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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랫폼 시대, 더 강조되는 소통역량
[사회교양특강] 정준희 방송진행자, 한양대 겸임교수
주제 ① 저널리즘과 수용자 관계: 경계 혼돈에 관하여
2021년 07월 18일 (일) 18:40:52 김병준 PD 김지윤 최은솔 기자 dend0710@gmail.com

“현대 저널리즘의 변화는 상당 부분 기술 변화에 의해서 촉진되고 설명되죠.”

방송진행자 겸 미디어비평가로 잘 알려진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지난 3월 25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저널리즘과 수용자의 관계’를 1부 주제로 삼았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대중매체는 기술 발전과 함께 태동했고 저널리즘의 변화도 상당 부분 기술 변화에 의해 촉진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저널리즘의 혼란은 기술 변화를 무시한 결과, 수용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벌어진 문제라고 진단했다.

   
▲ 정준희 교수는 미디어의 역사를 돌아보며, 매체가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 최은솔

사회를 구성하는 ‘소통역량’

정 교수는 ‘소통 역량’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능력이고, 사회라는 단계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의 본질은 ‘관계성’에 있다. 사회의 본질은 단지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모여 있는 것 사이의 역학관계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의미를 조율하는 거대한 시스템이고, 인간들 사이의 상징적 상호작용(커뮤니케이션)이 사회의 핵심 요소다. 

저널리즘 역시 그러한 소통 역량이 극대화한 형태이며,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한 단계인 셈이다. 이러한 소통 역량은 고도의 문명을 가능하게 했다. 과거 영장류가 수화로 소통이 가능했는데, 인간은 그 소통의 영역을 다양한 언어로 복잡한 것들을 표현하도록 발달했다. 그 결과 인간은 복잡한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사회라고 하는 대단히 발달된 진화적 형태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소통이 매체에 의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체는 소통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 물리적 의존체를 의미한다. 매체 이전에는 매질이 있다. 매질은 매체가 존재하게 하는 토양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대화가 음파로 전달되기까지는 공기라는 매질이 존재한다. 매질은 어떤 메시지를 바탕에 두고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정 교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의 입과 코 같은 신체기관이며, 신체기관을 본뜬 여러 형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폐도 커뮤니케이션의 매체이며, 권력도 일종의 매체다. 

미디어 이론의 핵심 질문은 ‘수단 자체의 특수성’

정 교수는 ‘기존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대비되는 ‘미디움 이론’을 강조했다. ‘미디움 이론’은 ‘메시지 의미 해석’보다, ‘메시지 효과’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발화자에 따라서, 수용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메시지의 차이를 의미하기보다는 메신저의 차이라고 보는게 더 적절한 해석이다. 정 교수는 ‘미디움 이론’이 메시지의 배후를 이루는 그릇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같은 내용을 갖는 콘텐츠라도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수용자가 받아들이는 메시지에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매체가 이야기를 전달할 때 중요한 것은 ‘그 매체가 어떤 감각과 연결 되어있는가’이다. 대부분 매체는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다. 시각과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우리는 대개 문자로 부호화해 형태를 바꾼다. 부호화를 통해 우리는 메시지를 더 빨리, 더 멀리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대중매체가 강력했던 것은 이전에 등장한 매체들보다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압도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커뮤니케이터 ‘문자’

   
▲ 부호화(coding)가 잘 되어있는 매체인 문자는 멀티미디어와 멀티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재도 정보의 기본이 된다. ⓒ Pixabay

“인간의 감정을 울릴 수 있는 물리적, 정신적으로 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을 어떻게 짧고 감명할 수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문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고, 메시지를 부호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문자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손꼽히는 것은 ‘집약하는 능력’이다. 짧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현대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내용을 축약할 수 있는 ‘제목’을 달고, 광고 카피를 만드는 등의 모습으로 이어져왔다. 메시지를 집약하여 전달하는 것은 지금도 굉장히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시대가 발전하고 멀티미디어, 멀티플랫폼의 시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문자의 능력은 다른 매체로 대체되지 못한다. 매체의 발달로 저널리즘에서도 사진과 영상이 도입된 뒤 영상과 사진에 압도되어 문자의 역할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영상은 영상으로만 사용될 뿐이다. 정 교수는 멀티플랫폼에서 저널리즘의 큰 줄기가 문자로 사용되는 이유는 검색엔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와 영상이 시각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주지만 검색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반면에 문자는 코드화가 잘 되어 있어서 데이터를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이 매체의 기본이 되는 뿌리 역할을 하지만 글만으로 다양한 매체를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매체는 감각기관을 연장하는 구실을 한다. 저널리즘은 문자의 매체성에 많은 영향을 받고 문자에 의해 표현되어왔다. 매체가 발달하면서 문자성을 벗어나 시각과 청각을 활용할 수 있게 텔레비전 저널리즘, 라디오 저널리즘 등으로 발전해가며 감각기관을 연장하거나 강화해 활용해왔다. 방송 저널리즘의 등장이 기존 신문 저널리즘에도 영향을 주었다. 방송을 통해 수용자가 더 자세한 정보를 받게 된 이후에 신문은 자세한 인용을 사용하거나 기존 저널리스트가 설명하던 것과 달리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비매개’와 ‘하이퍼 매개’

“제가 요즘 살짝 노안이 와서 안경을 가끔 쓰는데 너무 불편합니다. 자꾸 안경 프레임이 보여서 책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저한테는 안경이 비매개된 매체가 아닌 거죠.”

