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누리집 새로 꾸민 단비뉴스, 언론 표준으로 거듭 나길

2022년 4월 5일, 새 생명을 심는 식목일을 맞아 <단비뉴스>가 누리집을 새로 단장했다. 2010년 창간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하 세저리) 원생들이 꾸려나가는 청년 독립 언론이다. 언론인의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다지는 곳이기도 하다. <단비뉴스>는 지난 11년 동안 1만여 건의 기사와 영상을 보도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같은 뉴스와 영상을 독자가 더욱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이제 누리집을 개편했다. 

누리집 단장에 즈음하여 현직 기자 6명에게 <단비뉴스>가 나아갈 바를 물었다. 현재 한국 언론의 상황에 대한 이들의 고민도 들었다. 6명 모두 <단비뉴스>에서 배우고 일했다. 2013년 세저리에 입학한 유선희 기자는 <경향신문>, 2018년 입학한 박지영 기자는 <한겨레>, 2019년 입학한 양동훈 기자는 <YTN>, 2020년 입학한 김성진 기자는 <머니투데이>, 같은 해에 입학한 유재인 기자는 <조선일보>, 2021년 입학한 김동우 기자는 <부산일보>에서 각각 일하고 있다. 입사 10년차 이하의 젊은 기자들은 ‘정신없이 바쁘다’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단비뉴스>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단비뉴스 인터뷰에 응해준 6명의 기자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선희, 양동훈, 김성진, 김동우, 유재인, 박지영
단비뉴스 인터뷰에 응해준 6명의 기자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선희, 양동훈, 김성진, 김동우, 유재인, 박지영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목소리

왜 기자가 되었는지 6명의 기자에게 물었다.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일에서 흥미와 의미를 찾았다는 답이 많았다. 김성진 <머니투데이> 기자는 대학교 수업 때 탈북민을 자주 만나면서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 토론 수업에서 탈북민 한 명을 만났는데, 한국 사회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탈북민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 고민이 나중에 기자의 꿈으로 발전했다. 

박지영 <한겨레> 기자는 세저리 입학 전인 학부 시절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시나리오를 쓰려면 사전 조사가 필요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실을 취재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 학부 졸업 후 자연스럽게 기자를 꿈꾸게 되었다”고 박 기자는 말했다. 김동우 <부산일보> 기자는 글을 좋아했다. 글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나중에는 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알게 됐다. 그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사회 문제를 글로 짚어내는 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언론을 동경했던 이들은 <단비뉴스>에서 무엇을 배우고 익혔을까? 6명의 기자들은 깊은 호흡의 취재보도, 그리고 이를 위한 윤리적 기준을 경험한 것을 가장 중요한 배움으로 꼽았다. 

단비뉴스와 인터뷰한 6명의 언론인들에게 왜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 물었다. 사람과 세상에 관해 흥미를 가지면서 기자를 꿈꾸게 된 경우가 많았다. ⓒ 현경아
왜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 6명의 언론인에게 물었다. 사람과 세상에 관해 흥미를 가지면서 기자를 꿈꾸게 된 경우가 많았다. ⓒ 현경아

취재보도 능력과 윤리 의식 기르는 곳

양동훈 <YTN> 기자는 “기사 쓰는 방법을 배웠던 게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템을 직접 찾고, 이에 바탕하여 직접 기사를 써본 것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 기자는 “다른 사람이 쓴 기사를 보라”는 조언도 해줬다. 어떤 방식으로 기획을 하고, 어떻게 기사를 구성하는지 더 많이 익히려면 “동료들이 쓴 <단비뉴스> 기사를 꼭 꾸준히 챙겨보라”고 양 기자는 말했다.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박지영 <한겨레> 기자는 “여전히 기사 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단비뉴스>에서 여러 현장을 다니며 취재하고 보도했던 경험이 ‘쉽지 않은 취재보도’를 치러내는 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진 <머니투데이> 기자와 김동우 <부산일보> 기자는 이 시대에 꼭 다루어야 할 이슈가 무엇인지 배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김성진 기자는 “입사 이후에는 거의 매일 기사를 발제하게 되는데, 이를 관성적으로 치르다 보면 방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단비뉴스> 시절 환경, 노동, 여성 등의 이슈를 고민했던 경험이 있어, 지금도 이런 의제를 항상 고려하면서 기사를 발제한다고 김 기자는 말했다. 김동우 기자는 <단비뉴스> 기자들과 함께 탈원전, 부동산, 기후위기 등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면서 ‘무엇이 시대적인 과제’인지를 알 수 있었고, 그런 배움이 지금까지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유선희 <경향신문> 기자는 언론 윤리를 배우고 공부했던 것이 취재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단비뉴스> 활동을 할 때 항상 배웠던 게 ‘한 번 더 확인하자’였다. 강릉에서 펜션 폭발 사고가 있었을 때 4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내가 현장에서 들은 것은 ‘확인이 아직 안 됐다’는 이야기였다. 알고 보니 한 명이 중태였지만 사망은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확인한다’는 간단한 검증 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됐다.”

