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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험 도시, 제천을 떠나는 20대 청년의 비밀
[인구 데이터 종합분석] 대학 때문에 왔다가 일자리 때문에 떠나는 청년들
2021년 05월 12일 (수) 13:23:28 최태현 기자 cth3424@gmail.com

충북 제천시에서 청년이 떠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제천에 1645명의 20대가 들어온 반면 2588명의 20대가 다른 시도로 떠났다. 결국 1년 만에 943명의 20대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해법은 무엇일까?

구체적 양상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단비뉴스>는 국가통계포털의 자료를 바탕으로 199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충북 제천시 청년 인구 변화를 분석했다. 원자료는 국가통계포털에서 주민등록연앙인구와 국내인구이동통계를 주로 참조했다. 연앙(年央) 인구는 한 해의 중간인 7월 1일 자 인구인데, 평균 인구 자료로 많이 활용한다.

이러한 원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평균, 충북 평균 등을 제천시와 비교했다. 특히 전체 인구 가운데 만 19~34세 청년 인구의 변동에 주목해 원자료를 재가공했다. 청년 나이는 지난해 제정된 '청년기본법'에서 정한 기준을 따랐다. 모든 나이는 따로 표시가 없더라도 만 나이를 뜻한다. 선 그래프는 데이터 시각화를 위한 사이트인 'Datawrapper'를 이용해 만들었다. 선을 클릭하면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고, 'get the data'를 클릭하면 원자료를 얻을 수 있다.

충북 제천시는 적극적인 인구 유입대책이 없으면 30년 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작년 5월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위기>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제천시를 포함한 12개 시군구가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이다. 즉 젊은 여성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제천의 소멸위험지수는 0.457이다. 2020년 5월 기준 전체 228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105개가 소멸위험지역에 속해 있다. 충북에서 11개 시군 가운데 청주시, 충주시, 증평군, 진천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된다.

2021년 3월 현재 제천시 인구는 13만2542명이다. 1998년의 14만7922명과 비교해 10%(1만5380명) 줄었다. 1995년 제천이 도농복합시로 통합된 이후 연앙인구 변화를 나타낸 <그림1>을 보면, 제천시 전체 인구는 2000년 14만8053명으로 정점을 찍고 2007년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8년간 한 해에 1000~2300명씩 감소해 총 1만1745명이 줄었다. 이후 2007년부터 10년간 13만6천명 안팎을 오가다, 2017년부터 다시 감소했다. 특히 2020년은 전년 대비 1168명이 줄었다. 지난 10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였다.

▲ <그림1> 제천시 전체 인구는 1998년 14만7922명에서 2020년 13만2883명으로 줄었다. 선을 클릭하면 자세한 수치를 볼 수 있다. ⓒ 최태현

인구 변동은 출생 인구와 사망 인구의 차이인 자연 증감, 그리고 인구 유입과 유출의 차이인 순이동에 의해 결정된다. 이 가운데 자연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 고령화에 있다. 2020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은 출생아 수가 줄고 사망자 수가 늘어 2020년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다.

제천시의 저출산 고령화도 심각하다. <그림2>에서 1998년과 2020년의 나이별 인구 비율을 비교하면, 65세 이상은 23년 만에 2.7배 늘었고, 18세 이하는 절반으로 줄었다. 2017년부터는 제천시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9~34세를 앞질렀다.

▲ <그림2> 1998년부터 2020년까지 제천시 나이별 인구 비율이다. 0~18세는 1998년 4만1901명(28%)에서 2020년 1만9455명(14%)으로 절반 넘게 줄었고, 65세 이상은 1998년 1만1494명(7%)에서 2020년 2만8247명(21%)으로 늘었다. 선을 클릭하면 자세한 수치를 볼 수 있다. ⓒ 최태현

<그림3>을 보면 2021년 3월 기준 제천시 19~34세 인구는 2만1620명으로 제천시 전체 인구의 16.3%를 차지한다. 미성년자보다 2888명이 많지만, 노인보다 8091명이 적다. 나이별 분포로 보아, 제천시 인구는 노년층이 많고 청년과 미성년이 적은 역삼각형 구조이다.

