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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 메카
[맛있는 집 재밌는 곳] 카멜레존 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2021년 05월 03일 (월) 21:49:16 김신영 기자 ksy14583@naver.com

새벽부터 한나절을 지나 밤을 새고 다시 새벽이 올 때까지 24시간 쉴 새 없이 바뀌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종로 5가에서 중구 마장로에 걸쳐 있는 동대문 시장이다. 동대문 시장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인 평화시장은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과 소매상인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사람들이 잠들 시간인 밤 10시경부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해 소매상인들에게 상품들을 도매로 넘기고 나면 새벽 두 시가 가까워 온다. 이때부터 새벽 세 시까지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점심시간이다. 간단한 식사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을 시작해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지방으로 화물로 부칠 상품을 보내고 나면 새벽 일과가 끝난다. 이들의 일이 끝나는 새벽 5시가 되면 여성의류 도매상가인 청평화시장이 배턴을 이어 받아 문을 열고 오후 4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아침 7시에서 9시까지는 옷감 원단을 판매하는 동대문종합시장과 부자재 등을 파는 동평화시장이 매일 첫 손님들인 상인이나 디자이너들을 맞는다. 아침 10시 30분이 되면 두타몰이 문을 열고 밤 12시까지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동대문 시장은 하루 종일 끊임없이 평화시장·제일평화시장·신평화시장·동평화시장·청평화시장 등의 3만5천개가 넘는 점포들이 릴레이 하는 듯 돌아가면서 문을 열고 닫으며 멈춤 없이 돌아간다. 이처럼 새벽부터 다시 새벽이 올 때까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동대문 시장의 역동성을 상징화한 세계적인 건축물이 바로 동대문 시장 안에 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Dongdaemun Design Plaza)가 그것이다.

   
▲ 서울 중구 을지로 7가에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야경.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근 동대문 시장을 상징화 한 건축물이다. © DDP

24시간 바뀌는 동대문 시장의 역동성 표현

DDP는 서울시가 지난 2007년 12월 철거된 옛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지은 복합문화공간으로, 2009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4년 3월 개관했다. 여성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라크 태생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非定型) 건축물이다. 거대한 비행접시를 연상케 하는 외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건축물은 단 한곳도 같은 곳이 없다. 6만2천여㎡(1만8천여평)의 대지위에 2만5천여㎡(7600여평)에 이르는 넓이로 지어진 건축물은 직선이나 수평선 또는 수직선이 없이 곡선과 유선형으로 이뤄져 있다. 범상치 않은 외관 때문에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서울에 불시착한 외계 우주선’이란 별명도 붙었다.

   
▲ 서울 중구 광희동 쪽에서 내려다 본 DDP전경. 거대한 비행접시 처럼 보이는 건축물 외관을 둘러싸고 있는 알루미늄 패널은 단 한 장도 같은 것이 없이 다 다르다. © DDP

단 한 장도 같은 것 없는 4만5133장의 외장패널 

전체 건축물의 바깥을 감싸고 있는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도 단 한 장도 같은 것이 없다. 패널 크기와 곡률 규격이 모두 달라 기존의 패널 생산방식 및 시공방식으로는 제작할 수가 없어 시공회사인 삼성물산이 선박과 항공기 자동차 등 모든 금속성형 분야의 기술을 총동원해 세계 최초로 2차 곡면 성형 및 절단장비를 만들어서 시공했다. 그렇게 해서 3만5천개가 넘는 점포들이 한 곳도 같은 곳이 없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동대문 시장의 역동성을 곡선과 곡면, 사선과 사면으로 이뤄진 특유의 건축언어로 표현해 냈다.

건축물의 안과 밖을 샅샅이 살펴봐도 직선이나 벽이 없이 물이 흘러가는 듯한 유선형으로 이어져 있는 공간적 유연성이 돋보인다. 길게 이어지는 유선형을 따라 걷다 보면 계속 새로운 느낌과 기분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지하 3층에 지상 4층으로 건축물의 높이는 29m정도지만 밖에서 보아도 안에서 보아도 층을 가늠하기 어렵다. 끝없이 이어지는 곡선과 사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전체 건축물이 하나인 듯 보이다가 문득 눈을 들어 보면 닮은 것이 하나도 없는 수만개의 조각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렇듯 자유분방하고 물결치듯 이어지는 곡선과 함께 기둥이 거의 없는 실내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메가트러스와 스페이스 프레임 공법을 적용했다. 스페이스 프레임은 강판이나 파이프를 용접해 골격을 구성한 것으로 기둥 없이 공중에 지붕 등을 지탱해주는 구조물이다. 메가 트러스는 일반 건축물이 아닌 대형교량 등을 건설할 때 사용하는 대형 삼각구조물로, 기둥 없는 대형실내 공간을 만들었다. 단 한 곳도 같은 것이 없는 건축물을 만들다 보니 예산도 엄청 들어 갔다. 규격화된 건자재와 공법을 사용하는 보통의 건축물을 짓는 것과 달리 패널 한 장 한 장을 다 다르게 만들어야 하다 보니 거의 5천억원에 가까운 건설비가 투입됐다.

   
   
▲ DDP 안에 있는 배움터의 디자인 전시실 내부(사진 위)와 DDP내부에 있는 계단(사진 아래). 커다란 실내공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어 사방이 시원하게 터져 있고, 불규칙하게 비정형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DDP

건축의 컨셉은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다. ‘환유(換喩)’는 특정사물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수사학적 표현으로, 역사적 문화적 도시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들을 환유적으로 통합해 하나의 풍경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설계를 했던 자하 하디드는 “서울 성곽을 둘러싸는 건축적 풍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DDP가 들어선 땅의 역사와 동대문 시장의 경제적 상징성 등을 문화와 도시 사회적 요소들과 함께 녹여 내 표현한 건축이란 뜻이다. 