유재인 <조선일보> 기자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유 기자는 광주시 화정동 아이파크가 붕괴한 현장에서 유족을 인터뷰했다. 급박한 현장이었지만, 유 기자는 ‘이런 일이 내 가족에게 일어났다면 어땠을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그들에게 접근했다. 세저리에서 동료들과 토론했던 윤리적 잣대를 떠올렸다. “국민의 알 권리와 취재원의 인격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기자에게 꼭 필요한 자세”라는 것을 유 기자는 매일 실감하고 있다.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경찰청에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유재인 조선일보 기자는 사고 현장에서 기자가 취재할 때 윤리적 판단 기준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경찰청에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유재인 조선일보 기자는 사고 현장에서 기자가 취재할 때 윤리적 판단 기준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빨리빨리 보도하는 일에 대한 고민

이렇듯 6명의 기자들은 <단비뉴스>가 추구하는 윤리적 기준과 취재보도 원칙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다만, 청년독립언론에서 일했던 시절에는 몰랐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도 토로했다. 그 현실을 말할 때, 이들은 익명 보도를 요청했다. 아직은 초년 기자라서 뉴스룸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꺼려진다는 것이었다. 어느 기자는 사건 취재의 낡은 관성을 비판했다. 전날 발생한 사건의 피의 사실을 지금 당장 취재하라고 데스크가 요구하지만, 피의자는 물론 경찰관에게 이 사건을 왜 지금 취재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취재해봐야 짧은 단신 보도로 나갈 텐데,  굳이 이런 일을 강하게 압박하는 뉴스룸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익명을 요청한 기자는 말했다. 

다만,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단비뉴스> 시절에 ‘빠르게 기사 쓰기’를 더 많이 경험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기자들도 있었다. 양동훈 <YTN> 기자, 김성진 <머니투데이> 기자, 박지영 <한겨레> 기자 등은 기성 언론에 입사하면 훨씬 많은 기사를 빠르게 써야 하므로 ‘속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한겨레> 기자는 “오전에 발제해서 바로 취재하여 오후에 기사로 내놓는 경험을 <단비뉴스>에서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마감의 압박 속에서도 좋은 기사를 보도하려는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은 “실제 현장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속도가 다르고, 그 와중에도 사안에 접근하는 창의력이 다르다”고 유재인 <조선일보> 기자는 말했다. 

그런 속도의 문제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김동우 <부산일보> 기자는 말했다. “입사한 뒤에 어떤 기사를 얼마나 잘 쓰는지가 정말 중요한데, <단비뉴스>에서 익히고 배울 때는 언론사 입사에만 매달려, 그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다방면의 지식을 쌓으면서도 자신만의 관심 분야에 천착하여 남다른 문제의식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단비뉴스, 저널리즘의 표준 되길

6명의 젊은 기자들 모두 주요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기성 언론이 하지 못하는 취재보도’를 <단비뉴스>가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꿈꾸었던 기사를 추구하기에는 한국의 언론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만큼 <단비뉴스>에 거는 현직 언론인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안이었다. 

김동우 <부산일보> 기자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우선 “<단비뉴스>가 저널리즘의 표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성 언론은 교차 검증 등을 거르고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비뉴스>만큼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표준 기사’를 많이 보도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단비뉴스>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가상현실(VR)이나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한 기사를 계속 실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직 기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언론, 저널리즘의 표본인 동시에 뉴미디어의 실험실인 언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김 기자는 말했다. 

유선희 <경향신문> 기자는 이면의 이야기를 전하는 언론을 제안했다. “기사를 보도해서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그들에게 힘이 될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는 유 기자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공론화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고, <단비뉴스>가 그 역할을 잘해주기를 기대했다. 

박지영 <한겨레> 기자도 비슷한 기대를 보냈다. 기성 언론사에 입사하면 새로운 시각을 담은 아이템을 발제하는 일이 <단비뉴스> 시절보다 더 어려워진다고 그는 말했다. 취재 현장의 흐름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 흐름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단비뉴스>는 기성 언론이 놓쳐버린 이면을 전하는 매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박 기자는 말했다. 

더 많은 곳에 단비를 뿌리기 위해 

2021년 가 제작한 심층 보도물 갈무리. 시계 방향으로 ‘우리 모두 소수자다’ ‘삐뽀삐뽀 - 충북 의료 격차’ ‘2021 은둔 청년 보고서’ ‘버려진 마을, 버려진 사람들’이다. ⓒ 단비뉴스
2021년 단비뉴스가 제작한 심층 보도물 갈무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리 모두 소수자다’ ‘삐뽀삐뽀 - 충북 의료 격차’ ‘버려진 마을, 버려진 사람들’ ‘은둔 청년 보고서’다. ⓒ 단비뉴스

이들의 기대와 제안을 받아, <단비뉴스>는 심층 보도, 따뜻한 기사, 흥미롭고 유익한 영상 등을 준비하고 있다. 누리집 개편과 더불어 뉴스레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다. 깊고 새롭고 재미있는 저널리즘의 표준을 향해 <단비뉴스>는 매일 도약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