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21기 예비언론인 캠프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 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예비언론인 캠프가 지난 16일부터 나흘 동안 사상 첫 ‘온라인+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흘 동안 '줌(Zoom)' 프로그램을 이용한 온라인 정규과정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희망자에 한해 충북 제천 세명대 캠퍼스에서 대면 수업을 열었다. 과거에는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합숙으로 캠프가 진행됐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50명의 참가자들은 일정을 마친 후 ‘온라인 수업도 집중도가 높았다’ ‘이렇게 훌륭한 수업을 무료로 듣다니 감동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불확실한 시대, 언론을 보는 눈길은 더 간절

 
제21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예비언론인 캠프 중 16일부터 사흘간 열린 온라인 정규과정의 다양한 수업화면. ⓒ 권영지

“사상 처음 온라인 캠프를 열었는데, 다음 22번째 캠프는 과연 대면으로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우리 모두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언론을 보는 시민들의 기대는 더 커집니다. 우리가 왜 이런 상황을 맞았는지, 여기서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론이 답을 찾아서 보여주기를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개소식 환영사에서 “이런 시대에 기자·피디가 될  여러분은 이 캠프를 출발점으로 해서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취재제작의 실무역량을 탄탄하게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폭넓은 인문사회교양, 사회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철저한 윤리의식도 갖춰야 한다”며 “이번 캠프의 모든 강의도 그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첫 강의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 세계 일류언론과 한국언론’에서 <조선일보> <한겨레> 출신 이봉수 교수는 잘못된 객관주의 저널리즘에 빠진 미국 언론을 비판하면서, 관점이 분명하고 비주얼(시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며 ‘의견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유럽 언론에서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오보를 한 경우 지면 한 장 전체에 사과문을 싣는 등 철저히 반성하는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 패션까지 칭송하는 등 누가 권력을 더 화끈하게 찬양하는지 대결해온 게 우리 언론”이라며 “자본과 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언론이 공과를 명확하게 따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비에스(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뒤 지난 3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합류한 심석태 교수는 ‘진화하는 방송뉴스’ 강의에서 “1분 30초 방송 리포팅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며 탐사보도가 늘어나는 추세를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 융복합 시대를 맞아 방송기자는 물론 신문기자도 영상을 이해해야 하며 데이터 시각화, 스토리텔링, 동료와 협업하는 능력, 생방송 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융복합 시대에는 영상 이해가 필수

 
첫날 온라인 수업에서 열강 중인 이봉수, 심석태, 이상요, 김용진 교수. ⓒ 이동민

“정보는 이해하는 것이고, 감정은 전염됩니다. 감성적으로 소구되는 영상은 말이나 글 등 다른 커뮤니케이션보다 굉장히 직접적이고 충격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됩니다.”

한국방송(KBS) PD 출신인 이상요 교수도 ‘영상제작의 핵심’ 강의에서 역동적으로 다변화하는 뉴미디어 시대에 모든 언론인이 영상의 힘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에이피(AP)통신 사진기자가 찍은 ‘네이팜탄 소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 한 장이 참혹한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첫날 마지막 강의를 맡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최근에 기자를 ‘기레기(기자+쓰레기)’ ‘기더기(기자+구더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언론의 명예가 떨어졌지만 (한편에선) 좋은 보도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BS 탐사보도팀장을 지낸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른 촛불 혁명도 언론의 끈질긴 추적과 탐사보도로 가능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사이비 학술회의 등을 고발한 <뉴스타파> 보도를 소개하며 “이처럼 탐사 저널리즘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치인 말만 받아쓰고 사실을 검증하지 않은 채 내보내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저널리즘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문제,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고민해야 

둘째 날 아침 <경향신문> <국민일보> 출신 제정임 원장의 ‘시사현안 집중토론’에서는 ‘비정규직과 산업재해’를 주제로 토론과 강의가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온라인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듯,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채팅창에 의견을 올리며 ‘위험의 외주화’를 부르는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와 대안 등을 토론했다. 제 원장은 “언론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기자·PD가 된 후 시의성 있는 기획을 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사회현안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집중적으로 읽기’ ‘사색과 토론’ ‘글쓰기와 피드백’ 등 3단계 공부법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사회현안을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 문제’라고 여기며 심장으로 끌고 와 고민해야 현실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S 다큐멘터리 PD 출신으로 교육방송(EBS) 사장을 지낸 장해랑 교수는 ‘멀티플랫폼 시대의 기획안 작성’ 수업에서 기획은 ‘세상 읽기’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가 말하는 ‘세상 읽기’란 시대정신과 사람들의 필요(Needs), 기술의 변화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 웹 드라마나 웹 예능 등에서 보듯 하나의 콘텐츠가 신문, 잡지, TV, 인터넷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용자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이런 ‘크로스 미디어’ 시대에 변화하는 콘텐츠 양상과 각각의 플랫폼 특성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PD로서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이라며 “반듯하게 세상을 바꾸려는 정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과 함께 분노하고 울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 둘째 날과 셋째 날 강의한 제정임, 장해랑, 안수찬, 이종원, 김신완 교수. ⓒ 이동민

이봉수 교수는 이어진 ‘개인DB 만들기와 유혹하는 글쓰기’ 수업에서 “신문읽기와 독서를 통해 얻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에 정리해두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며 “이는 머리 밖에 엄청난 ‘외장하드’를 두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수십 년간 쌓아온 DB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교수는 또 ‘유혹하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첫 문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 대신 ‘검증된’ 경력자 채용 늘리는 추세

셋째 날 수업은 언론사 입사 준비를 위한 실용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겨레> 미디어랩 부장과 <한겨레21> 편집장을 지낸 안수찬 전 기자는 ‘언시에 붙는 논술과 작문’ 수업에서  자기소개서, 논술, 작문 등 언론사 입사에 필요한 글쓰기의 핵심을 설명했다. 그는 자기소개서는 ‘실증적 근거’를 들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글이며, 논술은 근성(문제해결 능력)과 이성, 작문은 감성과 이성을 활용해야 하는 글이라고 구분했다. 