   
▲ <그림3> 2021년 3월 기준 제천시 나이별 인구 비율이다. 회색 막대는 65세 이상, 빨간색은 19~34세, 파란색은 0~18세를 의미한다. ⓒ 최태현

물론 이러한 추세는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그림4>를 통해 알 수 있듯이 1998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인구에서 19~34세 인구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전국, 충북, 제천 모두 비슷한 흐름이다. 다만 2002년 이후 제천의 19~34세 인구가 전국, 충북보다 더 빨리 줄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잠깐 격차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2017년 이후 제천의 청년 인구는 전국, 충북과 비교해 더 빨리 감소하고 있다. 

1998년 전국 청년 비율은 29.45%, 충북은 28.27%, 제천은 27.04%였다. 전국과 제천의 차이는 2.41% 포인트였다. 그런데 2020년 전국 청년 비율은 20.46%, 충북은 19.22%, 제천은 16.38%이다. 전국과 제천의 차이는 3.63% 포인트로 23년 전과 비교하면 1.22% 포인트 늘었다.

▲ <그림4> 전국-충북-제천의 19~34세 인구 비율이다. 전국과 충북 사이 간격은 큰 차이가 없지만, 전국, 충북과 제천 사이 간격은 2017년을 기점으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선을 클릭하면 자세한 수치를 볼 수 있다. ⓒ 최태현

지금까지 살펴본 그래프를 보면 아이가 줄고 노인이 늘어나는 전국적 인구 변화의 추세가 제천 인구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제천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면, 도시 차원의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단비뉴스>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제천시 인구의 시도간 순이동을 분석했다. 시도간 순이동 통계는 시도간 전입에서 시도간 전출을 빼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충북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제천으로 들어온 사람이 5명이고, 제천을 벗어나 다른 시도로 간 사람이 10명일 경우 제천시 20대의 시도간 순이동은 -5명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제천시의 인구 감소는 고령화 추세뿐만 아니라, ‘인구 유출’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든 나이 가운데 20대의 인구 유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5>를 보면 2018년부터 제천에서 다른 시도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늘어났다. 특히 2020년 한 해 동안 다른 시도에서 제천시로 6294명이 들어오고 7181명이 빠져나가, 887명의 순 유출을 나타냈다. 2020년 전입과 전출 차이는 지난 10년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 <그림5>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제천시 전체 인구의 시도간 전입과 전출을 나타낸 그래프다. ⓒ 최태현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왜 제천을 떠나고 있을까? 연령대별 전입과 전출을 비교한 <그림6>를 보면. 20대의 전출이 압도적으로 많아 2588명에 이른다. 그다음은 30대가 1151명이다. 40대 이상부터 전입한 사람들이 전출한 사람보다 많아지고, 특히 60대 이상은 전입한 사람이 1133명으로 가장 많았다.

▲ <그림6> 2020년 제천시 나이별 시도간 전입과 전출을 나타낸 그래프다. 다른 연도에도 규모만 다를 뿐 이와 비슷한 형태의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그림7>은 <그림6>에서 확인한 시도간 전입에서 시도간 전출을 뺀 ‘순이동 인구’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20대 943명이 제천을 벗어나 다른 시도로 순이동했고, 다른 시도의 60대 이상 186명이 제천으로 순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 <그림7> 2020년 제천시 나이별 시도간 순이동 그래프이다. ⓒ 최태현

