특히 논쟁적이지만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트랜스젠더 남성의 경우 올림픽 출전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트랜스 여성에게는 제한을 두었다. 테스토스테론 억제제를 투여해 최소 12개월 동안 일정 수치 아래로 유지해야 출전을 허용했는데, 이 지침도 지난 11월에 사라졌다. 다만 궁극적으로 규칙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 종목에 달려 있으며 공정하고 안전한 경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엄격하게 입증한 기준으로 트랜스 여성의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정도의 조건이 붙었다.

반면 새로운 지침에 대해 반대 의견도 있다. 영국 스포츠 위원회는 새로운 지침을 공개하면서 평균적인 트랜스 여성은 평균적인 여성과 비교해 체격, 체력, 힘의 차이가 있다며 테스토스테론 억제가 성별에 영향을 받는 스포츠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해법은 없으며, 증거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남성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더 공정하고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쟁의 공정성과 안전을 보장하면서 트랜스 여성을 여성 스포츠에 포함시켜 균형을 유지하는 마법의 해결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 위 내용을 종합하면 

트랜스젠더가 정신질환이라는 주장은 거짓, 해외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트랜스 여성이 여성의 공간을 침범해 여성의 안전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트랜스젠더의 성별 위화감은 이미 권위 있는 세계 정신의학회에서 장애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성범죄 위협이 실제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다수로 볼 만한 근거도 부족했다. 트랜스 여성이 여성보다 육체적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판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의학적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단비뉴스>는 위 내용을 종합해 검증 결과를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트랜스 여성에 대한 인식의 근본에는 여성의 불안이 있다. 범죄의 위협에서 안전을 지키는 것부터 성취를 온전히 보장받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례만으로 트랜스 여성 전체를 배척할 수는 없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더라도 남성으로 보이는 여성 역시 여자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렵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성별 이분법 규범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여자화장실에서 몰아낸다고 젠더 폭력이 근절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논쟁의 영역인 스포츠 경기 역량 역시 근력이나 체격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경기 종목마다 유리한 신체적 특성이 다르기도 하다. 따라서 트랜스 여성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는 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오히려 트랜스젠더가 스포츠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발생하는 시스템 공백을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부족한 취재, 빠듯한 마감, 정파적 편향 등으로 허위조작정보가 뉴스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최근 부상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취재방식에 따라 뉴스를 검증하는 뉴스, ‘단비✓체크’를 선보인다. (편집자주)

편집: 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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