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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보수인가 진보인가
[사회교양특강] 전중환 경희대 교수
주제 ② 보수와 진보는 왜 존재하는가
2021년 07월 12일 (월) 12:41:57 강주영 김현주 임예진 기자 juyo9642@naver.com

‘태극기부대’는 태어날 때부터 ‘태극기부대’였을까? 김어준은 언제부터 자신을 진보라고 주창했을까?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며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던 정치인이 어느 날 보수당으로 들어가 자신의 정치색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수 있지’ 하며 경악한다. 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3월 11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보수와 진보는 왜 존재하는가’에 관해 강연했다.

   
▲ 전중환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보수와 진보는 왜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현주

정치는 진화한 유전자다?

확증편향은 특히 정치 성향이 다를 때 ‘저쪽은 원래 저래’라고 단정 지으며 발생하는 오류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며 개인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타고난 인간 본성’이라는 이론들이 존재해왔다. 정치적 성향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다.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선 정치 이데올로기라는 심리적 적응이 인간의 본성으로 1차원적인 연속체 상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여러 쟁점에 관한 견해 차이, 즉 각각의 쟁점들에 관한 생각이 정해진다는 것이죠. 이게 바로 기존 이론의 견해입니다.”

   
▲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변화해온 이데올로기와 사회집단 등을 보수와 진보로 나눠 도표화했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기존 이론을 살펴보면, 개인은 시대를 거듭하며 진화한 정치이념 연속체를 통해 좌파-우파 또는 진보-보수라는 성향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정치적 이념이 인간 본성이라고 주장하는 기존 이론은 △성격 특성 △도덕적 기반(Moral Foundations)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세 가지로 근거를 제시한다. 

전 교수는 기존 이론을 뒷받침하는 이 세 가지의 한계를 제시했다. 성격 특성을 보면 보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이른바 우익 권위주의를 가진 사람들이 보수가 되기 쉽다는 주장은 그 이상의 분석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성격심리학자들은 이 논리를 적용해 ‘히틀러는 폭력성이 높기 때문에 독재자가 됐다’고 말한다. 꼭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의문점이 남는다. 폭력성이 높기 때문에 독재자가 됐다는 분석은 결정적으로 ‘왜 히틀러가 폭력성이 높아졌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덕 기반 이론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 마음>을 저술한 미국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도덕적 기반 이론을 통해 인간은 △배려/위해 △공평/사기 △충성/배반 △권위/불복 △고귀함/타락의 5가지 토대로 도덕적인 잣대를 구분한다고 주장한다. 원초적인 욕심에 좌우되는 행동을 꺼리고 순결하고 금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고상하다고 여기는 심리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것,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적절한 양만큼만 먹는 것, 자기 집단에 충성하는 것,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존경과 예의를 표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잘 챙기는 것, 근면 성실하며, 타락하지 않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이트는 이 5가지 토대 중 어떤 걸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보수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5가지 토대를 고르게 준수하지만, ‘배려’와 ’공평’이 두 가지 특정한 토대를 추구하는 게 진보라는 설명이다.

“하이트는 진보주의자들이 ‘배려’와 ‘공평’이라는 토대를 유독 더 중시한다는 거예요. 특히 이 배려와 공정 두 토대를 중시하며 억압받는 약자에 관해 배려라는 토대를 가장 중시하는 반면, 보수는 5가지 토대를 모두 공평하게 중시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진보주의자로 알려진 진중권 같은 이는 배려와 공평이라는 토대를 더 중시할 거라는 게 하이트의 생각이다. 보수주의자는 가족, 공동체, 국가와 같은 자신의 도덕적 근간이라 믿는 전통이나 제도를 고수해 변화에는 크게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이트는 결정적으로 왜 진보가 배려와 공평이란 토대를 더 중시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에 관한 설명일 뿐 인과관계를 분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기존 이론인 부정적 편향 이론은 책 <나쁜 것은 선한 것보다 강하다>에서 등장한다. 항상 나쁜 것은 긍정적인 것보다 힘이 세고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보수나 우파인 사람들은 진보인 사람들보다 두려움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두꺼워 부정적인 자극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반면에 진보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에 잘 적응한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책 <닥치고 정치>를 통해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이 책에서 그는 “우파는 공포에 지배당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본능적 대응이야”라고 언급하며 북한과 같은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느껴 악으로 규정해버린다고 썼다. 그러나 전 교수는 최근 연구들이 이 이론을 뒤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말 사람들이 이런 부정적 편향이든 도덕성 편향이든 1차원적인 성향으로 자리 잡는다면 비슷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나는 진보 혹은 보수’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사람들의 실제 태도가 일괄적으로 나타나는지 조사하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미국 심리학자 위든과 커즈반이 1980~2014년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일반사회조사(GSS)를 한 결과, 진보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늘 정치적인 사안에 늘 진보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한 토론 방송에서 동성애에 관한 견해를 내놓은 적이 있다. ‘진보’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였지만 당시 토론에서 동성애에 관해 차별은 반대하지만 동성애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음(Daum)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포털이지만 동성애에 관해 ‘나는 진보이지만 동성애는 반대한다’, ‘나는 진보지만 동성애는 이해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만 봐도 기존 이론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죠. 쟁점들에 관한 사람들의 입장이 진보와 보수로 모인다고 예측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거죠.”