이런 추세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해 왔다는 사실도 <단비뉴스>의 이번 분석에서 드러났다. <그림8>은 1995년부터 2020년까지 20대의 시도간 순이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2001년은 한 해에 1390명이 제천을 떠났다. <그림1> 제천시 전체 인구 변화에서 갑자기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와 겹친다. 그해에 제천시 전체에서 3029명이 떠났는데, 그 절반 정도가 20대였다. 이후 서서히 20대의 유출 인구가 줄어들다가, 2017년부터 다시 제천을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 <그림8> 1995년부터 2020년까지 20대 시도간 순이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2001년 –1390명으로 가장 많은 20대가 제천을 떠났다. 이후 순유출 인구가 줄어들다가 2017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막대를 클릭하면 자세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나이별 인구 순이동의 장기 추세를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보아도, 20대의 유출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9>는 진학, 취업 등으로 인해 이동의 요인이 많은 10~30대의 순이동 인구 변화를 나타낸다. 10대와 30대는 유출과 유입이 동일한 ‘0’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 해왔지만, 20대는 일관되게 다른 시도로 더 많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천시 전체 시도간 순이동이 양수였던 2010~12년과 2016~17년에도 20대 인구는 500명 안팎이 사라졌다.

▲ <그림9>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제천시 나이별 시도간 순이동 그래프다. 20대를 가리키는 빨간색 선이 항상 가장 아래에 놓여 있다. ⓒ 최태현

제천을 떠난 20대는 어디로 갔을까? 광역단체별 순이동 자료를 보면,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에 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는 서울, 경기, 세종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순유출됐다. 즉 서울, 경기, 세종의 20대 인구만 늘어난 것이다. 충북을 떠난 사람들이 많이 간 지역은 경기(27.9%), 서울(18.4%), 대전(10.5%) 순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은 지역 청년들의 유출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이 쓴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증가했고, 지방인구의 유출이 20대 청년층에 집중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9년 3~4월 수도권의 순이동 규모는 1만2788명이었는데, 코로나 확산 이후인 2020년 3~4월은 2만7446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 시기에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 가운데 75.5%(2만741명)가 20대였다.

그렇다면, 제천의 20대가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10>을 보면 제천시 청년 인구는 20~24세에 정점을 찍고 25세 이상부터 인구가 줄어든다. 20~24세에 견줘 25~29세는 1250명이, 30~34세는 2296명이 줄었다.

생애 주기상 20~24세는 대학 진학, 25~29세는 취업 준비와 첫 직장 취업, 30~34세는 결혼과 노동시장 정착을 위한 직장이동의 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 세명대와 대원대에 입학하는 학생 덕분에 제천시의 20대 초반 인구가 늘어나지만, 대학을 졸업한 25세 이후에는 일자리를 찾아 제천을 떠나는 것이다.

▲ <그림10> 2021년 3월 15~34세까지 인구를 5세 단위로 세분하여 인구분포를 그린 막대 그래프다. 20~24세에 잠깐 인구가 많고, 다른 나이대는 적어지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최태현

지난 3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는 "구산업이 쇠퇴하고 신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역에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이 떠난다"라고 말했다.

<단비뉴스>는 지난 11일 제천시 인구정책팀에 청년이 떠나는 이유와 청년 유출을 막을 대책에 관해 서면으로 질문했다. 답변을 보면 제천시는 20대 청년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로 대학생에 집중해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명대와 대원대를 중심으로 매년 전입지원금과 장학금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천시로 주소를 이전한 대학생과 제천 출신 대학생에게 장학금 100만 원을 1회 지원하고, 1년 이상 주민등록을 제천에 유지하면 전입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제천에서 20대가 빠져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제천시 인구정책팀은 "고등학교 졸업 후 타지역 대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단비뉴스>의 인구 분석 결과와 상반된 진단이다. 제천 전체 인구의 감소, 특히 청년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학 신입생 부족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 부족에 있다는 점이 통계를 통해 입증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천시가 마련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지원금 지급을 뼈대로 한다. 제천시에 있는 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제천 지역 화폐’ 일정액을 지급하고, 제천 산업단지 입주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정착지원금을 주며, 제천시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채용한 기업에 1년간 월급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 등이 있다.

그러나 제천시가 설명한 인구 정책 가운데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대학 입학을 위해 제천을 찾은 20대들이 졸업 직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순이동 인구’의 그래프도 영점 아래 마이너스에 계속 머물 것이다.


편집 : 김동우 기자

[최태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편집기획팀 최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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