곡선과 사선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플랫폼

“‘꿈꾸고(Dream), 만들고(Design), 누리는(Play)’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는 디자인을 주제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각종 전시와 패션쇼, 신제품 발표회, 포럼, 콘퍼런스 등 다양한 문화상업행사를 열고 있다. 디자인 트랜드가 시작되고 문화가 교류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전체 공간을 크게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알림터’는 기둥이 없는 하얀 색의 넓은 공간으로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알림1관은 DDP안에서 가장 층고가 높은 메인 홀로 다양한 행사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알림터에는 전문 전시공간인 알림2관과 국제회의장도 있다.

   
▲ DDP 알림1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알림1관은 DDP내에서 가장 층고가 높고 넓은 메인 홀이다. © DDP

‘배움터’에는 곡선과 사선이 어울러져 감각적인 조형미가 일품인 디자인 전시관과 디자인 둘레길 및 디자인 박물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트랜드와 문화흐름을 공유하기 위한 디자인과 패션 전문 전시가 이뤄진다.

‘살림터’는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는 곳’이란 개념으로 디자인 및 브랜드 체험을 할 수 있는 ‘D-숲’과, 서울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한다는 ‘디자인스토어’ 및 디자인 샵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모토로 디자인 연구와 개발 확산을 하기 위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도 있다.

   
▲ DDP 살림터안에 있는 디자인 연구 개발 플랫폼 UDP내부 모습. © DDP

한국 체육의 전당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DDP는 원래 동대문 운동장이 있었던 자리에 운동장을 철거하고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동대문 운동장은 1925년 당시 일본 히로히토 왕세자의 결혼식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의 자리에 건설해 ‘경성운동장’으로 문을 열었다.

   
▲ 동대문운동장의 전경. 왼쪽이 야구장이고 오른쪽이 메인스타디움 겸 축구장이다. © 서울시

이후 해방이 되면서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88올림픽을 앞두고 잠실종합운동장이 건설되면서 1985년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경성운동장으로 개장할 당시 동양 제1의 경기장으로 불리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경기대회인 제10회 전조선경기대회가 1929년에 열렸고, 1934년에는 제15회 전조선경기대회가 본격적인 종합경기대회로 열렸다. 이후 전국 체전이 매년 열리고, 잠실주경기장이 완공될 때까지는 동대문 축구장으로 불리면서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으로 수많은 A매치가 열려 한국 축구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축구장과 야구장, 수영장을 갖추고 있던 동대문운동장은 2007년 12월 야구장부터 철거를 시작해 2008년 5월에는 축구장까지 철거에 들어가 동대문운동장 시대는 막을 내렸다.

   
▲ DDP 뒤쪽으로 이어져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전경. ©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도중, 운동장 터에서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분영인 하도감 터였던 것을 밝혀 주는 다수의 유구가 발굴됐다. 그 유구들을 발굴해 정리해서 운동장 부지는 2009년 10월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거듭났다. 이어 2014년 3월 지금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개관했다.

훈련도감 있던 운동장터는 역사문화공원으로 

   
▲ DDP 어울림광장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 자체는 물론이고 벽면과 천정 등 어디에도 직선이나 수직선 수평선은 찾아 볼 수 없다. © 김신영

DDP 어울림광장에서 소라고동 처럼 휘어져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 오면 조선시대 하도감 터의 유구를 발굴정리해 놓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동대문운동장 역사관이 나타난다. 깨끗하게 발굴정리해 놓은 하도감 터와 당시 서울도성의 성벽과 치성 등이 눈에 띈다.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정비복원돼 있는 한양도성의 성곽. 성곽 뒤로 알루미늄 패널로 뒤덮인 DDP의 지붕이 보인다. © 김신영

한양도성 유적은 발굴된 265m구간중 이간수문과 치성이 포함된 142m구간이 정비 복원됐고, 성곽이 멸실된 123m구간은 지적도의 추정성곽선을 근거로 복원했다. 이간수문(二間水門)은 남산 기슭에서 청계천으로 흐르던 남소문 동천위에 세워진 두 칸 짜리 수문으로, 1910년경 일제가 성곽을 철거할 때 묻혔다가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발굴됐다.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이간수문의 모습. © 김신영

치성(雉城)은 일정한 거리마다 성곽에서 바깥으로 튀어 나오게 쌓아 올린 성곽으로, 방어가 취약한 곳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성곽으로 기어 오르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해 축조한 방어시설이다. 한양도성 성곽에서는 처음 발굴된 유적이다.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안에 복원된 성곽 중 치성의 모습. 왼쪽 끝에 사각으로 돌출돼 있는 것이 치성이다. © 김신영

동대문운동장 기념관에는 1925년 건립된 이후 2007년 철거될 때까지 만 78년간 한국 스포츠의 산실로서 역할을 한 각종 자료와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 바깥에는 1968년 운동장 보수공사때 설치했던 야간조명탑 두개와 1966년 서울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회식때 성화를 올렸던 성화대가 보존돼 있다.

   
   
▲ 동대문역사공원 안에 서 있는 동대문운동장 시절 야간조명탑(사진 위)과 성화대(아래). © 김신영

카멜레존(Chameleon+Zone)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공간의 용도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제 밖에 나가서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쇼핑을 할 때도 서비스나 물건 구매뿐 아니라 만들기 체험이나 티타임 등을 즐기려 한다. 카멜레존은 협업, 체험, 재생, 개방, 공유 등을 통해 본래의 공간 기능을 확장하고 전환한다. [맛있는 집 재밌는 곳]에 카멜레존을 신설한다. (편집자)

편집 : 김태형 기자

[김신영 기자]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장, 환경부, 디지털뉴스부, 시사현안팀 김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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