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MZ세대 기자·피디가 본 2022 대선과 언론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70여일 남았다. 대선 주자들의 발언과 행보가 연일 뉴스를 타고 쏟아진다. 그들이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청년들,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지난 5년간 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통념을 깨고 정치의 주체로 떠올랐다. 이들은 특정 후보나 정당만 보고 투표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관심을 두는 이슈, 지지하는 가치를 따른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20대 여성 15.1%가 제3후보를 지지했고,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청년들은 지지후보가 없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대통령 당선자 결정의 열쇠를 쥐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석열이형’을 자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청년을 겨냥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공약을 내세웠다. 그런데도 청년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청년들이 원하는 지도자는 누구일까. 그들이 그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27일, 6명의 <단비뉴스> 청년 기자·피디들이 비대면으로 모여 대선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이들은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한편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20대 중후반의 취업준비생이다. 정치 성향이 드러나 채용에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각자 별칭을 정하여 표기했다. 

▲ 6명의 <단비뉴스> 청년 기자·PD들이 비대면으로 대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일러스트 이현이, 그래픽 현경아

뽑을 사람 없어 갑갑한 청년들

파도: 저한테는 이번 대선이 세 번째 대통령 선거예요. 후보들의 면면을 제대로 고려하는 사실상 첫 투표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처음이니까 정신없이 했고, 두 번째는 또 탄핵이라 정신없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대선은 시대정신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주로 ‘공정’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저는 우리 사회에 안정적인 지도자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잖아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죠. 내부적으로는 이번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나 언론개혁을 필두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컸는데, 거기에서 비롯된 혼란도 수습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요.

주주: 내년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자 지망생인 저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얼마 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한국의 언론인 2021’에서 조사한 언론 자유도를 봤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떨어졌다가 이후에 다시 높아졌더라고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어요. 달리 말하면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서 언론 자유도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는 거겠죠.
저는 지금 유력 후보들 중 누가 되더라도 언론 자유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안타까워요.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기자가 할 일이 없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가 할 일이 없을수록 일을 잘 한다는 거니까요. 파도 기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좀 불안해요. 확신이 없달까요.

페페: 저는 이번 대선 국면을 보면서, ‘반대를 위한 정치’만 보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현 정권을 반대하기 위해서, 혹은 이 후보나 이 당을 반대하기 위한 행보만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갑갑해요.

토토: 유독 이번 대선을 앞두고 ‘뽑을 사람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대선 후보들의 철학이나 공약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선거철이 될 때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들이 있잖아요. 저는 최근 우리 사회의 난제는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의 시대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돌봄 문제나 불평등, 기후위기 등 많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후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르기가 어려워요. 

22: 저는 전 정권을 제 손으로 바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2016년 겨울에 거의 매주 광화문에 가서 집회에 참여했던 게 기억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실제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0년에 발표한 한국 민주주의 지수도 23위로,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고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 나타나는 불평등 양상을 보면서 희망을 많이 잃었어요. 그래서 다음 대선 주자는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는데, 지금 대선 주자들을 보면 갸우뚱하게 돼요. 앞서 말씀해 주셨던 언론 자유, 기후위기 대응, 소수자 인권 등의 의제를 얼마나 잘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확신이 잘 안 서더라고요.

프리: 저는 이번 대선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기후위기도 그렇고,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고요. 지금 대선 주자들을 보면 그 비전이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청년들은 더 이상 정치 싸움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원하는 비전을 내놓는 후보가 없어서 정치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정파성도 오히려 과거 대선들보다 더 심해진 게 아닌가 싶고요.