<조선일보> 인사담당 편집부국장을 지낸 이종원 교수는 ‘메이저언론이 인재를 뽑는 방식’ 강의에서 “글쓰기 시험만으로 더 이상 기자가 될 수 없고, 기획안 작성만으로 PD가 될 수 없다”며 “신입 공채를 줄이고 인턴과정 채용과 경력 공채를 늘리는 추세에 맞게 실무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문 읽기’를 특히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장을 담는 기사쓰기 방식에 익숙해질 것을 주문했다. 

김신완 MBC 시사교양PD는 ‘PD 취업의 이해와 접근법’ 강의에서 “시험이지만 시험을 준비하면 안 된다”는 역설적 조언을 내놓았다. 김 PD는 “시험을 잘 본다는 생각 전에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자기소개서 쓰기를 연구하기 전에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본질’에 무게를 둘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운동도 힘들 때까지 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실력을 쌓으려면 한계까지 부딪쳐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문의 경우 시험 형식에 맞춰 억지로 자주 쓰기보다 평소 쓰고 싶은 이야기를 공들여 쓸 때 실력이 는다고 조언했다.

심석태 교수는 ‘언론인이 꼭 알아야 할 취재보도 윤리’ 강의에서 언론 비판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정한 기준 없이, 그때그때 다른 잣대로 비판해서는 언론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적 보도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교묘하게 조작한 허위 정보’ ‘조작(성) 보도’ ‘오보’를 들고, “오보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앞의 둘은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뉴스의 조건’을 원칙으로 만들면 그게 언론윤리라고 말한 그는 ‘사실 확인의 원칙’과 ‘공공성의 원칙’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강의 마지막 순서는 세명대저널리즘스쿨 출신으로 최근 언론사에 입사한 4명의 언론인과 함께하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한겨레> 박준용 기자, <서울신문> 윤연정 기자,  YTN 나혜인기자와 목포MBC 안윤석 PD가 참여해 각자의 입사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윤 기자는 대학원 시절 <단비뉴스>에서 환경부와 TV뉴스부 활동을 하며 다양한 취재보도 경험을 쌓은 것이 최종면접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 ‘선배 언론인과 함께’ 시간에 참여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 현직 언론인.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겨레> 박준용, <서울신문> 윤연정, YTN 나혜인, 목포MBC 안윤석. ⓒ 권영지, 임지윤

‘토크 콘서트’와 대면 실습으로 ‘찐한’ 만남도   

캠프 나흘째에는 온라인 참가자 중 사전 지원한 21명이 세명대에서 교수진과 ‘토크 콘서트’ 형식의 대화와 논술쓰기, 방송리포팅, 프로그램기획안작성 등의 대면 실습수업을 했다. 19일 오후 1시 무렵 마스크를 쓴 채 체온측정과 손소독을 거쳐 학술관 강당에 입장한 참가자들은 넓게 거리를 두고 앉은 상태에서 한 명씩 무대로 나가 수료증을 받고 ‘1분 스피치’로 캠프 수업 소감을 밝혔다. 또 교수진에게 ‘유튜브 등 개인미디어 전성시대에 기성언론이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었다.

 
대면 선택수업에 참여한 캠프생들은 수료증을 받고 ‘1분 스피치’를 한 뒤 교수진과 질의답변 시간을 가졌다. ⓒ 권영지

이어 지도교수별로 분반 수업에 들어간 참가자들은 핵심을 짚어주는 강의에 이어 글쓰기와 리포팅 실습 등을 한 뒤 저녁 도시락을 함께 하며 개인적 고민도 상담했다. 오후 6시 30분쯤 기념촬영을 마친 뒤 헤어질 때 참가자들은 ‘대면 만남이 너무 짧았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대면 선택과정에 참여한 캠프생들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방송스튜디오 등 시설을 둘러보고 글쓰기 등 분반 수업에 집중했다. ⓒ 권영지

PD 지망생인 이주연(25) 씨는 “줌으로 수업을 해보니까 오히려 대면강의보다 훨씬 더 가까이 뭔가 마주앉는 느낌이 들어서 몰입이 더 잘 됐고, 열정적으로 수업 하시는 모습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며 “공채가 많이 열리지 않아 지쳐있었는데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 지망생인 김현주(26) 씨는 “당장 시험만을 목표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왜 기자를 하고 싶었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PD를 지망하는 백지현(23) 씨는 “꿈을 꾸고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만으로 응원 받아본 게 오랜만인 것 같다”며 “교수님들이 너무 열정적이신데, 의무감이 아니라 한명 한명을 예비언론인으로 바라보고 열정을 쏟아주신 게 너무 감사하고 마음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 대면 선택과정 참가자들이 수업을 모두 마치고 헤어지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영지

매년 여름과 겨울에 캠프를 열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2008년 개교 후 언론인 200여명을 배출한 국내 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으로, 재학생 전원 기숙사 무료 숙식 외에 기금장학금(등록금 전액), 성적우수장학금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2020년 후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모집공고 링크 :

http://journalism.semyung.ac.kr/cop/bbs/BBSMSTR_000000000426/selectBoardArticle.do?nttId=90575&kind=&mno=sitemap_12&pageIndex=1&searchCnd=&searchWrd=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21기 예비언론인 캠프 영상. ⓒ 윤재영, 김지연


편집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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