   
▲ 위든과 커즈반의 새로운 이론이 담긴 책 <정치적 마음의 숨겨진 아젠다> 표지. ⓒ 전중환

위든과 커즈반은 이 조사를 통해 새로운 주장을 폈다. 경제적 측면에서 진보적인 견해를 펴는 사람이라고 해도 늘 종교나 생활양식 측면에서 진보적인 견해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같은 사람이라도 사안에 따라 좌파와 우파로 선택이 나뉘는 것이다. 부자 증세에는 찬성하면서도 동성 결혼 제도화에는 반대하기도 한다. 정치 성향은 애당초 진보 또는 보수로 진화하지 않았다는 게 새로운 이론의 시발점이다.

부자 빌 클린턴이 민주당인 이유

“우리가 단 것을 좋아하죠. 단 것을 좋아하는 건 목표 에너지원이니까 사족을 못 쓰게 진화가 된 것이죠. 그런데 가공식품이 넘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여전히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서 ‘이걸 먹으면 안 돼'라고 하지만 ‘맛있다'고 사고하는 것은 과거 수렵 채집 환경에서 조상들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보는 겁니다.”

전 교수는 <정치적 마음의 숨겨진 아젠다>를 저술한 미국 심리학자 위든과 커즈반의 이론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쟁점들에 관해 수집과 채집을 해온 조상들의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선택을 한다. 새로운 이론은 성격, 감정, 경향은 인간 본성의 일부일지라도 정치적 성향은 심리적 진화가 없다고 말한다. 사안에 따라 각각 과거 조상들의 번식과 생활양식에 도움이 됐던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위든과 커즈반의 이론은 개인의 이념, 가치, 정당 일체감보다 개인의 인구통계학적 또는 상황적 요인이 각 쟁점들에 관한 견해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존 이론에 따라 개인이 진보인 경우 소득재분배에 찬성하고 보수인 경우 반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소득재분배나 사회복지정책이 개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따라 찬반 여부를 판단한다. 

그럼 대저택에 사는 미국 전 대통령 앨 고어가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지향하는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가 진보적 견해를 갖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 교수는 당장 가진 경제적 환경뿐 아니라 혈연이나 지연, 인맥이 적은 사람일 경우 쟁점에 관한 견해를 만드는 데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부자인데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사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가난한 성장과정을 거쳤고 기득권층에서는 안정적 인맥을 갖추지 않은 비주류에 속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이고 저학력이지만 이성애자이고 교회를 다니는 다수 집단에 속할 경우 경제적으로 보수정당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주류가 속한 종교와 성적 지향성이 일치하기 때문에 보수에 손을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만 보더라도 경제적 지위와 사회집단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익 세력들의 ‘태극기집회’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참여하거나 고가 타워팰리스에 사는 이가 좌익 성향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구 잘하는 흑인 견제하는 야구 못하는 백인

소속집단에 따른 비근대적 차별을 철폐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관해 논의할 때 누가 차별로 피해를 보는지가 강조되지만, 차별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해관계에 따라 차별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역량이 높고, 열위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차별이 사라지길 바란다. 반면 역량이 낮고 우위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차별이 유지돼야 이익을 볼 수 있다.

   
▲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미국 프로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 상당한 실력을 가진 그는 브루클린다저스 팀에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과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 SBS

재키 로빈슨은 1947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최초 흑인 선수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실력이 좋아도 흑인이라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없었다. ‘백인 야구’ 세계에 등장한 ‘흑인’ 재키 로빈슨을 모든 백인이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재키 로빈슨을 차별하면서 이득을 얻게 되는 사람, 즉 실력이 좋지 못한 백인들이 흑인 메이저리거를 반대하며 차별정책을 지지했다. 실력 좋은 흑인이 등장함으로써 우위 집단에 소속된 자기 지위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실력 있는 백인은 흑인이 메이저리그에 선수로 오게 되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차별정책을 없애는 데 그다지 반대하지 않았다. 흑인과 백인 집단 내부에서도 자기 상황에 따라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마약이 허용되지 못한 진짜 이유

“마약을 왜 단속하냐 하면 마약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나에게 좋고 나쁜지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완벽하지 않다는 거죠.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는 아니니까. 그래서 ‘비가치재’라고 해서 마약이나 술, 담배, 포르노 등은 개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유해한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 그 논리로 단속하는 거예요.”