▲ 6명의 <단비뉴스> 청년 기자·PD가 우리 사회에서 논의해야 할 가장 큰 화두를 꼽았다. ‘혐오, 다양성, 기후위기, 통합, 불평등, 포용’이다. ⓒ 일러스트 이현이, 그래픽 현경아

너무 가벼운, 대선 후보들의 입

주주: 윤석열, 이재명 후보 둘 다 막말만 일삼고, 발언을 정제할 줄 모른다고 느꼈어요. 그 말에 상처받을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저는 후보들의 언행을 보면서도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파도: 맞아요. 둘 다 거칠죠. 이 후보는 그래도 언론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어서 조금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윤 후보는 본인만의 정치 철학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공부가 덜 된 상태로 나온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발언이 더 거칠다고 느꼈어요. 
게다가 유력 후보 둘 다 도덕성을 논할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이 후보는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느껴지듯 어쨌든 일은 잘 한다는 인상이 있죠. 이 후보의 추진력 때문에 국민들이 지지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국토보유세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하고, 양도소득세 부과도 1년 유예해주겠다는 식으로 자꾸 말이 바뀌는 게 좋게 보이지 않아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발언하는 느낌이에요. 윤 후보나, 이 후보나 지도자로서 옳은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페페: 저는 특히 윤, 이 후보 모두 반페미니즘 정서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20대 남성의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발언이 실망스러웠어요. 객관적인 지표로, 명확하게 드러난 성차별 문제가 있잖아요. 반대하는 목소리를 과감하게 뚫고 나가는 리더십을 보고 싶은데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안 되는 면도 있어요. 어떤 후보가 되든 여성 정책에 진보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고요.

우리에게 중요한 정책은 따로 있는데

▲ 6명의 <단비뉴스> 기자·피디들이 주요 정책으로 논의되지는 않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꼽았다. ⓒ 일러스트 이현이, 그래픽 현경아

페페: 부동산이나 투자 소득에 어떻게 과세할 건지의 문제로 모든 정책 논의가 쏠리는 게 아쉬워요. 집값이 워낙 이슈였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저는 다른 중요한 의제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기후위기 의제나, 아까 말씀하셨던 다양성 의제 같은 것들이요. 과세 논쟁에만 힘을 쏟는 건 ‘그들만의 리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단 저부터가 아직 집을 사거나 세금이 두려울 만큼 큰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우리 사회에 집 없고 투자할 자본이 없는 사람들도 정말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22: 저는 민생과 복지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이슈가 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도, 사실 대통령이라면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제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경제 이슈에서 더 나아가서 다양성이 지금보다 더 존중되는 사회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후보들은 이 문제에 너무 소극적인 듯해서 답답하고요. 예를 들면, 저는 한국 사회가 더 퀴어 프렌들리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재명 후보도 예전에는 차별금지법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었는데, 대선이 가까워지니 소극적으로 대응하더라고요. 

프리: 저도 차별금지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력 후보들이 계속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논의를 미루고 있죠.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거의 70%의 성인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여전히 보수 기독교 집단의 표심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반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차별금지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는데, 이렇게 설득하는 자세가 다른 후보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토토: 저는 두 유력 후보 모두 기후위기에 소극적인 모습을 지적하고 싶어요. 기후위기는 정말 생존의 문제잖아요. 초당적인 과제고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으로 기존의 경제 구조를 개편해야 하죠.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주주: 저는 교육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 문제를 시작으로 불공정, 불평등, 학벌 사회 같은 문제들이 이어지잖아요. 아직 대선 후보들이 교육 문제에 관해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고요. 더구나 이번 대선은 만 18세 청소년들도 투표할 수 있는 첫 선거잖아요. 이들을 위한 공약은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파도: 공감해요. 현 정권에서 가장 큰 이슈가 ‘조국 사태’였잖아요. 이 문제도 밑바탕에 교육 문제가 깔려 있고요.
저는 청년 정치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죽하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나왔나 싶어요. 조수진 의원은 대표라는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하고요. 국민의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청년 정치인의 존재감이 눈에 띄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드러나지 않는 것 같고요. 두 후보 모두 청년들과 소통하겠다면서 유튜브도 하고, 여러 청년들도 만나고 있지만 그것도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한 장면. 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TV프로그램 형식으로 제작됐다. ⓒ 유튜브 채널 <이재명은 합니다>, <윤석열> 갈무리

토토: 저도 공감해요. 그냥 ‘청년 정치인 영입했어요’로 끝나는 느낌. 

