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⑱ 탄소중립 2050 한·독 금융 세미나

“공적금융이 오히려 우리 산업구조 전환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적금융이 재생에너지에 관한 투자를 늘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한·독 탄소중립 2050: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금융’ 세미나가 열렸다. 주한독일대사관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국제환경기구 클라이밋 트랜스패런시가 공동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한국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발제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천연가스 대신 재생에너지 투자 늘려야 

▲ ‘한·독 탄소중립 2050 금융 세미나’에서 국내 공적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 행태를 비판하는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 ⓒ 강훈

윤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석탄의 대체재로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를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LNG는 생산·소비의 전 과정에서 석탄의 80%가량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는 시추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하나인 메탄(CH4)을 대거 발생시키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저탄소 에너지인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사업에 141조 원가량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석탄(11조 원)의 13배나 되는 규모로, 공적금융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16년~2018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화석연료 지원액은 선진20개국(G20) 중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 지난 10년간 국내 공적금융기관의 석탄 지원액과 석유·천연가스 지원액 추이. 지난해에는 약 2조2534억 원이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됐고, 약 9조8438억 원이 석유와 천연가스 발전사업에 들어갔다. ⓒ 기후솔루션
▲ 2016년~2018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화석연료 지원액은 G20국가 가운데 4위였다. ⓒ 기후솔루션

윤 변호사는 천연가스가 좌초자산(사업 여건 변화로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들 금융기관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천연가스를 포함한 해외 화석연료사업 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유럽투자은행(EIB)과 스웨덴 수출신용공사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금융 지원 제한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도 세계은행(WB) 등 다자간 개발은행(MDB)을 통한 금융지원에서 천연가스를 포함한 신규 화석연료 투자에 제한을 두겠다는 계획을 지난 8월 16일 밝혔다. 

독일, 투자 적격성 조사에서 ‘좌초자산 여부’ 중시

크리스토프 웨그너 독일연방 경제에너지부 부과장도 독일의 공적수출신용기관(ECA)에 관한 설명을 통해 “독일에서는 민간기업에 관한 적격성 조사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투자하는 대상의 좌초자산 여부가 점차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정부가 화석연료 사업 대상 금융지원을 줄일 것이며, 반대로 기후위기 대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업에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백승달 무역보험공사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의 역할이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금융제공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손용호 삼성물산 상무는 기후위기를 고려하고 준비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속도와 비용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석탄발전소 30기를 폐기하는 대신 LNG 발전기 24기를 신설하기로 되어 있다”며 “태양광은 하루 종일 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렵고 이를 저장할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가 돌아가지 않는 동안 사용할 백업(예비)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백승달 무역보험공사 프로젝트금융 본부장과 손용호 삼성물산 상무, 톰 하우스 IEA 과장. ⓒ 강훈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타당성 충분”

톰 하우스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환경부 과장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의 역할과 관련,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내에서 LNG 역할을 감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LNG 발전을 할 때는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우스 과장은 “하지만 2050년이 되었을 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석연료 시장의 수요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며 항공, 해운 등 일부 필수불가결한 분야에서만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금융’ 세미나에서 토론하는 한국과 독일 양국의 참석자들. ⓒ 강훈

피터 뷩클러 주한독일대사관 부대사는 “한국과 독일이 모두 제조업 중심이고, 중공업과 에너지 집약 산업인 시멘트·철강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나라가 함께 논의하고 협업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재생에너지가 한국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블룸버그 혁신 분류에서 상위 10개국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분명한 (에너지 전환) 혁신력이 있다”고 말했다. 

거드 라이폴드 기후투명성 프로그램 이사는 폐회사에서 “에너지 전환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전환을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피해와 자연재해 복구비용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편집 : 이주연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