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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을 찾아 흙 속으로 떠난다
[단비농부의 농사일기] ① 들어가는 말
2021년 04월 05일 (월) 09:16:30 박성준 기자 creation619@naver.com

오래전부터 농사를 동경했다. 가난한 소작농의 손자였지만 할아버지를 도우며 흙을 만지던 경험은, 자연이야말로 자유로움 그 자체라는 사실을 내 무의식에 심어주었다. ‘자유로운 삶’은 내 인생의 목표다. 자유롭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억압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유는 행복을 느끼게 하지만 억압은 무기력하게 만든다. 생명과 소통하지 못하게 하는 아스팔트 길이 억압이라면 하늘과 땅을 함께 만나는 흙길은 자유다. 회사에서 상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억압이라면 오롯이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노동은 자유다.

   
▲ 제천에 있는 '솔휘농장'의 모습. 밭이 새로운 생명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박성준

자연에는 진짜 자유가 있다. 자연에서는 누구도 틀에 갇히거나 강제되지 않고 스스로 존중받는다. 자연에는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의 불로소득이 없다. 자연에서는 노동력을 시장에 사고팔지 않지 않는다. 자연에서는 아무도 간섭받지 않으며 땀 흘려 만들어낸 것을 착취당하는 일이 없다. 자연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자연 속 모든 생명은 자기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바라보고 실천한다.

사람이 북적대는 도시를 보자. 남을 착취해 얻은 것들을 자기 소유로 만들고 끊임없이 부를 쌓으려고 한다. 이런 곳에는 자유가 없다. 일하며 자신을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기는 삶은 행복하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일함으로써 성장해가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거의 없다. 황량한 콘크리트 정글에서 개인은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갈 뿐이다.

한때는 남들이 멋있다고 해주는 삶을 꿈꾸며 그게 행복이라 여겼다.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려면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독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견디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 거라고 믿었다.

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많은 거품이 빠졌다. 아마 자연만이 진정한 자유이며, 행복이라고 느꼈을 때부터 그런 세속적 성공을 향한 집착을 놓아버린 것 같다. 분기점을 맞이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범적 삶이 아니라 자유로운 일들을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름대로 자유로운 삶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유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한 농부와 함께 흙을 퍼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박성준

자유로운 삶을 찾아 최근에는 농사를 배우려고 한다. 꽤 오래전부터 농업 관련 책을 읽었다. 책으로 어느 정도 지식은 얻을 수 있었지만, 농사를 제대로 배울 수는 없었다. 본격적으로 흙을 만지면서 배우고 싶어 무작정 농장을 찾아 나섰다. 충북 제천에 이름을 내건 거의 모든 농장에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 않았거나 일손이 차 있었다. 딱 한 농장에서 나를 받아 주었다. 농사만 알려주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싹싹 빌었는데, 간절함이 통했던 것 같다.

농부는 훌륭한 직업이다. 직접 일군 것을 밥상에 올리고 세상에 내놓는 얼마 안 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가 만든 것을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일구고 세상과 나누는 즐거움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 중 으뜸이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 모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것에 견주어 경제적 보상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직 농부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희망을 얻고 있다.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인 나는 공부와 농사를 같이 하기가 쉽지 않다. 농장에 가서 하루 일하면 밀린 공부는 잠을 줄이며 해야 한다. 아직 농사 기술도 없고 작물에 관한 지식도 부족하지만 농사는 내게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로 가는 길은 어디인지 깨닫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괭이질을 하면서 바람 소리를 듣고 풀 냄새를 맡고, 다양한 생명을 지켜보는 것이 자유로운 삶의 행복이다.

   
낯선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름이. 여름에 태어나 그 이름을 갖게 됐다. Ⓒ 박성준

주말마다 농장에서 일하며 농사를 배울 계획이다. 힘들겠지만 자연에서 흙을 만지며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하라는 말처럼, 잡일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삽으로 땅을 파고 괭이로 밭을 갈고 호미로 잡초를 뽑는 일이 나를 기다린다. 가장 자연스럽고 기초적인 일을 하며 흘린 땀은, 육체노동이 무엇인지 체험하게 해줄 것이다.

앞으로 [단비농부의 농사일기]에서 ‘자유로운 삶’을 꾸준히 이야기하려고 한다. 주된 내용은 농사가 되겠지만 여행을 떠나거나 캠핑하며 겪는 일 등도 이야기 소재로 삼을 생각이다.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도 필자와 같이 한 해 농사를 지어보시라. 푸른 생명의 변화를 지켜보며 마음까지 푸르게 바뀔지 모른다.


편집 : 강훈 기자

[박성준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시사현안팀 박성준입니다.
성실하게 취재하고 정직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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