프리: ‘비니좌’로 불렸던 노재승 씨가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다가 망언 논란으로 4일 만에 사퇴했잖아요. 노 씨가 그나마 양당에서 눈에 띄는 청년 정치인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저는 청년이 정말 구색을 맞추기 위한 도구처럼 쓰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3지대에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청년 정치인이 안 보이고요. 

제3지대로 눈 돌려봐도

페페: 제3지대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도 아쉬워요. 두 후보 모두 아쉬워서 다른 후보를 선택한다 해도 사실상 사표가 되니까요. 

프리: 공감해요. 다만 저는 제3지대 후보들이 유력 후보들에게 긴장감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주4일제 정책을 꺼내들어서 이슈를 던지는 거죠. 한 달 전 여론조사를 보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0대 여성들에게 거의 2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었어요. 

22: 그런데, 심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여성 가운데는 ‘내 표가 사표가 되는 건 싫으니까 그나마 진보적인 민주당을 뽑겠다’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겉보기에는 다당제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양당제인 거잖아요. 악순환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상황에서 이 악순환을 깨는 건 어려우니, 현실적으로는 두 유력 후보가 제3지대 후보의 정책을 많이 포용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지만요. 당장 정치 구조가 개편될 수 없다면 정책 단위에서라도 협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파도: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젊은 여성들이 제3지대 후보를 많이 뽑았잖아요. 사표가 될 걸 알면서도 소신 투표를 한 거죠. 저는 비록 사표가 되더라도 제3지대 후보를 선택하는 게 지금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난해한 공약, 안 읽히는 기사

주주: 저는 대선 관련 언론 보도가 더 쉬웠으면 좋겠어요. 이 공약이 만약에 이행이 되면 이런 식으로 바뀔 거다, 이런 식으로요. 우리는 기사를 쓸 때 ‘중학교 2학년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써야 한다’는 기준을 배우는데, 실제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기사를 쓰는 사람이고, 글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가끔은 ‘이게 뭐지?’ 싶을 때가 있어요. 특히 경제, 부동산 정책이요. 공부를 따로 안 해서는 거의 모르겠어요. 그런 걸 더 쉽게 정리해서 설명해주는 보도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식을 많이 이용했으면 해요. 시뮬레이션 게임도 좋고요.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만들고 넘어가지 말고 끝날 때까지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페페: 저도 <단비뉴스>에서 지자체 공약을 점검하고 있는데, 행정 절차가 기자인 저에게도  어려웠어요. 자료집을 봐도 무슨 말인지, 어떤 단계를 거쳐 공약이 실행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독자들은 어떻겠어요. 
예전에 ‘발리코네’(Vaalikone)라는 시스템을 본 적이 있어요. 핀란드 공영방송사 <YLE>가 기획한 건데, 유권자가 여러 정책에 관한 물음에 답을 하면 비슷한 의견을 가진 후보자를 알려주는 식이에요. 이렇게 후보에 관한 정보나 공약을 쉽게 설명해 주고, 나아가 잘 전달해 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외신의 해설 보도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어려운 내용인데도 쉽게 풀어서 전달하더라고요. 저는 우리 언론이 그들만의 문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 핀란드 공영방송 <YLE>가 기획하는 선거보도 시스템 ‘발리코네’(Vaalikone) 화면 일부. 정책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을 하면 관련된 공약을 내세운 후보를 추천해준다. ⓒ <YLE> 갈무리

토토: 후보 가족을 검증하는 데만 기사가 치우쳐 있다고 생각해요.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사과를 하면서 흘린 눈물이 진짜냐 가짜냐, 이런 수준의 보도도 봤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김건희 씨의 과거사는 별로 궁금하지 않거든요. 물론 불법 행위는 검증해야겠지만, 대선 후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고 해설하는 보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혹 ‘무한검증’에 파묻힌 언론

파도: 저는 <한겨레>를 자주 읽는데, <한겨레> 지면에는 공약 보도도 많고 후보자들의 동향도 많이 보도되고 있어요. 그렇긴 해도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요. 분량도 굉장히 길고. 지면에서도 요약을 해준다거나,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바꿔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까 토토 기자가 말해준 지나친 후보자 검증 문제에 공감해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반드시 구분해서 언론이 어느 정도 선까지만, 윤리적으로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이런 보도 양상이, 지금 후보들 모두 지도자로서 검증이 안 된 후보들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거든요. 언론이 후보자의 의혹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건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검증할 게 너무 많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생각해요. 

