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 서울시장 청년공약 분석 ① 주거정책

4·7 재·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21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서울이다. 내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 지역으로 여야 모두 전력을 다하며 선거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이 가열될 뿐, 정책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청년 정책에 관한 논의와 분석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단비뉴스>가 4·7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청년 공약을 분석하여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① 주거정책
② 일자리·창업정책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등록한 후보는 모두 13명이다. 이 가운데 국회에 의석을 가진 원내 정당을 기준으로 후보를 압축하면 모두 3명이다. 기호 순으로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오세훈(국민의힘), 신지혜(기본소득당) 후보다. <단비뉴스>는 각 후보 캠프의 공식 블로그에 공개된 자료, 전자우편으로 캠프에서 제공받은 정책 자료집과 보도자료, 그리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등을 바탕으로 각 후보의 정책 공약을 수집하고, 이 가운데 청년과 관련한 내용을 추렸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20~30대 청년 유권자는 약 290만 명으로 서울시 인구 964만 명 가운데 30%를 차지한다.

▲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 공약을 분석한 결과, 세 후보 모두 청년 정책의 핵심으로 주거 대책을 내놨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청년 정책 핵심은 주거 안정···세 후보 모두 주거 대책에 힘 실어 

박영선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전·월세 가구에 사는 서울시 모든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중위소득 120% 이하인 만 19~39세의 청년 1인 가구 가운데 연간 5000명에게 월 20만 원씩 최대 10개월까지 생애 1회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전·월세 가구에 사는 서울시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박 후보는 청년 전·월세 보증금 보호제도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 내용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영선 후보는 주거 대책으로 ‘반값 아파트 내 집 마련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 공약의 혜택이 청년들에게도 돌아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평당 1,000만원짜리 공공주택 30만 호를 토지 임대부 방식으로 5년 안에 공공 분양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방식은 토지는 공공이 갖고, 건물은 민간이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박 후보는 기존의 오래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해 재건축할 뜻을 밝혔다.

▲ 4·7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가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열린 유세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와의 간담회에서 이 정책이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청년 1인 가구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1인 가구에 불리한 현재의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공공주택 가운데 일정 비율을 1인 가구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 비중은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33.4%에 이른다. 이 가운데 청년 1인 가구는 47.8%에 달한다.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서울의 1인 가구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박 후보의 설명이다. 박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반값 아파트 내 집 마련’ 정책에 대해 “20평이면 2억인데 청년들한테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토지임대부 방식에 지분적립형을 더하면 처음에 집을 살 때 전체의 10%, 일단 2천만원만 내면 내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이란 주택 지분의 일부를 취득하여 입주한 뒤 나머지 지분은 장기간에 걸쳐 취득하는 주택을 말한다.

종합하면, 박 후보의 청년 주거 정책은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그 가운데 청년에게 일정 비율을 배정하며, 기존의 청년 월세 지원 정책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월세 지원 보증금 보호제를 도입해 청년 주거를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국민의당)와 단일화를 통해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국민의힘)는 크게 세 가지의 청년 주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박영선 후보와 마찬가지로 현재 청년 월세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박 후보와 달리 현재 서울시가 중위소득 120% 이하인 청년 5,000명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0개월까지 생애 1회 지원하는 청년 월세지원 대상을 5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혀 차이를 보인다.

▲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국민의힘)가 4·7 재·보궐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오 후보는 기존의 청년 매입임대사업을 연간 1천호에서 2천호로 2배 확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 매입임대사업은 서울시가 저소득 청년 등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세대 주택 등을 매입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자신의 부동산 정책 공약 가운데 하나인 ‘모아 주택’ 공급으로 확보되는 공공기여분 주택을 청년 공공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도 밝혔다. ‘모아 주택’ 제도는 소규모 재개발 계획으로 4~6가구 정도의 토지주들이 의견을 모아 통합개발을 제안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말한다. 공공기여분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 계획 변경을 허용해주면 사업자로부터 그 대가로 개발 이익의 일부를 현금으로 기부채납 받는 것을 말한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이 돈은 공공임대주택, 공공시설 등을 짓도록 되어있는데 오 후보는 이 돈으로 청년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년 공공주택의 임대료는 시세의 30~50%로 낮추고 최대 6년 동안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입주 뒤 결혼할 경우에는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종합하자면, 오세훈 후보의 청년 주거 정책 공약 역시 박영선 후보와 마찬가지로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와 월세 지원 등을 통해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기본소득당)가 서울 광화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지혜 후보(기본소득당)는 이른바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사는 청년들이 많은 현실에 주목하여 서울시 최저주거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인 가구 기준으로 14㎡(12평형)인 서울시 최저주거기준을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주거기준에 따라 33㎡(18평형)으로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주거기준은 주거정책과 주택 인·허가 등에서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단, 고시원 등은 현행법상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최저주거기준은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때 실제 기준이 돼 최저주거기준 상향시 이후 건설하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신 후보는 ‘정상가족’ 중심 공급 정책으로 인해 1인 가구가 많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수요-공급 불균형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신 후보는 ‘정상가족’ 중심인 현재의 공급정책을 개선해 1인 가구가 많은 청년층에게도 임대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부문에 1인 가구 전형을 신설해 공공임대주택의 최대 30%까지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혜 후보는 청년들이 더 많이 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누구나 지원하기 쉬운 서울 공공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신 후보는 2019년을 기준으로 공공임대주택 유형만 11개에 달하는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시스템은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공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하나로 통합해 임대주택 입주 희망자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유연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주택공사(SH)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박영선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오세훈 후보(국민의힘), 신지혜 후보(기본소득당)의 청년 주거 정책 주요 공약. © 김계범

구체성 떨어지고 실현 가능성 적은 청년주거정책 공약   

그러나 세 후보 모두 26일 현재 각 정책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과 예상 비용, 재원 조달 방안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소개한 각 후보의 청년 주거 공약 정책에 관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57)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 사무총장은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청년들의 주거 안정이 돼야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인다고 하는 건 공통적 인식인 거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예전과 같이 ‘공급만 대량으로 하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 정책 전체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선거 때마다 선거 전과 선거 이후에 말이 달랐다”면서 “선거 때 사용하기만 하고 선거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들의 정책에 관해 “지금 재원 조달 방식이 없다”며 “1년 3개월짜리 시장을 고용하려고 하는데 (후보들이) 5년짜리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출하는 서울시장의 임기는 약 1년 3개월인데 후보들이 1년 3개월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재선 이후에나 가능한 장기적인 계획만을 이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이 사무총장은 박영선 후보의 ‘반값 아파트 내 집 마련 정책공약’에 대해서 “공공 방식이 쉽지는 않고 또 특히 토지 임대부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이 토지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 공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공공이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세훈 후보의 청년 주거 공약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퍼주기라고 비판을 했으면서 이번에는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게 앞뒤 말이 다르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과거 다른 후보들의 현금성 공약을 비판했었는데, 이번에는 각종 재정 지원 공약을 내놓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신지혜 후보가 밝힌 공공임대주택 시스템의 단일화 방안에 관해서는 “주거 공급에 굉장히 효과를 봤던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공공주택 모델이 굉장히 다양하면서 공공 방식이 활성화되어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한 가지로 통일되면 청년들이 공공주택의 매력을 느끼기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후보마다 청년 맞춤 주거 공약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정책을 소비하고 평가하는 주체로 청년을 인식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머릿속에서 정책이 나왔다"며 "청년의 시각에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편집 :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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