매체와 매개는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느냐와 맞닿아 있다. 정 교수는 딱딱한 이 개념을 안경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매체가 매개를 수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매개성(Immediacy)’이다. ‘Immediate’는 ‘즉각적’이란 뜻으로 중간에 매개 없이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중간에 매개된 것들이 많아지는 경우를 ‘하이퍼 매개성(Hyper mediacy)’이라고 한다. 매개 과정에서 자신의 매체성을 숨기거나 없는 척 하는 것이 비매개, 매체가 매체임을 드러내며 매개 과정을 과시하는 것이 하이퍼 매개이다. 정 교수는 이런 특징들이 “매개의 본능이고 객관적인 추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안경은 대표적인 비매개성 매체다. 사물을 뚜렷하고 명확하게 보기 위한 매개일 뿐이다. 실제로 안경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세수를 하기도 한다. 안경이 익숙하지 않은 정 교수는 안경을 착용할 때마다 프레임이 보여 불편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비매개성 매체의 ‘미덕’이다. 통역사가 대화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전달할 뿐, 직접 발언하면 안 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매체들이 많아졌다. ‘하이퍼 매개’다. 정 교수는 하이퍼 매개를 ‘선글라스’에 비유한다. 정 교수는 “선글라스는 바깥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목적이 아니라, 굴절시키고 왜곡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나아가 패션을 위해서도 쓴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예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바깥을 보여주는 투명한 창문의 목적과 달리, 실내를 예쁘게 꾸미는 데 목적이 있다. 정 교수는 똑같은 매체라도 지향하는 바가 투명성인지, 존재감인지에 따라 매체의 성격이 달라지고 매개 과정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 지금의 미디어는 과거의 미디어와 연결됐다. 현대의 멀티플랫폼 시대 역시 재매개의 산물이다. 유튜브는 TV를, 트위터는 SMS를 재매개한 것이다. ⓒ Pixabay

TV를 재매개한 유튜브, SMS를 재매개한 트위터

현대에 등장한 뉴미디어는 하이퍼 매개성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 교수는 유튜브를 TV의 유산이라고 설명한다. TV는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이지만 훨씬 분산적이다. 드라마를 보는 중에 맥주를 꺼내 오기도 하고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몰입이 분산되는 환경은 TV프로그램 ‘템포(Tempo)’를 끊는 방식으로 변형시켰다. 유튜브는 TV의 이런 특성이 더 심해진 매체다. 스트리머가 실시간 방송을 하는 중에 채팅창이 올라가고, 방송 후원 소리가 난입한다. 몰입 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쌍방향성이 강하다. 정 교수는 “유튜브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말을 거는 방식을 취하고 하이퍼 매개성이 이런 것들을 허용한다”고 해석했다. 

정 교수는 그렇기에 모든 매개는 언젠가 재매개된다고 설명한다. 특정 매체가 다른 매체 속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모든 매체가 기존 매체로부터 나왔다면, 결국 매개 과정은 언제나 기존 매체가 행하던 매개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영화와 TV의 가로 비율이 긴 사각형 영상 형태를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트위터 역시 재매개됐다. 트위터는 200자 정도 짧은 메시지에 국한되어 있다. 이는 SMS(Short Message Service)에서 유래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의 휴대전화인 ‘피처폰’(Feature phone) 시절에 짧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던 익숙한 형태가 스마트폰 시대로 이어진 것이다.

정 교수는 재매개 과정이 ‘완전한 재매개’와 ‘불완전한 재매개’ 두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완전한 재매개’는 특정 매체 속에 과거 매체가 완전히 흡수되어 흔적이 남지 않은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연극이다. 연극은 드라마라는 희곡 장르가 공연이라는 실물 형태로 굳어진 매체다. 문학의 전통이 녹아 있는데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TV나 영화는 희곡 장르를 담았을 때 그 흔적이 남아있는 ‘불완전한 재매개’다. 외국에서는 TV 드라마를 ‘TV Film’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것이 영화 film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촬영하다 중간에 끊을 때, ‘테이프 갈고 갈게요’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테이프가 영화의 흔적이다. 현재 테이프를 사용하는 곳이 없는데도 언어적 흔적들이 남아있다.

재매개의 방식은 의도적인 경우도, 우연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정 교수는 ‘이북’(E-book)을 예로 든다. 아이패드로 ‘이북’을 읽을 때는 책을 읽은 연장선에 있다. 화면에 줄을 그을 수도 있고 종이 질감 필름으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페이지를 넘기는 효과와 소리까지 있다. 대중들에 의해 불완전한 재매개로 바뀐 사례다. 초기에는 종이책과 달리 ‘이북’만의 특징을 담는 ‘완전한 재매개’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그 시도가 실패하면서 책에 약간의 기능만 부과하는 형태인 ‘불완전한 재매개’로 정착했다.

정 교수는 매체와 매개의 관계를 디지털 저널리즘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스트들이 각각의 매체가 기존의 어떤 매체를 계승했는지, 투명성을 지향하고 있는지 매체성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저널리즘은 한 가지 버전이 아니다. 유튜브 저널리즘은 종합편성채널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인터넷 뉴스는 신문의 연장이 됐다. 다만, 양방향적 특징들을 첨가해 신문의 한계를 보완했다. 이처럼 디지털 뉴스 매체들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알고 있다면, 저널리즘을 전달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전중환 정준희 김동춘 최배근 황민호 박태균 안병억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방학 때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이예진 PD

[김병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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