22: 저는 쥴리 벽화나 대장동 사태로 떠들썩할 때부터 언론이 너무 특정 이슈만 집중해서 보도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저는 신문을 읽어도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예를 들면, 막말 논란이 터지면 한편에서 가족의 의혹이 떠오르는 식으로요. 시민들에게 정확하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최근에 제가 <중앙일보>에서 ‘리셋 코리아’라는 기획을 봤는데, 그 보도를 보면서 앞으로 이런 정책이 필요하고 법안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정보를 얻었어요. 다만 그 기획이 칼럼-사설 면에 있어서 지면 뒤쪽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게 아쉬웠어요. 이런 기획이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

프리: 언론사의 관행 문제도 있고, 후보자들 자체가 이슈가 많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사실 언론 입장에선 그런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도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래도 언론의 문제를 더 짚고 싶은데, 대선이 70여일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그런데도 후보들이 아직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고요. 언론이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앞서 제기하지 못하고 후보자들의 이슈를 쫓아가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요. 최근 <삼프로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윤, 이 후보를 두고 경제 정책 토론회를 했거든요. 기성 언론이 하는 토론보다 훨씬 낫다는 긍정적인 댓글이 많았어요. 기성 언론보다 오히려 유튜버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죠. 

▲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비>의 윤석열 후보 토론회 콘텐츠에 달린 댓글 일부. ⓒ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비> 갈무리

철학자 대통령과 운동가 대통령

프리: 싸울 줄 아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어요. 국민과 싸우든 정치인들과 싸우든, 뒷짐 지고 갈등을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해요. 예를 들면 대통령이 앞에 나서서 이 정책은 뭐고, 어떤 방향으로 갈 거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소상히 밝히는 거죠. 

22: 저는 속된 말로, 국민을 쪽팔리게 하지 않는 대통령이요. 망언을 일삼지 않고, 자기 의견이나 철학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토토: 저는 대통령이 철학자에 가까울까, 운동가에 가까울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운동가에 가까운 대통령이었으면 좋겠어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신념이나 철학을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지도자요. 문 대통령은 철학자 같은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해요. 임기 동안 가장 큰 이슈였던 부동산 문제도, 철학적으로만 다가갔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요.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주: 저는 반대로 철학자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포용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요. 

파도: 저도 문 대통령은 철학자 같은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이재명 후보가 운동가 같은 느낌. 보통의 정치인들은 어떤 가치를 내세운 뒤에 그걸 정책으로 구현하는데, 이 후보는 각론을 바로 들고 나오잖아요. 지금 국민들은 확실히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운동가형 지도자를 원하는 것 같아요. 다만 일관성은 지켰으면 좋겠어요. 정책을 논의할 때 너무 자주 말을 바꾸는 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잖아요.

페페: 사실 정치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한 자리에 권력이 집중돼 있으면 권력자가 부패하거나, 주위에서 자리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요.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소시민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 정도만 해요. 소속 정당 눈치 보랴, 표심 챙기랴 쉽지 않겠지만요. 

파도: 저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대통령 한 명이 바뀌면 뭔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대통령이 구세주인 것처럼요. 5년 단임제의 구조적인 문제겠죠. 그래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회 기능을 강화한다거나, 4년 중임제로 가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주주: 저도 4년 중임제를 고려해봤으면 해요. 우리 사회가 독재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체제를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 같지만요. 5년 단임제다 보니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려면 대통령이 중간 평가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편집: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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