유시민 작가는 tvN <알쓸신잡>에서 마약을 비롯한 술, 포르노 등을 국가가 규제하는 진짜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마약 규제 이유가 ‘비합리적 개인’이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쾌락에 깊이 빠지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전중환 교수는 이 논리에 따르면 스카이 다이빙이나 암벽 등반, 파쿠르(안전장치 없이 건물이나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 고층건물에서 셀카를 찍는 것 역시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한 위험요소가 있는데도 마약 사용만을 규제하는 것에 관해서는 왜 잘못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번식이야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한 견해를 논리적으로 도출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진짜 동기는 의식 수준에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 교수는 과거부터 생존에 유리한 ‘성/번식 전략’을 취하는 것이 정치적 견해를 갖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번식 전략은 성적 개방성에 따라 ‘문란한 성 전략’과 ‘순정파 성 전략’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마약에 관한 찬반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너 진보야 보수야’라고 물을 게 아니라 ‘너 지금까지 성관계 상대가 몇이나 돼, 이혼이나 동거를 한 적이 있어’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을 선택하는 것 역시 번식전략과 연관된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또한 ‘성/번식 전략’은 종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이론에서는 여성, 비흡연자, 높은 성실성, 고연령, 새로운 자극 추구 성향일수록 교회에 다닐 확률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번식 전략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똑같이 ‘순정파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할 경우 위의 조건들은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전 교수는 결국 사람들이 각 쟁점에 관해 먼 과거로부터 진화한 환경을 통해 번식에 도움이 될 만한 입장을 취한다고 말했다. ‘성/번식 전략’에 따라 ‘경제’, ‘사회집단’, ‘성/번식 생활양식’의 3가지 영역들을 판단할 때, 사람들은 사실 일관되게 보수적 또는 진보적 입장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다양한 입장을 갖는 사람들이 왜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진보 또는 보수를 자처할까? 전 교수는 현실적으로 답했다. 사람들이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만 실제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한정돼 있다. 그나마 자신의 정치적 방향과 가까운 정당을 찍어 타협을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꼭 특정 정당이 좋아 투표하기보다 상대적으로 덜 싫어하는 정당에 표를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전중환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강연 말미에 학생 여럿이 질문을 던지며 열의를 보였다. © 강주영

“유전자 변화에 수천 년으로는 부족해” 

정치적 성향과 쟁점에 관해 진화심리학적으로 접근한 강연은 생소한 만큼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 학생이 번식에 도움되는 선택을 하는 진화적 환경의 기준이 최근이 아니라 수렵과 채집 시절인 이유를 묻자 정 교수는 유전적 진화의 시간에 관해 설명했다. 심리적 특성은 수많은 유전자들이 상호협력해야 변하는 건데 농업혁명 이후 1만 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은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기에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우유를 먹으면 배가 살살 아파오는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을 생각해보자. 인간은 성인이 되면 젖을 소화하지 못하게 진화했는데, 목축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젖당을 분해해 소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전파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전 교수는 “아주 단순한 생리적 특징조차 수천 년 세월로는 유전적 변화가 0%에서 100%로 고정이 안 되는 걸 보면 심리적 특성의 유전적 진화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 전 교수는 토론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내가 빠질 수 있는 오류’와 ‘취할 수 있는 편향’은 사실에 기반한 근거가 있으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과정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김현주

CEO는 없다, 홍보대변인이 있을 뿐 

수렵과 채집 시절의 번식 전략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은 흡사 생태학적 결정론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진화심리학에 주목해야 하는 걸까? 전 교수는 진화심리학이 의식적인 자아에 관한 맹목적 믿음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자아가 대통령이나 CEO처럼 내 행동을 결정하는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최종결정권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의식적 자아는 홍보대변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해도 못한 채 사후에 설명을 갖다 붙이는 거죠.” 

그는 자아에 관한 헛된 믿음에서 벗어나야 협치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법, 정치, 도덕 등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실은 자아가 의식하지 못하는 요인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나만이 정의롭고 상대는 썩었다는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과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 관료들, 공무원들이 행동과학 연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접점이 없어 보이는 과학은 그의 바람대로 극단적인 분열로 치달은 정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토론과 논쟁은 자기 입장에 관한 사후 합리화에 불과합니다. 그럼 토론이나 정치적 협상을 하지 말자는 거냐? (토론을) 하면 극단적으로 조국사태에서 벌어졌던 것처럼, ‘나만 정의롭고 상대방은 썩었다’는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분쟁 같은 걸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전중환 정준희 김동춘 최배근 황민호 박태균 안병억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방학 때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현주 기자

[강주영 기자]
단비뉴스 지역사회부, 시사현안팀 강주영입니다.
진흙탕 속에도 밤하늘의 별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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